[JOB현장에선] 고용노동부, MBC 고(故) 오요안나 캐스터 '괴롭힘' 인정…근로자성 불인정에 유가족 오열
고용노동부, 19일 오요안나씨 사망 사고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노동법 위반 6건 적발…4건 형사 입건‧2건 과태료 총 1540만원
"직장 내 괴롭힘 인정하나, 프리랜서 캐스터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주장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 "방송사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 추진할 것"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문화방송(MBC)의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으나,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요안나씨 유족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고, MBC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지난 2월1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사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19일 밝혔다.
먼저, 고용노동부는 오요안나 씨가 재직 중 동료 선배들로부터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언어적인 지적과 비난을 받아왔으며,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과 관련해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업무적인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된 발언이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MBC 동료들은 오요안나씨의 업무와 관련해 지적했다고 주장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고인이 기상캐스터 업무를 시작한 지 1~3년의 사회초년생으로, 선후배 간 정서적인 간극이 크고 지속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오요안나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 △방송 외 다른 업무 미수행 △외부 활동 자유도 △업무 자율성 △출퇴근 시간 부재 △복무규정 비적용 등을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MBC 조직 전반에 불합리한 문화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MBC 전 직원 17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52명 가운데 115명(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입사 경로에 따라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 오요안나씨 어머니 장연미씨, "MBC가 시키는대로 일했는데, 노동자 아니라고 발표해"…고용노동부‧MBC에 책임 요구
고용노동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오요안나씨의 유족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요안나씨의 어머니인 장연미씨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요안나는 MBC가 시키는대로 일했는데,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발표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MBC)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직장갑질119 대표인 윤지영 변호사는 "오요안나 캐스터는 MBC의 지휘·감독 아래서 지정된 근무 장소와 시간에 맞춰 근무했고, MBC가 정한 급여를 받았다"며 "고용노동부가 법리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직장갑질119 등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오요안나 캐스터의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근로감독을 철저하게 다시 실시해 MBC를 비롯한 한국 방송 미디어 산업의 '무늬만 프리랜서'인 병폐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조직문화 개선과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께도 머리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 MBC 메인PD 지시받는 프리랜서 25명 '근로자' 인정…노동법 위반 6건 적발, "임금체불 총 1억8400만원"
한편, 고용노동부는 MBC 기상캐스터가 포함된 보도·시사교양국의 프리랜서 35명 가운데 25명은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FD, AD, 취재PD, 편집PD로 프리랜서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나,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메인 PD의 지휘아래 지속적으로 업무에 투입됐다. 반면 수어 통역사와 리포터, 번역가 등 10명은 업무 특성상 독립적으로 일해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프리랜서 근로자들이)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수준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으며,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수당 과소지급 등 총 6건의 노동법 위반 사항도 적발했다. 위반 유형은 △연장근로‧휴일근로 보상 미달 △연차유급휴가 과소 부여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 △배우자 출산휴가 과소 부여 △변경된 취업규칙 미신고 등으로 총 691명에게 약 1억8400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4건에 대해 형사 입건 조치를 내리고, 2건에 대해 과태료 총 1540만원을 부과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번 감독 결과는 MBC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방송업계 전반에 구조적으로 내재한 문제일 수 있다"며 "앞으로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MBC 측에 조직문화 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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