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3.25 08:26 ㅣ 수정 : 2025.03.25 08:26
4개 지방은행 NPL 잔액 1조원대 연체율도 상승 중..‘1%대’ 은행도 지역 경기 둔화에 상환 능력 약화 경쟁 심화 속 수익·건전성 위기감
왼쪽부터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4개 지방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가 1년 만에 35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지역 경기 둔화로 가계·기업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 경쟁 심화로 성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자산 건전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지방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총 1조129억원으로 전년 말(6640억원) 대비 3489억원(52.5%)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NPL 잔액이 지난 2022년 말(4820억원)부터 2023년 말까지 162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은행은 보유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총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NPL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으로,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을 뜻한다. NPL은 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의 NPL 잔액이 지난 2023년 말 2580억원에서 지난해 말 5476억원으로 2896억원(112.2%) 증가했다. 이 기간 경남은행의 NPL 잔액도 1595억원에서 1990억원으로 395억원(24.8%) 늘었다. 또 광주은행은 1135억원에서 1284억원으로 149억원(13.1%), 전북은행은 1330억원에서 1379억원으로 49억원(3.7%)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 그래프=뉴스투데이]
지방은행의 연체율도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부터 2024년 말까지 연체율 추이를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 0.48→0.62% △경남은행 0.34→0.45% △광주은행 0.61→0.70% △전북은행 1.09→1.09%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 평균(단순 계산)은 0.71%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 평균(0.35%) 대비 2배 이상 높다.
지방은행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건전성 악화의 배경으로 경기 둔화를 지목한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지역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도 약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빌려준 돈을 제때 거두지 못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대출 포트폴리오 중 과반을 기업대출이 채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잠재 부실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방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잔액 38조9182억원 중 중소기업은 34조6563억원(89.0%)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 경기와 성장이 위축된 지가 꽤 됐다. 제조업이나 건설업 같은 주력 기업들이 갈수록 경영 악화를 체감하는 게 관찰되고 있다”며 “지역 기업들이 지방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고 성과를 일으켜 다시 상환해 나가는 선순환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경기 전망이나 인구 구조 같은 요인을 보면 당장 닥친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편 지방은행들이 처한 이 같은 환경은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영업 구역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습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우량자산 확대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총 142조3077억원으로 전년 말(139조5202억원) 대비 2조7875억원(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5~1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4개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 단순 평균치는 2023년 말 2.33%에서 지난해 말 2.21%로 0.12%포인트(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