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유가하락에 휘발유세금 OECD 최고수준 될 판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1.15 10:15 ㅣ 수정 : 2016.01.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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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과 상관없이 붙는 고정된 세금 구조로 인해 한국의 휘발유 세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출처=드림즈타임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경직성 세금구조로 인해 우리나라 휘발유 세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휘발유세금 국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세전 휘발유값이 떨어지면서 휘발유에 붙는 고정세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바람에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세금비중은 휘발유값의 60%를 넘어 이제는 65%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세전 휘발유값이 리터당 100원 이상 떨어지게 되면 세금비중은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 휘발유세 인하 논쟁에 불을 지피게 됐다.

공짜 휘발유를 갖다 팔아도 900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

우리나라는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휘발유에 세금이 붙는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 공급가격은 411.06원으로 생수가격(삼다수500ml)의 반값도 안된다. 그런데도 실제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평균 1390.32원(1월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세금이 태반이다. 교통세(에너지환경세) 529원이 정액으로 부과되고 교육세(교통세의 15%)가 79.35원이 붙는다. 또 주행세(교통세의 26%) 137.54원은 별도다. 물론 부가세 115.74원이 빠지지 않는다. 이를 모두 합치면 861.63원이 세금이다. 기타수수료 0.47원까지 더해지면 1273.16원이 세후 휘발유값이 된다. 공장도가격 대비 세금이 67.8%에 달한다.

이렇게 공급된 휘발유는 주유소 마진이 붙어 실제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평균 1390.32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금비중은 62%다. 문제는 우리나라 유류세 구조가 가격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정세금의 성격이어서 앞으로 원유값이 더 떨어지면 세금비중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2013년만 해도 한국의 유류세(휘발유 기준) 비중은 44.66%였다. 이는 전체 OECD 평균(50.12%)을 밑도는 수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으로 붙는 세금구조로 인해 유류세 비중은 62%선을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유류세 비중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는 이스라엘(68.0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유류세가 높기로 유명한 네덜란드(61.93%), 영국(61.05%)과 비슷한 수준이다.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했을 때는 유류세비중이 40%대였지만 지금은 유가하락으로 세금비중이 60%대로 껑충 뛴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유류세제 개편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유가의 역설, 유류세 인하 논쟁으로 번질까 촉각

똑 같은 세금을 수년간 걷고 있는데도, 유독 최근 들어 유류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유가하락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폭락하는 등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유가도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 내림폭이 국제유가 하락세를 못 쫓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으로 붙는 세금 탓이다.

▲ 휘발유 1리터당 소비자가격 1390.32원에 붙는 각종 세금이 62%를 넘어섰다. 높은 유류세 비중은 소득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거둬 오히려 저소득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소득의 역진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미러]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월13일 기준 1390.32원을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값이 13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월22일 1384.36원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지금 추세라면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유가 역시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지난 12일 장중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는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추세라면 배럴당 10달러선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값은 작년초만 해도 550원대를 기록했었다. 그런 것이 지금은 411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여기서 100원이상 더 떨어지게 되면 공장도가격은 300원대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체 휘발유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비중은 70%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1000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세금이 700원이라면 국민여론이 좋을 리 없다.

이미 한국주유소협회는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통해 세금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전국 회원 주유소마다 “주유 5만원에 세금이 3만50원”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회장은 “담배 가격의 74%, 술의 53%, 휘발유의 60%이상이 세금인 상황”이라면서 “술, 담배, 기름 등 성인들이 많이 애용하는 개별 품목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지금 국가가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회장은 “우리나라가 소득불평등이 굉장히 악화돼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국가에서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거둬서 없는 사람한테 나눠주는 그런 정책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이른바 소득의 역진성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유류세 인하와 관련하여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에 가까웠던 지난 2008년 한시적으로 교통세, 주행세를 인하한 전례가 있지만 당시 소비자 체감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오히려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관세와 부가세수입 축소가 전체 세수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건들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가가 더 떨어져 70%에 육박한다면 유류세 인하 압력을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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