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11)] 첫 번째 중독-알고리즘이 일으킨 쿠데타

민병두 입력 : 2025.03.01 06:55 ㅣ 수정 : 2025.03.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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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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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자신의 관저 앞에 모인 지자들에게 직접 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애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로 지켜보고 있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0.73%로 승리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긴 승리도 부정선거라고 믿고 있다. 21대 총선(2020년)을 부정선거라고 보는 심리적 기저는 조국 법무장관 기소로 게임이 끝났다고 본 자신의 믿음과 결과가 달랐기 때문이다. 22대 총선(2024년)을 부정선거라고 보는 심리는 자신 때문에 선거에서 대패한 현실을 수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집권여당 국민의힘 주요 의원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면 5-10%P 차이로 크게 이겼을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의원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여 조목조목 반박을 하자 윤석열이 크게 화를 냈다. 유경준 의원은 0.73%로 패배한 쪽에서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데, 승자가 그런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정권이 출범하고 6개월이 채 안되어 할로윈데이에 이태원에서 159명이 압사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22년 12월5일 윤석열과 만났다. 국가조찬기도회 자리에서 잠시 독대를 했다. 윤석열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이태원 참사에 강하게 의심가는 것이 있다”, “이 사고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진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 2024년 7월 발간)

 

김진표 의장은 “극우 유투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이태원 참사를 진보 쪽에서 유도했다는 음모론에 빠져있어서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끝까지 감싸안은 것이다.

 

윤석열이 즐겨 본다는 ‘이봉규TV’는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아보카드 오일을 (이태원 골목에) 뿌렸다는 의혹이 나온다”(2022년 11월 7일), “촛불 세력 합류 시간과 대형 참사 사건이 맞물린다”(2022년 11월 8일)고 주장했다. ‘가로세로연구소’에는 곽성문 전 한나라당 의원이 출연하여 “(할로윈데이 전날인) 28일 금요일 저녁부터 MBC라든가 KBS라든가 JTBC가 거의 모든 지상파 방송과 종편들이 사고가 난 입구에서 마스크가 없는 할로윈 축제다. 이태원으로 오라는 식의 보도를 했다” (2022년 11월1일)고 말했다.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독대 후 돌아 온 김진표 의장과 통화한 메모를 공개했다. 윤석열이 김진표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극우유튜버들 주장이 그대로 뇌세포에 활자 찍히듯이 입력되어 있었다.

 

대통령실은 김진표 의장 회고록에 대해 “관계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진표 의장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반응이 나왔다. 아마도 윤석열이 조사하라고 한 의혹에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이태원 참사, 선거 관련 보도 뿐만 아니라 국방 안보 등 현안에 대한 정보도 유튜브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을 할 때나 안보실장을 할 때 대통령이 안보 현안, 국방, 무기 체계 등을 다룬 유튜브를 보내줘서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신원식 실장은 윤석열이 ‘그라운드 씨’, 이정훈TV를 보니 좋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신원식이 국방장관이던 시절, 2023년 조계종 자승스님 분신 사건 당시 윤석열이 한밤 중에 군 수뇌부를 한남동 관저로 소집한 일이 있었다. 윤석열은 자승스님이 절대로 돌아가실리 없다며 국방장관 합참의장에게 대공 용의점(간첩 소행설) 얘기를 했고 이미 국정원에도 수사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뉴스타파 2025년 2월 16일)

 

윤석열은 이렇게 유튜브와 여기서 생산하는 음모론의 맹신자가 되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향받았다.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사태는 알고리즘 중독에 의해 촉발된 세계 최초의 내란일 것이다”(2025년 1월 5일)라고 했다. 알고리즘에 빠져 망상적인 상태에서 계엄을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 명단에는 이봉규TV를 포함한 극우 성향의 유튜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봉규TV의 진행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자다가도 내 채널을 본다”고 자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혐오시위를 주도하던 안정권 씨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취업한 일도 있다. 

 

윤석열은 유튜버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다. 길게는 한 시간씩 통화한 일도 비일비재한데 이렇게 하면 유튜버 입장에서는 감읍하게 마련이다. 더욱 윤석열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게 되고, 윤석열은 다시 거기에 빠져들게 된다. 윤석열은 유튜브들과 통화할 때도 거의 혼자 얘기를 한다. 윤석열이 이처럼 유튜브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되자, 기업 관계자들이 회사 총수 홍보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이 보는 채널이라는 것이 갖는 위력이다.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는 지금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TV시청은 되지만 유튜브는 볼 수 없다. 전광훈 목사는 유튜브로 중계된 광화문 주일 연합 예배(2024년 7월28일)에서 “내가 자유 통일 시켜줄 테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3년하고 그만두지 말고, 통일대통령 10년하라”고 했다. 아직도 그 소리가 귀에 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윤석열은 최초 영장이 집행되기 전에 한남동 관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레거시미디어는 너무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고했다. 그는 지금 유튜브를 시청할 수 없지만,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 극우 유튜브들은 떼돈을 벌었다. 구독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광고 수입도 급증했다. 생방송 도중 시청자들이 보내는 후원금만 해도 2월16일까지 상위 10개 채널에 6억576만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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