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삼성전자, 파운드리 '적자 굴레' 벗어나 TSMC와 격차 좁히려면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5.26 05:00 ㅣ 수정 : 2025.05.27 22:19

AI 반도체 수요 늘면서 파운드 의존도 갈수록 커져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병행...TSMC, 파운드리 주력
삼성,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익 늘려 파운드리 적자 줄이는 전략 펼쳐야
TSMC, 파운드리 공급가 인상 계획도 삼성전자에 사업 확대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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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AI(인공지능)의 발전은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도 함께 키웠다.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의존도 역시 커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대만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후반 메모리 제조 경험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토대로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비해 TSMC는 삼성전자보다 조금 이른 1987년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 후 파운드리 전문 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업 초기에는 두 회사 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M/S)은 TSMC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M/S는 TSMC가 67.1%를 기록해 단연 앞서 있다. 이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성적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직전 분기보다 14.1% 오른 268억5400만달러(약 36조7711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M/S는 8.1%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4분기 M/S가 직전 분기보다 1% 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파운드리 사업에서 지난해 4조2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2조원이 넘는 적자 성적표를 거머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올해 약 6조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양사 간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데에는 두 회사 경영전략 차이에서 비롯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했지만 TSMC는 애초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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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2024년 분기별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프 = 뉴스투데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 사업부 매출의 80% 가량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대신 메모리 반도체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시장 흐름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파운드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 처럼 AI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퀄컴,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은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글로벌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며 이들 4개 업체는 AI 반도체를 만들 때 파운드리에 위탁한다"라며 "이에 따라 파운드리가 이들 업체 공급망 안정을 책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관련 반도체 수요가 계속 커지다보니 파운드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삼성전자와 TSMC 간의 M/S 격차는 60% 포인트 이상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파운드리 사업 분사다.

 

종합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일부 사업부로 두고 있어 전략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TSMC처럼 파운드리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분사하면 팹리스와 경쟁를 펼쳐야 하는 고충도 해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비롯해 이미지센서, 모바일 SoC(시스템온칩) 등을 자체 설계한다.  이에 따라 팹리스는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생산만 담당하는 TSMC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과거에 '파운드리 분리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2017년 5월 삼성전자는 전문성 강화와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기존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독립하는 방식으로 내부 분리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이 여전히 DS부문에 속해 있어 분리에 따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2019~2021년 무렵 삼성전자 7nm(나노미터)와 5nm 공정에서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문제가 불거져 결국 TSMC가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 고객사를 독점하게 됐다. 이때 삼성전자와 TSMC 격차가 크게 벌어져 최근 파운드리 분사 얘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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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7년 5월 전문성 강화와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기존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독립하는 방식으로 내부 분리를 시도했다. [사진 = 삼성전자 홈페이지]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려면 분사로 가야 하지만 지금은 분사를 추진하기에 적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뉴스투데이>에 “분사는 수익성이 안정적일 때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조(兆)단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무리가 있다”라며 “메모리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파운드리 적자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함께 운영하며 적자폭을 줄이면서큰 고객을 유치해서 어느정도 경영 정상화 후에 분사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지금 시기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삼성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1977년에는 산업은행이 전액 투자한 공기업인 한국전자통신을 설립했다.  이후 1982년 한국전자통신과 삼성전자 내 반도체 사업부를 합병해 탄생한 회사가 '삼성반도체통신'이다.  삼성은 당시 한국전자통신의 주력사업인 무선, 통신 장비에서 거둔 많은 수익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적자를 메꾸면서 반도체 사업을 키울수 있었다. 그리고 1988년 11월 삼성반도체통신은 삼성전자에 흡수 합병됐고, 이를 발판 삼아 지금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김용석 교수는 “삼성전자가 HBM 경쟁력을 키워 더 많은 수익을 내 파운드리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상쇄해야 한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이면서 30~40% 수준의 2나노 공정의 수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 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부터 시장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4는 고객사 수요를 담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고객 맞춤형) 설계가 핵심이다. 이 제품은 고도화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해 파운드리 역할이 더욱 커진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생산과 함께 파운드리에서 고성능 AI 반도체를 통합 생산할 수 있는 시너지를 발휘해 파운드리 사업 반등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TSMC의 공급 단가 인상 계획에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만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전체 파운드리 단가를 약 10% 올리고 공정에 따라 최대 3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객사가 TSMC의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껴 이탈해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2나노, 3나노 양산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충분한 양산 수율을 확보하고 있는 4나노, 7나노, 14나노는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경영수익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4나노 공정은 아직도 수요가 많은 공정”이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TSMC와 비교해 서 충분한 경쟁이 공정이기 때문에 TSMC가 공급 단가를 높였을 때 삼성전자가 비즈니스를 더 활발하게 하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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