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다수 (下)] 광동제약, ‘삼다수’ 위기론 확산…의약품 판매로 회복해야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07.24 14:18 ㅣ 수정 : 2024.07.24 14:24

광동제약 매출 9170억원 중 삼다수 3095억원 차지
지난해 삼다수 9.8% 가격 인상 따라 광동제약 판관비 5.7% 증가
동원그룹 생수 4공장 증설...광동제약 삼다수 판권 입찰 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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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광동제약 대표. [사진=광동제약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광동제약이 제약사임에도 의약품이 아니라 음료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생수 '삼다수' 판권을 받아 시장에 유통하고 있는데 이 매출 비중이 전체 33%를 차지할 정도다. 

 

삼다수는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 40.3%로 업계 1위를 공고히 지키고 있어 광동제약 매출에 있어 '효자'인 셈이다. 다만 최근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의 판매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광동제약의 판관비 지출이 많아졌는데, 동원그룹까지 생수 시장 확대에 나서자 위기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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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 그래픽=뉴스투데이]

 

24일 공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3년간 매출액(별도)은 날로 증가했다. 지난 2021년 8252억원과 2022년 8505억원, 지난해엔 91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다수는 동기간 매출액으로 2838억원에서 2955억원을 거쳐 3095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광동제약의 위기론을 거론하고 있다. 판매가 늘어도 광동제약의 삼다수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캐시카우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동제약이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삼다수를 공급받아 위탁판매하는 방식이라 마진율이 높지 않다. 실제 광동제약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49억원에서 2022년 382억원, 지난해엔 42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사실상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이다. 

 

게다가 지난해 2월 삼다수 제조사 제주개발공사는 제품 판매가를 9.8% 인상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제품 가격은 980원에서 1080원까지 크게 뛰면서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판매량도 95만6330톤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광고 비용을 늘렸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는 2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 중 광고선전비는 405억원으로 7.8% 올랐다.

 

또 동원그룹까지 생수 사업 경쟁에 뛰어들면서 업계 내 긴장감은 고조에 달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경기 연천과 충북 괴산, 전북 완주 등 총 3곳에 생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충북 음성에 4번째 생수 공장 증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동원그룹이 국내 생수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수 생산 규모도 현재 연간 3200∼3300톤에서 4공장이 가동되는 2026년엔 5000톤 규모로 급증할 예정이다. 

 

업계 내에서는 광동제약의 삼다수 판권이 종료되면 동원그룹이 삼다수 판권 입찰에 도전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광동제약의 삼다수 판권은 오는 2025년 12월 31일 종료된다. 제주개발공사는 4년마다 '삼다수' 판권을 공개 입찰하고 있는데, 광동제약은 12년째 이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21년 삼다수 판권이 시장에 나왔을 때도 업계 내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삼다수 판권을 얻으면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실적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LG생활건강과 롯데칠성음료, 아워홈, 샘표, 남양유업, 웅진식품 등이 눈독을 들이며 눈치 싸움을 벌였으나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이 직접 TF팀을 꾸려 입찰에 성공했다.

 

동원그룹은 HMM, 한국맥도날드 등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적극 도전해 왔다. 때문에 삼다수 판권 입찰에도 도전할 것이지 않겠다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문제는 광동제약이 F&B 음료업체가 아니라 제약업체라는 점이다. 경쟁력 있는 의약품 도입하거나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투자는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됐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2% 수준이다. 2021년 1.5%와 2022년 1.6%에 비교해 늘었으나 올해 1분기는 다시 1.6%로 하락했다. 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대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밑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8.8%에 달한다. 동기간 셀트리온은 15.75%, 동아에스티는 16.3%, 유한양행은 10.5%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증권가에서도 광동제약의 정체성을 두고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2023년 7월 17일∼2024년 7월 17일)간 광동제약에 대한 기업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전무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매체를 통해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커버하는 게 마땅하지만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라며 "매력 있는 재료가 없어 리포트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업력 6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매출 절반 이상을 식음료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서야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키에시 4종을 추가 도입하거나 반려동물 헬스케어 업체 비엠스테이지를 인수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엔 광동제약은 구영태 천영물융합연구개발본부 전무이사를 부사장으로, 이재육 약국사업본부 상무이사를 전무이사로 각각 승진시켰다. 인사 단행에도 불구하고 아직 큰 변화를 내지 못한다는 업계 내의 평가다. 

 

삼다수 마케팅 전략과 향후 행보 관련 질의를 위해 <뉴스투데이>는 광동제약 관계자와 수차례 접촉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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