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家 최초 상속권 분쟁에 눈길 모아지는 이유
LG 家 '형제의 난 무풍지대' 70년만에 '휘청'
구 회장 세 모녀, 재산상속 절차 밟아
LG "㈜LG 지분 LG家 대표해 의결권 행사하고 임의처분 불가능"
세 모녀 소송, 재산 분할 아닌 구 회장 경영권 흔들려는 분석도 나와
김 여사와 두 딸 보유 지분 합쳐도 경영권 위협할 수준 되기 힘들 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선대 때부터 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하는 ‘인화(人和) 경영’과 ‘가족애’를 중시해 온 LG家(가) 전통에 균열이 생겼다.
최근 구광모 LG 회장 모친 김영식 여사,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재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이 지난 70여년 간 훈장처럼 여겨온 ‘형제의 난 무풍지대’ 타이틀이 무너졌다.
LG의 상속재산 분할은 故(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했을 무렵인 4년 전 정리된 사안이다.
1947년 1월 5일 출범해 올해 창사 76주년을 맞는 LG는 70여년의 경영 역사에서 형제 간 다툼 없는 지분·재산 정리 가풍을 자랑해온 만큼 이번 갈등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인화경영’ LG家 어쩌다 재산상속 갈등에 휘말렸나
14일 LG에 따르면 최근 구 회장 모친과 두 여동생이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재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포함해 총 약 2조원이다. 앞서 선대회장이 별세한 이후 구 회장과 세 모녀 등 상속인 4인은 ‘장자승계’ 등 가풍을 토대로 재산상속 절차를 밟았다.
네 사람은 수차례 협의를 거쳐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데 합의했다.
그동안 LG家 원칙과 전통에 따르면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은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돼야만 한다. 하지만 구 회장이 세 모녀 요청을 수용해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가 각각 ㈜LG 지분 2.01%(당시 약 3300억원), 0.51%(당시 약 830억원)를 확보했다.
그런데 세 모녀는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4년전 합의가 끝난 사안인데 다시 재산분할 요구하며 가문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LG 관계자는 “창업회장부터 명예회장,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집안 내,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가풍이 있다”며 “이러한 가풍은 가족 간 협의와 합의 덕에 흔들리지 않고 지켜져 왔고 여러 차례 상속과 계열분리 과정도 잡음 없이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4대에 걸쳐 이어진 LG 경영권 승계 룰”이라며 “이번 상속에서도 LG家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상속인들이 이 룰을 토대로 협의를 거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LG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하고 추대한 이후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방식”이라며 “㈜LG 최대주주 구 회장이 확보한 ㈜LG 지분은 LG家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임의처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47년 창업 이래로 LG家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기반으로 집안 어른의 양해와 이해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해 왔다”며 “75년 간 경영권과 더불어 재산 관련 분쟁이 없었던 점은 모두 주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의 쟁점은 선대회장의 유언장이다. 세 모녀는 선대회장이 유언을 남겼고 이에 근거해 재산분할이 이뤄진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후 별도 유언장이 없다는 점을 알았다며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상속재산은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 비율로 할당돼야 한다.
이에 대해 LG는 유언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고 만일 유언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협의 당시 보여달라고 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 단순 재산다툼일까, 아니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까
재계는 이례적인 LG의 가족 간 재산분쟁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 모녀 소송이 단순한 상속재산 재분배가 목적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이목이 쏠린다. 소송의 궁극적 목적은 재산분할이 아니라 구 회장 경영권을 흔들려는 시도이며 그 배후에는 제3의 인물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준다고 가정하면 모녀의 ㈜LG 지분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선대회장이 남긴 ㈜LG 지분 11.28%는 김 여사를 제외한 세 자녀에게 돌아갔다. 가장 많은 8.76%를 상속받은 구 회장은 15.04%의 지분률을 확보했다. 각각 2.01%, 0.51%씩 가져간 자매 지분율은 2.92%, 0.72%가 됐다.
만일 재판에서 세 모녀가 승소한다면 선대회장 지분은 김 여사 3.75%, 구 회장 및 자매에게 각각 2.51%씩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구 회장 지분은 기존 15.95%에서 9.7%로 줄어든다. 반면 김 여사 지분율은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률 4.2%에서 7.95%로, 구연경 대표는 2.92%에서 3.42%로, 구연수 씨는 0.72%에서 2.72%로 오른다. 이에 따른 세 모녀의 합산 지분은 14.09%로 구 회장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다만 설령 세 모녀가 ㈜LG 지분 재분배를 통해 경영권을 흔들려는 생각이 있었더라도 경영권 분쟁 이슈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은 41.7%로 김영식, 구연경, 구연수 씨가 보유한 지분은 7.84%에 불과하다”며 “김 여사와 두 딸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더라도 14.09%인데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계에서 지분이나 재산을 둘러 싼 가족 간 갈등은 흔하게 목격되는 사례였다. 지분·재산을 둘러싼 소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고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할 수 없다.
실제 삼성家에서도 이병철 창업회장 장남 이맹희 전(前) 제일비료 회장과 삼남 이건희 선대회장 사이에 상속재산을 둘러싼 재산분할 소송 갈등이 있었다. 공개석상에서 서로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던 두 회장은 결국 형제 관계를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한진그룹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작고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경영권 다툼이 치열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근거로 KCGI,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조성해 조 회장 퇴진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공개 비판까지 벌어지며 ‘난매의 난’은 극에 치달았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인화경영을 토대로 처음 회사를 함께 일군 허씨 가문과 분리할 때도 갈등 없이 분리됐다”며 “재산다툼이 없는 기업으로 좋게 평판나 있던 만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배우자 1.5대 자녀 각 1 배분이 원칙이지만 LG는 그동안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재산을 분배해 왔다”며 “그동안 지켜온 가풍이 있었을지라도 시대 흐름에 따라 법정 상속 기준을 지켜줬다면 형제간 갈등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지분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 똑같이 나누되 경영권은 구 회장에게 일임하는 등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영권 분쟁이 없도록 원활한 방향의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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