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M&A 규제 개선에 증권가 주관 수익 기대감 커지나
지난해 M&A 시장 규모, 전년比 절반 수준
삼성證-HMM 등 연초 시장 활성화 기대↑
금융위 내달 1일부터 공개매수 개선안 시행
"질적 성장 부족"…한국형 IB 경쟁력 높여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공개매수와 매각 등을 진행하는 기업이 등장하며 연초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달 1일부터 M&A 관련 방안을 개선하기로 발표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벌써 대형 딜을 수임한 증권업계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형 IB가 양적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질적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관련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난해 위축된 M&A 시장…연초 활성화 기대감↑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국내 M&A 시장 규모는 7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기록한 134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M&A 시장은 2021년까지 글로벌 추세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며 크게 위축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규모도 3조1000억달러(약 4000조원)에서 1조4000억달러(약 1800조원)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다만 M&A 시장은 올해 들어 공개매수와 매각 등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에 주관사에 선정된 증권사들도 수수료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이자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는 HMM의 매각 주관사 자리를 차지했다. 매각 대상은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40.64%, 해당 가치가 4조원이 넘는 만큼 삼성증권은 수백억원대의 주관 수수료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 한샘의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며 3억원의 수수료를 챙겼고, 지난 26일 에스엠의 공개매수도 흥행에 성공하며 15억원의 수수료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주관에 나서 11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올렸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공개매수 중인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는 내달 11일까지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성공적으로 종료된다면 NH투자증권은 추가 수수료를 챙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M&A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기도 했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올해 많은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고자 기업 분할이나 사업부 매각에 나서고, 여기서 평가가치가 매력적으로 할인되며 더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M&A는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둔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당 시점이 매력적 평가가치에 따른 기업인수 최적의 기회가 도래하는 시기"라며 "이에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M&A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PwC의 연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CEO 중 60%가 올해 예정 M&A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응답했다. 경기 둔화기인 만큼, 단기 성장성보다는 견고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디지털화나 ESG, 탈 세계화 등 메가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군에도 신규 투자 의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금융위 "M&A 규제 대폭 개선할 것"…내달 1일 공개매수 제도 개선안 시행
최근 증권사들의 M&A 딜 수임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M&A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으며 관련 시장 확대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1층 컨퍼런스홀에서 '기업 M&A 지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는 앞서 지난 10일 열린 '기업 M&A 지원 전문가 간담회'에 이어진 후속 세미나로, M&A 지원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금융위는 국내 기업 M&A 관련 규제를 대폭 개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M&A 시장 위축은 우리 경제가 통제하기 어려운 거시경제적 여건 악화에 크게 기인하고 있지만, 국내 M&A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M&A는 여러 법률에서 규정돼 획기적인 규제 개선이 쉽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시장 역할이 여전히 미흡한데다가 새로운 산업구조와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M&A 규제 대폭 개선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 강화 △산업재편 수요에 대응한 전략적 M&A 지원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등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규제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방안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그 일환으로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논의된 바 있는 '공개매수시 사전 자금확보 부담 완화 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제도상 기업이 주식을 공개매수하려는 경우, 결제 불이행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매수자가 충분한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증빙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이를 증빙하는 수단으로 예금 등의 보유를 요구하면서 공개매수자는 해당 자금을 금융 기관에 예치해야 했고, 이에 실제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불필요한 유휴자금을 확보하는 등 과도한 부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공개매수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확약 등을 받은 경우에도 자금조달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 개선이 공개매수자의 자금확보 부담을 상당히 완화하는 동시에 M&A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양적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 부족"…M&A 시장 활성화·IB 수익성 개선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형 IB가 해외 IB보다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며, 자기매매·위탁매매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별로도 사업구조에 차별성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IB는 종투사 도입 후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질적 성과는 다소 부족하다"며 "종투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과 순영업수익이 크게 성장했지만, 해외 IB 대비 자기자본 규모 및 ECM·DCM, M&A 주관 부문 순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M&A 주관사 순위 상위권에는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미국계 IB들이 상위권에 있었다.
반면, 한국계 IB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A증권사는 한참 뒤처진 66위에 자리했다. 주관 규모도 1위인 모건스탠리의 1454억7500만달러(약 190조원)의 1.63%에 불과한 23억7700만달러(약 3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형 IB의 경쟁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업무범위 확대 △뉴노멀 대응 강화 △글로벌 영역 확대 △기업금융 역량 강화 △체질개선 및 신뢰회복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M&A 시장을 활성화 하고, ECM·DCM 경쟁력을 제고해 한국형 IB의 수수료율 등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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