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인터뷰] ‘31일 세계금연의날’, 백유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 “전문적 치료와 금연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

최정호 기자 입력 : 2025.05.31 06:15 ㅣ 수정 : 2025.06.02 09:10

흡연의 즐거움은 니코틴과 도파민의 작용
약물 도움 받으면 담배 끊기 수월해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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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 [사진=뉴스투데이 최정호 기자]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백유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前대한금연학회장)은 국내 금연 치료 선구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백 센터장이 금연 치료를 시작한 것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재직 직후인 2002년이다. 국내 금연 치료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4년 관련 사업을 시작하면서 제도화된 것을 미루어보면 백 센터장이 앞서서 한 것이다.  

 

백 센터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안양시 동안구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위탁 운영했으며 지난 2004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금연 보조 약물(전문의약품) ‘챔픽스’ 개발 시 국내 최초로 임상 책임자로 참여했다. 

 

30일 백 센터장은 <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원래는 비만 치료를 전문적으로 했는데 당시 권위자들이 너무 많았고 흡연 인구는 많은데 치료해 줄 사람은 없어서 금연 관련 진료를 시작했다”라면서 “금연 진료를 시작했을 당시 서울 백병원 정도만 제대로 된 클리닉이 있었으며 대한가정의학회 내에 금연연구회가 소규모로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금연 치료 병원은 많으나 전문적인 곳은 적어 아직도 불모지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금연 치료 개척부터 캠페인까지

 

병원에서 금연을 진료하기 어려운 것은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감기는 질병코드를 입력하고 급여 약들을 처방하면 되지만, 금연 진료는 상황이 다르다. 금연 진료에 대해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게 없으며 관련 의약품(니코틴 패치, 금연 껌, 항우울제)도 비급여다. 때문에 금연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적은 것이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담배값 인상 정책과 함께 금연 장려책이 발표됐다. 이듬해인 2015년 금연 치료 지원 사업이 시작돼 권역별 금연지원센터가 개설됐다. 백 센터장은 국가 지원 없이 13년간 금연 치료를 해온 것이다. 

 

백 센터장은 “처음에는 금연 치료라는 불모지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담배가 심장질환과 중풍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서 의사로서의 책무와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는 4박5일 금연 캠프부터 지역 공단 금연 문화 조성 캠페인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4박5일 금연 캠프 참여율이 높으며 6개월 금연 성공률이 70% 이상이다. 6개월 금연 성공률은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가 17개 권역 금연지원센터 중 가장 높다.  

 

금연 캠프 외에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공단(반월·시화) 등에 금연 문화 조성이다. 일하는 도중 흡연하는 만큼 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담배는 노동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또 공단의 작업 공간에는 불에 탈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아 흡연은 화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백 센터장은 “대기업은 흡연율이 낮고 중소기업(영세 사업장)은 높아 건강의 격차가 발생한다”라면서 “대기업은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우리(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가 안해도 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연 치료 지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강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 담배에 대한 불편한 진실…세계금연의날 ‘담배회사 기만적 상술을 폭로하자’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흡연율은 1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남성이 32.4%를 여성이 6.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국내 흡연율은 지난 2010년부터 하락세를 지속하다 2023년부터 소폭 상승했다. 

 

흡연자들이 연초식 담배에서 권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하면서 인체에 덜 유해하다라는 식의 논리로 금연을 하지 않고 있다. 백 센터장은 “담배회사의 상술에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담배를 규제(타바코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담배회사들의 입지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었다. 선진국부터 담배를 인체 유해 물질로 규제하면서 담배회사들이 제3세계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WHO가 2005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정했고 지난해 기준 182개 국가가 가입했다. 

 

제3세계에서도 담배를 규제하자 담배회사들은 연기 없는 담배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권련형 전자담배다. 이는 담배 연기 없이 니코틴을 인체에 공급하게 하는(베이핑) 게 핵심인데 몸을 해롭게 하는 건 변함이 없다. 니코틴은 단순 중독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심혈관계와 뇌, 폐, 대사계 등에 안 좋은 작용을 일으킨다. 

 

백 센터장은 “권련형 전자담배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담배사업법이 아직도 개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법에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만 담배로 규정하기 때문에 권련형 전자담배는 합성 니코틴을 흡인하는 것이라 규제하기 애매모호하다”라고 말했다.  

 

흡연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갖고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폐암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마케팅을 암암리에 펼치고 있다 

 

백 센터장은 “폐암의 종류도 다양하며 여자들에게 발병하는 것은 다른 요인”이라면서 “폐암과 후두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흡연자인데 예를 들어 단 것을 지속적으로 많이 섭취하면 다는 아니지만 당뇨에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으로 100명의 사람이 죽는다면 30명은 흡연으로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담배는 흉악한 물질”이라면서 “중독성 있는 니코틴을 판매하는 담배회사는 마약상과 같으며 올해 세계금연의날 슬로건이 담배회사의 기만적 상술을 폭로하자”라고 피력했다.  

 

흡연 여성이 날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국내 여자 흡연율은 6.3%이지만 오래된 유교사상으로 거짓으로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히든 스모커’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남녀의 흡연율 차이가 크지 않다. 

 

백 센터장은 “담배는 남녀 모두 불임을 유발하며 또 임산부가 흡연할 경우 유해 물질들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공급돼 좋지 않다”라면서 “담배를 끊는 게 어려워 약물을 써야 하는데 임신할 경우 큰 제약이 따른다”라고 설명했다. 

 

금연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 혼자서 담배를 끊었을 때 성공률은 4~5%다. 즉 100명 중 1년 후 4명만 금연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금연에 개입할 경우 성공률이 15~20%로 상승한다. 무엇보다도 금연 치료에는 약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백 센터장은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약물 치료가 성공률을 높여줬다고 얘기한다”라면서 “약물(바레니클린 물질)이 뇌세포 수용체에 달라붙어 흡연 생각을 안나게 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100%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 금연성공률 70%이지만 30%는 재흡연,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 ‘역량 강화’ 중점

 

백 센터장이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금연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단지 흡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때 하루에 10~5개비를 피우다가 2000년에 끊었다고 한다.  

 

지난 23년간 백 센터장이 금연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행복을 개선하고 증진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를 저해하는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백 센터장은 “호주와 영국의 경우 흡연율이 낮은데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은 국제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라면서 “금연은 사회에 필요한 것이지만 흡연율은 아직 높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4박5일 금연캠프는 고도 흡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들 중 70%는 6개월 금연에 성공하지만 30%는 재흡연을 한다. 재흡연율 낮추는 역량을 강화하는 게 현재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의 목표다. 또 흡연으로 인해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금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에게 당면한 일이다. 

 

흡연율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영세한 기업에서 높게 나타난다. 또 장애인과 노인의 흡연율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타국살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흡연율이 높다. 

 

백 센터장은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는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기관과 협업해 금연 문화 조성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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