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급팽창하는 ETF 시장…운용사들, 출혈 감수한 ‘마케팅 전쟁’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5.28 08:06 ㅣ 수정 : 2025.05.28 10:09

상위 10곳 중 6곳, 영업이익보다 판관비 많아
광고비 60% 급증…실적 상승에 효과는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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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점유율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점유율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거래대금과 상품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운용사들은 마케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출혈을 감수한 경쟁에 돌입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ETF 순자산 기준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1분기 판관비는 총 2273억원으로, 별도 기준 영업이익(2063억원)보다 10.2% 많았다. 전년 동기(2124억원) 대비로도 7.0% 증가하며 비용 부담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

 

기업별로 보면 10개사 중 6곳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판관비를 지출했다. 신한자산운용의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 비율은 211.6%, 하나자산운용은 201.9%로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겼다. 삼성자산운용(137.4%)과 한화자산운용(136.7%), 한국투자신탁운용(116.2%), NH아문디자산운용(111.2%)도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판관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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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투자협회 공시 / 그래프=뉴스투데이]

 

가장 두드러진 증가 항목은 광고선전비였다. 1분기 상위 10개사의 광고비 총액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71억원) 대비 60.6%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12억원에서 44억원으로 266.7% 늘렸고, 미래에셋자산운용(34%)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27%), NH아문디자산운용(74%), 신한자산운용(26%) 등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은 각각 44%, 25% 줄이며 보수적인 집행 기조를 보였다.

 

ETF 전문 인력 확보 경쟁도 출혈 요인 중 하나다. 시장 확대 속도에 비해 인력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올초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장이 하나자산운용 ETF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미래에셋운용 이경준 전 전략 ETF 본부장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 헤드로 이동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하나자산운용 출신 김동명 전 팀장을 영입해 채권 ETF 부문 강화를 꾀했다.

 

이 같은 출혈은 보수 인하 경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S&P500·나스닥100 ETF의 보수를 0.03%에서 0.0002%로 인하하자, 삼성자산운용은 동일 상품의 보수를 0.0001%로 더 낮췄다. KB자산운용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표지수형 ETF를 중심으로 사상 초유의 초저보수 경쟁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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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투자협회 공시 / 그래프=뉴스투데이]

 

이처럼 운용사들이 무리한 경쟁에 나서는 배경에는 ETF 시장 확대가 자리해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97조390억 원에 달한다. 2002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2종이 첫 상장된 이후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현재 상장 ETF 수는 989개로, 연내 1000개 돌파가 유력하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도 증가했다. 상위 10개 운용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713억원) 대비 17.6% 늘며, 같은 기간 판관비 증가율(7.0%)을 크게 웃돌았다. 쓴 것 이상으로 돈을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대표지수형 ETF를 둘러싼 출혈 경쟁을 테마형 ETF로 일정 부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테마형 ETF의 평균 총보수율은 34.3bp(1bp=0.01%)로, 시장대표지수형 ETF(6.5bp)의 5배를 넘는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한 소고’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ETF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은 시장대표지수형에 국한된다”며 “이 상품군이 전체 운용보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대비 상당 부분 감소했으므로 현재 관찰되는 가격 경쟁이 ETF 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최근 급성장한 테마형 ETF는 높은 보수율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 수익성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사별 비용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 경쟁이 지속되면 중소형사는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며 “ETF는 고객의 자산 증식 차원에서 장점이 뚜렷한 상품인 만큼, 수수료나 마케팅 경쟁보다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 등을 통한 경쟁이 부각된다면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상품 운용 및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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