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롯데이노베이트, 미국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 캐즘 뚫었다
세계 충전 인프라 시장 향후 5년 내 582조원대
국내 전기차 시장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
LG전자,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 3년만에 사업 접어
SK시그넷,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본격 나서
롯데이노베이트, 미국서 50억원 대 충전기 납품 계약 체결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롯데이노베이트 미국사업 순항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기자동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기차 업체는 물론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SK시그넷(옛 시그넷이브이)은 지난 2년간 지속되는 적자에 결국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시장 진출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런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시장 캐즘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초 전기차 충전기 핵심 부품업체와 협력해 미국 등 북미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를 계기로 롯데이노베이트는 해외 충전기 시장에서 사업 영토를 넓힐 방침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간한 ‘2024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글로벌 트렌드와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22년 441억달러(약 61조원)에서 2030년 4182억달러(약 58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시장은 10년 내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탄탄한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전기차 충전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지만 캐즘을 얘기하는 데에는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급속하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이 작성한 ‘2024년 자동차 산업 평가 및 2025년 전망’ 기고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00%에서 2022년 60%대로 급감했다. 2024년 1~9월에는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로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가 주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전기차 시장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권은경 조사연구실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각국 구매 보조금 축소와 전동화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속도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소비 여력 위축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성향이 두드러져 보조금 감액과 다양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제품군) 등은 전기차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언제 확대될 지 불투명하다.
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뿐만 아니라 상당수 사업이 겪고 있는 위기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은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차별화와 이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LG전자는 최근 충전기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 철수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LG전자는 지난 2023년 6월 GS에너지·GS네오텍과 함께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LG전자는 지분 6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했고 회사 이름을 '하이비차저(HiEV Charger)'로 바꾸고 전기차 충전기 솔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하이비차저를 한 때 매출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LG전자는 지난달 22일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끝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사업이 진출 한 지 3년여 만이다.
㈜SK가 2021년 인수한 SK시그넷(옛 시그넷이브이)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시그넷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상적인 인력 재배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이 2년 연속 이어지면서 사업을 전면 개편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라고 풀이한다. 희망퇴직에 앞서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롯데이노베이트 역시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 진출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는 자회사 ‘EVSIS(이브이시스)’ 아메리카 법인이 총 50억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기 납품 계약을 수주해 미국 시장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EVSIS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라인 가동 준비를 마친 후 올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EVCS, EV Energy, EV Gateway, Lynkwell 등 미국의 유명 충전소 운영 사업자(CPO)들과 총 120여대 충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라며 "이는 모두 100kW급 이상의 급속 충전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완속 충전기 위주의 충전망을 갖췄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률이 점점 늘어나면서 급속 충전기 수요도 덩달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중국, 유럽, 한국 제품 시장점유율이 높다. 그러나 한국의 최대 경쟁국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이브이시스 아메리카 제품은 단 한 건의 오작동 접수가 없을 만큼 높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미국 CPO에 인기를 얻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이브이시스 아메리카 제품 판매 문의가 연초 대비 2배가 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1위 전기차 충전기 업체 이브이시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88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거둔 4개월 간의 매출이 적지 않은 편"이라며 "특히 미국 현지 직접투자 형태로 진출한 점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뤄냈다”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관련 업계는 롯데이노베이트의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자회사 수익성 개선’을 꼽아왔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 수주 성과로 롯데이노베이트 수익성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그는 "미국 사업의 올해 수주 목표가 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을 감안해 안심할 수는 없다"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의 중국 압박으로 롯데이노베이트 제품 문의가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