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윤인호 동화약품 전무, '디더블유피홀딩스' 설립해 '옥상옥' 승계 꼼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제약사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 승계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는 거의 대부분 그룹 계열사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오너 3세의 기업승계가 비교적 쉽다.
상장기업은 오너 3세가 회사 주식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면 문제가 없지만 지분 매입에 따른 비용이 많아 쉽지 않은 방법이다. 또한 오너 3세가 기업 지배력을 확보할 만큼 시장에 주식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승계를 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 오너 3세에게 물려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주식 가치를 떨어뜨려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너가 주식을 3세에게 넘겨주면 되지만 이에 따른 증여세 등 세금 문제가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이처럼 경영권 승계에 따른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약사들은 ‘홀딩스(지주사)’ 체제 지배구조를 만들어 승계 작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 윤인호 동화약품 전무, '옥상옥구조' 승계구도 마련 논란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홀딩스 체제로 승계구도를 마련한 대표적 기업이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이다.
동화약품은 (故)윤광렬 명예회장 아들 윤도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이제 손자 윤인호(38·사진) 전무로 승계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홀딩스의 가장 이상적인 운영 방식은 자본을 모아 자회사를 설립해 상장시키는 것이다. 즉 홀딩스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는 얘기다.
윤 전무가 설립한 ‘디더블유피홀딩스’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껏 행보를 따져보면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윤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설립됐다는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윤 전무는 지난 2019년 디더블유피홀딩스를 설립 직후 그해 12월에 9만9000주(액면가 5000원)의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5억9500만원으로 늘렸다. 또 디더블유피홀딩스는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다. 동화지엔피는 동화약품에 까스활명수 등 유리병을 납품하는 기업이자 최대주주다.
■ 윤인호 전무, 동화지엔피 최대주주 어떻게 가능했나
동화약품 지분 분포를 보면 △동화지엔피 15.22% △가송재단 6.39% △윤도준 회장 5.13% △윤 회장 일가 3.85% △윤인호 전무 2.30% △동화개발 0.77% 등으로 돼 있다.
윤 전무는 최대주주인 동화지엔피 지분을 디더블유피홀딩스를 설립해 매입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9년 12월 동화지엔피 지분을 디더블유피홀딩스에 약 60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윤 전무가 60억을 주고 동화지엔피 지분을 사들인 셈이다.

그러나 윤 전무가 자금 60억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는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동화약품이 동화지엔피 주식 전량(9.91%)인 11만8878주를 디더블유피홀딩스에 매각했는데 1주당 5만500원이라는 점은 밝혀졌다.
동화지엔피 주주 현황은 △디더블유피홀딩스 85% △가송재단 10% △테스 5% 등이다.
동화지엔피는 디더블유피홀딩스가 설립되기 전 주식 120만주를 발행했다. 주요 주주는 △동화개발 19.81% △동화약품 9.91% △윤도준 회장 8.86% △가송재단 10% △테스 11.6% △기타주주 39.82% 등이다.
이에 따라 총 75.09%에 달하는 90만1080주를 매입해야 지금처럼 디더블유홀딩스가 동화지엔피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디더블유피홀딩스가 동화지엔피 1주를 5만500원에 매입한 것으로 유추해 계산하면 적어도 455억454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 윤인호 전무, 디더블유피홀딩스 통한 동화지엔피 경영 참여
윤 전무는 디더블유피홀딩스를 설립한 후 동화지엔피 지분을 매입해 적극적인 경영참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전무는 현재 동화지엔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공시에 따르면 동화지엔피의 지난 2019년 당기순이익은 14억3166만원이었다. 2020년 당기순이익은 216억854만원으로 급성장했다.
영업에 따른 현금 흐름은 지난 2019년 29억3356만원이었으나 2020년 48억2560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동화약품 매출 증가로 동화지엔피가 납품을 많이 했을 경우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동화지엔피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면 투자활동으로 현금 유입이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동화지엔피는 지난 2020년 511억1907만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토지 처분이 251억2563만원이었다.
■ 비상장사가 상장사 쥐락펴락하면 경영 투명성 악화 우려
디더블유피홀딩스와 동화지엔피는 상장사가 아니다.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그러나 비(非)상장사인 디더블유피홀딩스와 동화지엔피는 의사결정 과정을 비공개로 한다.
문제는 비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갖고 있는 상장사를 지배하면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현행법상 상장사 위에 홀딩스를 설립하는 이른바 '옥상옥' 지배력이 불법은 아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홀딩스 체제의 기업 지배구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등장한 경영방식”이라며 "상장사 위에 홀딩스가 지배력을 가져가는 것을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사 동화약품 위에 비상장사 동화지엔피가 있고 디더블유피홀딩스가 설립됐다는 점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주사를 만든다"며 "단순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사를 만든다면 사내유보금이 투자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분 매입 등으로 흘러가면 이는 좋은 경영 사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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