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칼럼] KF-21 국제공동연구개발 사례 교훈 삼아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5.09 14:44 ㅣ 수정 : 2024.05.09 15:44

“국가 간 무기거래 특성과 국제관계·국내정치 등 다양한 정치적 변수와 고려요인 얽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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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뉴스투데이=최기일 상지대 교수] 오늘날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위협 속에서 불안정한 국제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K-방산이 경제와 안보를 주도하는 신성장동력 핵심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970년 태동한 한국 방위산업이 반세기가 넘도록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물이다. 

 

특히, 2022년 폴란드발 대규모 무기 수주로 170억불이란 건국 이래 역대급 수출을 달성한 데 이어 2023년에도 140억불을 기록하며 글로벌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바야흐로 K-방산의 르네상스 시대로 일컬어지며 본격적인 초호황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방산수출 권역과 대상 국가를 확장해 글로벌 무기수출 200억불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장차 K-방산의 성장에 있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방산 선진국들의 전방위적 견제와 맹렬한 추격을 대비해 국제 무기거래 시장에서 무한경쟁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국가 간 협력방안 모색과 치열한 경쟁 속에 체계적인 대응전략과 추진정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하겠다.

 

글로벌 경쟁 속에 수출 효율성 제고하려면 국제공동연구개발 적절히 활용해야

 

안보와 경제 전반에서 새롭게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는 방위산업은 방산수출을 통해 새로운 활력과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은 국가 간 특수한 국제관계와 외교동맹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수출 활로 접근이 제한되는 것이 사실이다.

 

방산수출은 국가 간 무기거래이므로 사실상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데다가 미국을 비롯한 방산 선진국들은 해외 원조 이외에도 방산기업들의 로비까지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일반적인 국제 상거래 및 통상교역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특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현재 국가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법’ 제17조 방위력개선사업 추진방법 조항과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연구개발 또는 구매에 따른 세부 추진 방향에서 국제공동연구개발에 대한 관련 문구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방위사업청 예규인 ‘핵심기술 국제공동연구개발 업무지침’을 참고할 수 있는데, 국제공동연구개발 수행 제2조 업무 목적에서 제1항 ‘무기체계 첨단화 및 고비용화에 대응하여 다수 국가가 동일 기술개발사업에 공동투자를 통한 예산 절감 및 국방획득의 효율화 달성’, 제3항 ‘공동연구개발 대상국과 무기체계 시장 공유로 안정적 수요창출 및 방산수출에 기여함으로써 방산시장 확대 도모’ 등이 명시되어 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유지함과 동시에 방산수출을 통해 고용 증대 및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에도 지대한 경제적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위산업 수출산업화 육성 추진정책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 미국과 유럽 방산 선진국들과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기에 국제공동연구개발은 적절하게 활용해야 할 주효한 방안이 되겠다.

 

인도네시아, 조건 변경해 기술 일부만 이전하는 대신 공동 분담금 하향 조정

 

해외에서도 국제공동연구개발은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데다 고도의 기술 난제를 극복해야 해 전투기 개발사업에서 주로 활용된 바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JSF, 유럽의 Eurofighter, 일본과 미국의 FSX 사업 등이 있다. 국내에서 항공기 관련 국제공동연구개발 사례는 미국과 유럽의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추진한 T-50 고등훈련기와 수리온 헬기 개발 추진사업이 시초이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체계 개발사업으로 일명 ‘보라매’ 사업이라 불리는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 전투기 개발 추진사업은 1999년 4월 국무총리 주재 회의를 거쳐 2000년 7월 국산 전투기 중장기 소요 도출에 이어 2001년 3월 고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5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KF-21 국제공동연구개발에 8조 8,000억원 규모의 총사업비 중 3분의 1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와의 국제공동연구개발 추진에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양국이 합의한 이듬해인 2016년부터다. 당초 2026년 6월까지 총개발비의 20%인 1조 7,000억원 분담금 납부가 조건이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부만 납부를 하고 분담금 축소 조정과 일부 현물 납부를 제안하는 등 납부기한 8년 연장도 모자라 급기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한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내부자료 불법 반출까지 시도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KF-21 전투기 개발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당초에 기술이전 조건을 축소 수정해 기술 일부만 이전하는 조건으로 변경하는 대신 개발 공동 분담금을 하향 조정하는 방향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선 등 국내정치 요인이 국제공동연구개발 추진의 변수로 작용해 난항 겪어

 

인도네시아는 2억 7천만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다종족 및 다종교 사회를 갖추고 꾸준한 경제 성장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와는 13번째 교역대상국이자 4번째 광물 수입국에 해당하며 천혜의 자연 광물 등 관광자원 이외에도 18,000개가 넘는 섬을 보유한 나라이다.

 

먼저, 인도네시아의 국내정치 상황에 있어 2014년에 치러진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육사 출신 예비역 육군 중장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조코 위도도는 장기 군부독재 시절을 거친 이후에 인도네시아 최초의 직선제 정권 교체를 이룬 민간인 출신 대통령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대선에서 가까스로 다시 승리한 조코 위도도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재취임하지만, 자국 강경 군부세력과 강경파의 압력에 두 번이나 대선 후보 경쟁자로 맞붙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 이어 반대파 세력들까지도 불가피하게 주요 정부 요직에 기용하게 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재임 시절 성사된 국제공동연구개발 사업에 반대해온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 측은 현재까지도 KF-21 전투기 사업에 부정적인 데다 지난 2월 실시한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당선되어 오는 10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권 교체과정 속에서 국내정치 요인이 국제공동연구개발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KF-21 전투기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참고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이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인도네시아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 42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미라지 2000-5 기종 12대를 구매하기도 했으며, 미국 보잉사 F-15EX 전투기 36대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영토 분쟁 겪으며 불편한 상대였던 말레이시아가 FA-50 기종 도입 결정

 

국제공동연구개발 사업은 지난해 2월 KAI가 말레이시아에 FA-50 경공격기 18대 수출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결정적인 암초에 직면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전투기 36대 도입사업을 발주했는데, KAI는 FA-50 경공격기 수출 성사를 위해 최첨단 ASEA 고성능 레이다, 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공중급유 사항 등이 추가된 FA-50 Block 20 기종을 제안했다.

 

당시 KAI의 FA-50 경공격기 외에도 인도 Tejas, 중국-17 등 경쟁 기종이 있었지만, 인도 Tejas 전투기는 전반적인 성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 데다 이스라엘제 레이다가 탑재되어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 정부가 채택하기 곤란했다. 파키스탄과 공동개발한 중국-17 전투기는 동종 계열 중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FA-50 기종이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슬람 종교 정통성 관련 갈등과 양국 간에 영토 분쟁이 벌어져 급기야 전쟁 상황까지 치닫게 되면서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자 강경 대처와 스포츠 경기 응원단 폭력사태 등 무수한 분쟁으로 한-일 관계 못지않게 불편한 이웃이다.

 

그런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FA-50 경공격기 도입 결정을 통해 한국산 완제기 구매국의 지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KAI로부터 향후 전투기 유지보수를 포함한 후속군수지원 분야 등에 이르는 다양한 MRO 사업 협력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방산수출은 권역별·국가별 국제관계 등 다양한 정치적 고려요소 감안해야

 

우리나라는 미국 록히드마틴 F-35A 기종을 도입했지만, 기체 부품 진단 또는 결함 수리를 위해서는 호주 또는 일본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2027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자체 정비가 가능하도록 창정비 조건을 변경하게 됐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미국산 전투기를 도입하고도 정작 정비를 하려면 일본에 가야 했다.

 

2022년 2월 우-러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 동북부에 위치해 국경을 맞닿아 있는 폴란드는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인과 폴란드인 간 걷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양국 민병대와 자경단에 의해 약 수십만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학살이 자행됐던 역사적 아픔과 갈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폴란드는 한국산 무기 도입을 반대하던 야권연합이 총선에 승리하면서 한국산 무기 도입 전면 재검토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최근 K-9 자주포 수출이 서유럽과 북유럽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배경도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유럽 내 전통과 문화, 정서 등을 이해해야 정확한 시장 접근과 분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국가 간 무기거래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이나 교역 및 통상의 성격보다 동맹이나 국제관계 또는 국내정치 등의 다양한 정치적 변수와 지리적 또는 역사적인 고려요인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까지 불거지고 있는 KF-21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 이면에도 인도네시아 국내정치와 더불어 국제정치에 대한 원인과 배경이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해당 사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양국 간 원만한 합의가 조속하게 이행되어야 하겠다.

 

전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와 신흥안보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경제안보와 방산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국제공동연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KF-21 사례를 교훈 삼아 권역별 및 국가별 고도의 방산수출 전략 수립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방산수출 증대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국제공동연구개발 추진 등을 통해 방위산업 공급망 강화와 기술 교류를 확대하여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긴밀한 공조 협력체계 이외에도 마케팅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기일 프로필▶ 상지대학교 입학처장,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학부장 겸 군사학과 학과장, 상지대학교 평화안보상담심리대학원 안보학전공 주임교수,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통일안보전략연구소 명예이사장, 모병제추진시민연대 상임고문,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추진위원·홍보대사, 한국유권자중앙회 국민선거감시단,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문심리위원·특수분야감정인,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인재영입(11호)·선거대책위원회 세계5대강군위원회 공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국방안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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