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LS전선, 해저 전력망으로 북미·아세안 등 글로벌 사업 영토 넓힌다

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5.31 07:00 ㅣ 수정 : 2025.06.02 05:39

美 버지니아주에 1조 원 투입…해저케이블 공장 본격 착공
자회사 LS마린솔루션, 세계 최대급 포설선 3458억 원 투자
베트남 정부와 전략 협의…아세안 전력망 주도권 확보 나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 셋째)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왼쪽 넷째)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서 LS전선 자회사 LS그린링크의 해저케이블 제조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미국 등 북미와 인구 7억명에 육박하는 거대 ‘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 해저 전력망 시장을 잡아라'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시대를 맞아 글로벌 에너지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LS전선이 ‘해저’를 무대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바다 위에 세워지는 거대 풍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대륙까지 끌어오는 해저케이블은 그야말로 '미래 전력망의 혈관'으로 불린다. 

 

이처럼 중요한 인프라를 책임지는 국내 주요 기업 LS전선이 최근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와 기술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LS전선은 미국에 1조 원을 투입해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이 세계 최대급 포설선(해저케이블 설치 전용 선박)을 건조해 생산부터 설치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처리)'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이와 함께 LS전선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베트남 고위급 관리와 만난 데 이어 싱가포르, 유럽 수주 성과까지 이어져  케이블 전문 회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바다  전력망 시장 선점 노린다

 

image
LS전선 글로벌 전략 요약 표 [표 = 뉴스투데이 편집]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州) 동남부 체서피크시(市)에서 약 1조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2026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해상풍력(바다 위에 설치한 풍력발전소) 시장을 겨냥한 핵심 전략 거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 변전소나 전력망으로 전달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미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30GW(기가와트, 대형 원자력발전소 수십 기에 해당)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친환경 인프라를 활용해 만든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해저케이블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LS전선은 지금까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해저케이블을 만들어 배에 실은 후 미국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내에서 해저케이블 공장을 새로 지어  케이블을 미국에서 직접 만들고 이를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바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펼치는 관세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고 미국 현지화 전략도 갖추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청(EIA)과 대형 풍력업체들도 미국 현지 조달을 우대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LS전선의 이번 공장 착공은 단순한 생산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LS전선은 최근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케이블 공급 계약을 수주해 아세안 시장에서도 기술력과 신뢰도를 다시 입증했다. LS전선 기술 경쟁력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수주 성과를 일궈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셈이다. 

 

■ 세계 최대급 케이블 설치선(포설선) 직접 제작…시공까지 가능한 ‘턴키 기업’

 

image
LS전선 해저케이블 포설선 [사진 = LS전선]

 

LS전선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은 총 3458억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급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새롭게 건조한다. 포설선은 바다 밑에 전력이나 통신 케이블을 깔 수 있는 특수 선박이다. 이 선박은 거센 바람과 파도, 수심이 깊은 환경에서도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설치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에 건조되는 선박은 1만3000톤 규모 케이블 적재 능력을 갖추며 같은 등급의 고성능 포설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단 3척만이 운항 중이다.  이와 함께 LS마린솔루션의 포설선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장거리 연속 포설(끊김 없이 케이블을 까는 작업)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LS전선은 포설선을 활용해 '해저케이블 설계 → 생산 → 시공'까지 모두 아우르는 '턴키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케이블 제작은 직접 하지만 설치는 외부 기업에게 맡기는 외주 형태를 취했다"라며 "포설선이 생기면 해저케이블 제작은 물론 직접 설치까지 가능해 수익성, 안정성, 경쟁력을 모두 거머쥘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LS전선은 ‘포설 기술’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춰 글로벌 해상 전력망 사업에서 손에 꼽히는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라며 “이런 종합 역량은 특히 미국·유럽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압도적인 무기가 된다”라고 밝혔다.

 

■ 베트남 등 아세안까지...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

 

image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 네번째), 레 만 훙 회장 페트로베트남 회장(왼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페트로베트남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LS전선]

 

LS전선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세안 시장을 미래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특히 아세안 주요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은 해저 전력망을 비롯해 △데이터 인프라 △HVDC(초고압 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전력망 등 차세대 전력 인프라 산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최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주최 만찬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안이 주도하는 2조 원 규모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 기공식의 하나다.  이는 LS전선이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에 투자한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초청된 것이다.

 

LS전선은 이번 만찬을 계기로 사업 영토를 관련 리조트 프로젝트의 전력·통신 인프라 공급까지 넓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LS전선은 또한 이달 21~22일 이틀간 하노이에서 ‘아세안 전력 워크숍’을 주최해 자회사 LS에코에너지, LS마린솔루션 경영진과 함께 현지 생산기지 확충과 기술 협력 방안, 정책 연계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LS전선은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과 고위급 회담을 열어 해저케이블 공장 설립에 필요한 세제 감면, 정부 보조금 등 실질적 지원 방안까지 협의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나 설명회를 뛰어넘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S전선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베트남은 앞으로 글로벌 HVDC 전력망 구축의 중심 허브가 될 지역”이라며 “지중 전력망(땅속 송전망), 해저 전력망, 데이터 통신망까지 아우르는 종합 인프라 전략을 통해 아세안 전체 시장 주도권을 LS그룹이 확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