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05 23:00 ㅣ 수정 : 2025.05.05 23:00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 65%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전쟁으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 탓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가상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 비중이 날로 높아지면서 전체 가상화폐에서 차지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65%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1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쪽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의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데는 일차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시장진입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브레반 하워드 같은 대형 헤지펀드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비트코인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들 헤지펀드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사이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들은 시장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시장 점유율을 작년초 13%에서 현재는 7%로 반토막이 났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자, 일반 투자자들도 보다 안정적인 자산인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이동시켰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한 관세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금과 함께 비트코인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높아지면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집중함에 따라 알트코인에 대한 수요와 유동성이 감소하고, 결국 알트코인 가격의 하락과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시장 사례를 보면,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그 이후 알트코인 시장이 부활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7년의 경우 비트코인 비중이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85%를 넘어선 경우가 있었지만, 이후 비트코인이 급락하고 대신 알트코인이 급등한 적이 있다. 또 2020~2021년의 경우 비트코인 비중이 70%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비중이 40%대로 떨어지면서 알트코인이 폭등한 사례도 있다.
가장 최근인 2023~2024년의 경우 비트코인 비중은 50%를 유지했으며, 그 사이 일부 알트코인이 다시 한번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가상화폐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상화폐 분석가 스콧 멜커는 "비트코인의 상승은 새로운 자금 유입에 기인하며,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알트코인으로의 자금 순환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마크 리치오 비카라 공동창립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관세전쟁을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은 비트코인의 도미넌스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끝없이 올라갈 수는 없으며,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정점에 이르면 이후 하락 전환되면서, 알트코인 강세장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더리움 2.0의 확장, 솔라나·폴리곤 같은 레이어 1 블록체인의 기술 진전이 있다면 알트코인 쪽에 자금 유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분석가 로즈 프리미엄은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후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알트코인 시장의 상승을 예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투더 크립토버스 창립자 벤자민 코웬 역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65%를 넘는 것은 ‘알트코인들의 계절’이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고점은 다시 알트코인에 기회가 열릴 타이밍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트레이딩 분석가 마이클 반 데 포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70%에 근접한다면, 이는 알트코인을 매수하기 좋은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특히 이더리움 같이 펀더멘탈이 확실한 종목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