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고립된 비대면 진료 산업계, '초진' 포함 원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반대
산업계 “현장에서 초진‧재진 의미 없어”…“코로나19 시기처럼 비대면 진료해야"
개원가, 비대면 진료에 초진 허용하면 “시범사업 안하겠다” 입장 고수
약사회, 비대면 진료 자체에 부정적 반응..."급작스런 비대면 시범사업 이해 못해"
환자단체연합회, "산업계의 초진 허용 주장은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 지연 행위"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부가 오는 6월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해 최근 사회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계(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가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상태인 반면에 의료계와 환자단체등은 반발하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관련 이익단체 등을 전반적으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계를 제외한 이익단체들이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따라서 향후 조율과정에서 '초진'을 제외한 형태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12일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에 초진을 산업계가 포함시키려고 하는데 이를 개원가(동네의원)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 “시범사업도 의료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데 산업계가 초진 포함을 지금과 같이 주장하면 의료계와의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초진을 비대면 진료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하지만 초진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특히 국내 유수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모인 단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코로나19 상황 3년간 해왔던 그대로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그동안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면서 참여한 의료진들은 현장에서 초진과 재진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지금까지 의사 스스로 비대면 진료 유무를 판단해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초진과 재진을 구분하지 않고 지금 상태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의약 서비스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 정상화 됐는데 비대면 진료를 중단한다고 해서 혼란이 있는지 경험해보지 않고 급작스레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시행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평가분석도 내놓지 않고 산업계의 편만 들어 시범사업 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인데 사회구성원 간 합의를 없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면 문제가 된다”면서 “비대면 진료를 강행해 의료·의약 또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했다.
■ 보건복지부, 비대면의료 시범사업 6월 1일부터 실시... 의협과 ‘4대원칙’ 합의
비대면 진료는 의료법에 근거가 없는 의료 행위다. 다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환자‧의료진‧의료기관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운영해 왔다. 최근 코로나19 관리 체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면서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이 종료됐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3년간 1379만명이 총 3661만회(코로나19 재택치료 포함)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를 일시에 중단할 경우 환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고려해 정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대면 진료 원칙 하에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등의 4대 원칙에 합의 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지역 거주자들과 만성신부전 환자와 같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또 최근 김성원(국민의힘‧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은 비대면 진료 상시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초진부터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면서 “의료·의약계가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재진만 허용하고 있는데 산업계는 초진을 주장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테스트를 해본 셈인데 초진 허용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안전하게 정착한 상황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면서 “산업계의 초진 허용 주장은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늦추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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