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99)] 방공유도탄여단장⑨ 수도권 대공방어를 책임지는 서울의 0여단장으로 부임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4.14 10:42 ㅣ 수정 : 2023.04.14 10:42
여단장은 산에서 뛰어가는데... 체력 약한 몇몇 간부들은 걸어가도 기진맥진
0 여단장 이임식 / 사진=최환종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유도탄 사격대회도 무사히 끝나고 가을이 깊어져갔다. 그리고 어느덧 진급자 발표 시기가 다가왔다. 많은 기대를 하였으나 2성 장군 진급에 누락하였다. 다시 느껴보는 패배감... 이제 1년 후 연말이면 전역을 해야 한다.
며칠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다음 보직은 수도권 방공을 담당하는 제 0 방공유도탄여단장으로 결정되었다. 마음 같으면 정들었던 이곳에서 조용히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으나(여기 0여단 본부는 도시에 인접해 있기는 하지만 주위 환경이 조용해서 마치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산간벽지에서 근무한 필자는 여기같이 공기 좋고 조용한 환경이 익숙하고 좋았다), 서울에서 생활하며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직 결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을 앞두고 0여단장 임무를 마치고는 서울의 0여단장으로 부임하였다. 몇 년 전에 방포사 참모장 임무를 끝내고 서울(국방전비태세검열단)로 올라갈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에 가서 마음 편하게(?) 지내며 군 생활을 마무리하리라 생각했었지만, 이번에는 여단장으로서 수도권 대공방어를 책임지는 자리에 가는 것이다.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사령관에게 0 여단장 보직 신고 후, 사령관이 여단장 지휘흉장을 달아주고 있다. / 사진=최환종
0여단장 취임식을 마치고는 대회의실에서 여단 전 참모들과 인사하며 지휘방침을 하달했다. 필자가 강조하는 사항은 1년 전 0여단장에 부임할 때와 똑같았다. ‘전투준비태세 완비’, ‘견적필살 일격필추(見敵必殺, 一擊必墜)’, ‘責任은 나에게, 功은 부하에게’ 등의 취지로 훈시를 하고는 여단 본부 지역을 둘러보았다. 몇 년 만에 다시 보는 정든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0여단은 필자가 몇 년 전에 참모장을 하면서 여단본부 및 예하 포대의 수준과 간부들의 분위기를 파악했던 터라 부대를 장악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서울에서의 여단장 생활은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그중에서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장군이면 부대 내에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장군에 대해서 그런 인식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한번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장군이 되면 바뀌는 100여 가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바뀌는 사항이 계급장, 지휘관 전용 차량, 운전병, 부관 등등 100여 가지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전부터 들었던지라 하루는 일과 후에 작전참모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정말 그 기사 내용이 맞는지 따져 보았다. 과연 100여 가지가 되는지. 작전참모하고 한참을 따져 보다가 웃었다.
그런 식이라면 100여 가지가 아니라 수백 개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결론 지으면서. 그만큼 군대 얘기는 과장도 많고 허구도 많다. 필자가 들어본 내용 중 가장 황당하고 유머 가득한 거짓말 중의 하나가 ‘월남전때 스키 부대에서 근무했다’는 것. 필자가 중고등학생일때 그런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허구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왜 그렇게 자기 과시들을 하는지.
한편, 여단장 부임 후에 매주 수요일 오후에 시행하는 전투체육 실태를 보니 ‘전투체육’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간부가 꽤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밀린 업무가 있어서도 그랬겠지만, 군인이 평소에 체력을 단련해야 유사시에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1월 중순의 어느 전투 체육일에 비상 근무 요원을 제외한 전 간부들과 함께 인근의 야산으로 등산(등산이라기 보다는 하이킹에 가까운 성격이었지만)을 했다.
그런데 산 정상의 높이가 400m 정도 되는 낮은 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처지는 간부가 더러 있었다. 나중에 일부 간부들의 표현을 들어보니 여단장은 산에서 뛰다시피 가는데, 몇몇 체력이 약한 나이 많은 간부들은 걸어서 가는데도 기진맥진하더란다.
간부들과 산행 / 사진=최환종
간부 격려 회식 / 사진=최환종
체력이 약한 간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간부들은 부대를 벗어나 인근 야산에서 산행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운동하기에도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서 가급적 전투체육일에는 간부들을 인근 야산으로 산행을 보냈고, 가끔은 필자도 간부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그리고 산행과 별도로 가끔 계급별로 부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하며 간부들과 소통하며 지휘관과 간부들과의 간격을 줄이고자 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부대 장병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자 했는데, 그때 초청했던 저명한 사계 전문가중 한 명이 몇 년 전에 국방 TV에서 방영되었던 ‘토크멘터리 전쟁사’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임용한 박사(역사학자)’였다.
임용한 박사를 알게 된 계기는 당시 공군사관학교 교관중에 임 某 대령(필자의 공사 2년 후배)이라고 있었는데, 임대령의 친형제 중에 유명한 역사학자인 임용한 박사가 있고 강의가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임대령을 통해서 임용한 박사를 여단으로 초청하게 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