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 2~3번 소주 마셔요"...필리핀, '참이슬' 인기 뜨겁네
럼·브랜디 등 고도수 인기 '시들'...후레쉬 소주 대안
2020년 코로나 계기 한류 상륙...필리핀 전역 유통
대형마트 시음회·한류 팬 행사 등 현지 접점 확대

[마닐라(필리핀) /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하이트진로가 고도수 중심의 필리핀 주류 시장에서 소주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문화를 반영한 마케팅이 주효하면서, 이제는 소비자 일상 속에 소주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대형마트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엔 각종 주류들이 진열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매대 중앙을 채운 건 '참이슬 오리지널·후레쉬·청포도에 이슬·딸기에 이슬·복숭아에 이슬' 등 다양한 진로(JINRO) 소주 제품들이었다.
지난 5년간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에서 소주 유통을 책임져 온 마르필 레이어스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매장 담당자는 최근 진로 소주의 남다른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마르필에 따르면 그간 세븐일레븐 내 소주 판매량은 연평균 20∼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필 담당자는 "진로 소주는 최근 1∼2년 사이 판매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외국 브랜드지만 한국 음식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 채널에서도 '데일리 술'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과일 소주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일반 후레쉬 소주의 판매 비중이 이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2021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판매량 중 과일 소주가 6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일반 후레쉬 소주 비중이 68%를 기록했다.
마르필 담당자는 "현재 필리핀 소주 판매 비중은 후레쉬 소주가 55%, 딸기 맛 소주가 30%, 기타 과일 소주가 25%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럼과 브랜디 등 40도의 고도수 주류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저도수에 속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후레쉬 소주가 부담 없는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또 코로나 팬데믹 중 외출이 제한되자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한류 문화를 접한 것도 주효했다. 현지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K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소주와 한식을 함께 먹는 모습을 보며 소주를 접했다.
사이디(23) 씨는 "필리핀에서 주로 마시는 술의 도수는 30∼40도라 다음날 숙취가 심하지만 후레쉬 소주는 깔끔하고 숙취도 없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 번 마실 때마다 1∼2병 마신다"며 "'호텔 델루나·검법남녀' 등 한국 드라마를 보는 친구들도 대부분 소주를 알고 있으며, 파티 자리에서 소주는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 채널인 창고형 마트 S&R 멤버십 쇼핑 마카티점에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치했다. 제프 디말란타(28) 씨는 "코로나 기간 친구가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소주를 추천해줘 삼겹살,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며 "다른 술에 비해 깔끔한 맛이 좋아 일주일에 2∼3번 먹는다"고 말했다.
니콜렛 젤리 타낭 S&R 멤버십 쇼핑 바이어는 "10년 전부터 필리핀에서 소주 판매를 담당해 왔는데 코로나 기간 중 소비자들이 한류 드라마를 보면서 소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소주와 야쿠르트를 함께 섞어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소주와 함께 야쿠르트의 판매량도 증가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주 유통 전문 업체 K&L에서 만난 강정희 대표도 이와 유사한 시각을 보였다. 강 대표는 "과거엔 한인을 공략하며 제품을 유통했지만 현재는 소주가 '마시기 편한 술'로 통하면서 현지 수요가 늘었다"며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중 소비자들이 한류를 접하면서 필리핀 전역으로 소주가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필리핀에선 세븐일레븐이나 원클존스(미니스톱) 등 어딜 가든 진로 소주 제품은 다 진열돼 있다"며 "버스로만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필리핀 최상단 지역에서도 소주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K&L에 따르면 진로 소주 판매량은 2016년 20만 상자(1박스당 20병)에서 2022년 30만 상자까지 늘었다. 이후 2년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일시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2024년 30만 상자까지 판매고를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필리핀은 재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다. 이를 반영해 하이트진로는 저도수 마케팅과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대형마트 시음 행사, 현지 아이돌과의 협업 행사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 대상 오프라인 행사 '진로 나잇(Jinro Night)'과 한류 팬 이벤트, 현지 미식 행사 '메가 볼(MEGA BALL)' 후원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현지 문화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또 SNS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로 2030 세대와의 소통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필리핀 현지 7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삼겹살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서는 현지 아이돌 그룹 YGIG가 음주 라이브 방송 '진로라이브(Jinro Live)'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의 고유한 문화를 진로 브랜드와 연결하면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인의 삶에 브랜드가 스며들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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