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공급절벽에 공사비·규제 압박까지…분양가, 10년새 2배 올랐다
부족한 공급 물량...지난해 반토막 수준
악화일로 걷는 건설경기...회복은 묘연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건설 경기 전망은 어둡지만, 아파트 분양가는 멈추지 않고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10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분양가는 공급 부족과 원가 상승을 포함한 여러 압력으로 내려올 기미가 없다. 하반기 역시 별다른 하방 압력이 없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은 더욱 높아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부동산R114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평균 3.3㎡당 분양가는 2015년 988만원에서 2024년 2066만원으로 10년간 약 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3.1배의 제주이며 △대전 2.5배 △서울 2.4배 △광주 2.4배 △울산 2.2배 △경북 2.1배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분양가 상승이 지속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의 민간 아파트에 대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도입한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6월 이후 민간분양 아파트는 5등급(에너지자립률 20~40% 미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초기 투자비용 상승이 예상되며 올라간 공사비 만큼 분양가도 오르게 된다.
공사비 상승 압력 또한 여전하다.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5년 5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 관련 각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으며 일반철근과 고장력 철근, 형강 등은 직전월 대비 가격이 소폭 올랐다. 건설용 중간재 수입품은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5% 이상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다.
부족한 공급 물량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14만6130가구로 지난해(25만8787가구) 대비 약 56%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17만2670가구 이후 역대 최저치다.
국내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상황이 좋다면 지역이 어디든 분양 일정을 잡는데 거리낌이 없겠지만 현재 지방의 미분양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 지금은 일정을 잡는데에 매우 조심스럽다"며 "서울, 그리고 경기도의 몇몇 지역을 제외한다면 조합의 요구가 있지 않는 이상 쉽사리 계획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데이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다"면서 "데이터 중에는 이번 연휴에 소비가 얼마나 늘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던 만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 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는 수요자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매수 의지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진다.
29일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 3일에서 9일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1년 전 대비 12.7%, 전주에 비해서는 18.4% 감소했다. 온라인 지출 또한 1년 전과 전주 대비 각각 5.1%, 18.9% 감소했으며 가맹점의 카드 매출액도 각각 13.4%, 22.7% 씩 줄었다.

회복이 묘연하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건산연은 '건설경기실사 실적·전망지수' 리포트를 통해 "2025년 5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전망지수’는 71.9로 4월 ‘종합실적지수’(74.8)보다 2.9p 낮은 수준"이라며 "종합전망지수(71.9)는 100 이하로 4월 건설경기가 3월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우세하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은 여러 외부 요인과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공사비, 인건비 등이 꾸준히 오르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나며 비용도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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