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7A)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5.30 12:11 ㅣ 수정 : 2023.05.30 12:11

인도는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에 모두 참여하면서 ‘소다자 회의체’ 통해 전략적 자율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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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는 동맹 관계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하며, 그래서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에 대해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란 제목으로 총 9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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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미·중 패권경쟁은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 간 대결로 치닫고 있어 대부분 국가는 양 진영 중 어느 한쪽 진영에 속해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양 진영 모두 가담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미국 진영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때로는 러시아를 지원하고 중국과도 소통을 단절하지 않는 등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고 있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영토 문제로 전쟁을 했고 오늘날에도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로 흐르는 2,840㎞의 브라마푸트강(중국명 雅魯藏布江)에 산샤댐 3배 규모의 세계 최대의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안보 위협과 수자원 갈등도 점차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용품 등이 인도 시장을 잠식해 인도인들은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1960년대에는 소련과 손잡았다. 현재도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로부터 군사 장비를 수입하고 있으며. 인도군 무기와 장비의 80%는 러시아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G2로 성장하자 러시아와 협력만으로는 중국을 상대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미국과 연대하고 있다. 

 

미국 진영이면서 중국 진영에 속하는 인도의 힘은 ‘다자동맹’에서 나와

 

인도는 2017년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창설 멤버로 2020년 11월과 2021년 10월 인도양에서 쿼드 회원국과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2022년 12월에는 인도-중국 접경 지역인 아물리 (Auli)에서 미국과 연합훈련을 시행한 바 있고 2023년에도 시행 예정이다. 또 2022년 8월 호주에서 열린 17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에 공군을 파견했고, 2023년 1월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호주 및 UAE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OECD 주요국인 영국, 캐나다, EU와도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도는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미국 진영의 일원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5개 포대(총비용 6조 5600억원)를 도입해 2022년 7월 중국과 접경지역에 배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모든 투표에 기권했고,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우회하는 ‘루피화-루블화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산 석유, 가스, 석탄 등의 수입을 확대해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2022년 9월 러시아가 주도하고 중국 등이 참여한 '보스토크(동방)-2022' 다국적 군사훈련에 군 병력을 파견했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인도군이 중국군과 함께 훈련에 참여한 것이다. 인도의 주력지 더힌두는 "인도는 이번 훈련 참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점, 국제 위기 속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점,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 등의 메시지를 주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인도는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 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며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SCO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인도와 중국, 러시아의 협력이 논의될 것이다. 이렇게 인도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소통하고 있다.

 

인도는 모두를 외교 파트너로 여겨…중국 대신해 G2 국가로 성장 주목

 

인도는 최근 다양한 ‘소다자 회의체’를 활용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23년 1월 화상으로 125개 국가를 초청한 ‘글로벌 사우스’회의를 주관했고, 2021년 10월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과 함께 ’4자 협의체(I2U2, India-Israel-US-UAE)‘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이슈 중심으로 전략적 인식을 공유하는 3자 또는 4자 회의체를 6개 결성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구는 참여국들과 인도의 관계를 증진하면서 발언권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등 어느 나라도 인도를 통제하기 어렵다. 미국은 인도를 압박할 수단이 많지 않고, 인도가 러시아로 편향된다면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과 갈등하고 있으나 미국과 러시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비동맹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소통하고 있다.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는 그 당시 상황과 국제정세를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전통적 비동맹 노선을 벗어나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우며 '다자동맹(multi-alignment)’, 또는 '전부동맹(all-alignment)‘ 외교를 펼친다고 평가하고 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도 "인도는 특정한 누구를 동맹으로 선택하지 않고, 모두를 파트너로 여기는 인도 특유의 외교 브랜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UN의 보고서는 인도가 2023년 중국 인구 14억 2,600만명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고, 2050년경에는 16억명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며 세계 5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IT 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배출하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우주 항공 등 미래핵심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미래에 중국을 대신해 G2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소다자 회의체‘ 참고하고 유럽과 협력해 전략적 자율성 찾아야

 

최근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547억 달러를 기록, 영국(8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인도 국영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는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경제는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산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에서 3번째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인도를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미국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래로 계속 동맹이었기 때문에 외교와 안보의 출발점은 언제나 한미동맹이었다. 비동맹 외교의 전통을 지닌 인도와 다른 점이다. 더욱이 미국과 우호 관계이면서 러시아와 전통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동시에 영토 분쟁 중인 중국과도 소통하고 있는 인도처럼 우리가 외교적 자율성을 위해 중국과 안보협력을 시도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을 이탈하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인도가 시행하고 있는 ‘다자동맹’ 또는 ‘전부동맹’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아직 시기상조이나, 인도와 유사한 ‘소다자 회의체’를 구성한다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유럽의 독자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2023년 5월 일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용어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즉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 대립보다 교류하고 협력하겠다는 생각이며 공동 성명에서 중국과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수립을 강조했다. 우리가 이들과 협력한다면 이슈별로 미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동시에 중국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인도가 주도하는 소다자 회의체에 가입하거나 새로운 회의체 구성도 가능하다. 이들은 미국 진영에 속하지만, 중국과도 소통하고 있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수단이다. (7B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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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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