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스마트 조선소' 실험으로 'K-조선' 혁신
2027년 세계 최초 ‘용접 휴머노이드’ 상용화
선박 건조 생산성·효율성·안정성 개선 기대 커
스마트 조선소 구축 ‘FOS 프로젝트’ 순항
AI·빅데이터·VR· AR 등 첨단기술 총망라
정 부회장, 첨단기술 활용해 조선업 혁신 주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기선(43·사진)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가 선박 건조 현장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HD현대가 최근 잇따른 수주 행렬로 ‘일복’이 터진 가운데 정 부회장은 선박 건조에 필요한 생산·효율성을 높여 조선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HD현대의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정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 들여온 역점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정 부회장은 그동안 HD현대를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정 부회장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HD현대의 ‘FOS(Future of Shipyard·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AI와 디지털 트윈 등 혁신 기술로 생산성과 안정성을 새로운 수준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술을 뜻한다.
HD현대의 이 같은 행보는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과의 차별화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는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계 협력 대상자로 여기고 있는 ‘K-조선’의 매력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조선업계 최초 ‘용접 휴머노이드’ 현장에 투입...생산·효율·안정성↑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의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미국 AI·로봇 전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조선 용접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섰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뜻한다.
이번에 개발하는 휴머노이드는 선박 건조 현장에서 정밀 용접 작업을 펼친다. 이를 위해 개발 참여 업체들이 보유한 AI와 로봇 등 기술력이 총동원된다. 이를 계기로 HD현대는 내년까지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7년부터 상용화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HD현대로보틱스가 AI 기반 용접 자동화 기술 제공과 로봇 성능 검증을 담당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실제 조선소 환경에서 휴머노이드를 시험 가동하고 현장 적용을 위한 데이터 및 기술을 제공한다.
휴머노이드는 사람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통 제조업에서 휴머노이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받지만 아직 조선업계에는 도입한 사례가 없다. HD현대 계획대로라면 조선소에 휴머노이드가 투입되는 세계 최초 기록이 될 전망이다.
HD현대의 휴머노이드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인 만큼 기대 효과를 정량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산성과 효율성,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휴머노이드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이동성’을 보유한 점이 강점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자세로 보다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라며 “기존 산업용 로봇이 숙련공 이상으로 용접을 잘하고 있지만 업무 환경 변화 등 작업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휴머노이드를 활용한 용접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 조선소’ 구축 속도 높여 ‘K-조선’ 경쟁력 강화
HD현대는 일찍이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HD 현대 조선 계열 3개 업체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는 오는 2030년까지 첨단 조선소 전환을 목표로 ‘FOS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선박 건조 과정에 AI와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VR·AR) 등 첨단 기술을 총망라한 점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지난 2023년 12월 FOS 프로젝트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끝낸 상태다. HD현대는 또한 내년까지 2단계 ‘연결·예측 최적화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FOS 프로젝트 최종 단계인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사’가 조성되면 생산성이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박 수주부터 건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성 향상과도 직결된다.
실제 HD현대는 ‘조선업 슈퍼싸이클(초호황기)’ 진입에 힘입어 수주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총 64억9000만 달러(53척)를 수주해 연간 목표(180억5000만 달러·약 26조원)의 35.9%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859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6.2%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HD현대가 구축 중인 ‘스마트 조선소’는 대표적 노동 집약적 산업인 조선업 패러다임을 기술 집약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스마트 조선소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와의 기술적 차별화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재건에 나선 미국이 협력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HD현대의 자동화 설비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실제 지난달 30일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은 울산 HD현대 본사의 통합 디지털관제센터를 찾아 스마트 조선소와 디지털 전환 성과를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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