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뉴헤드헌터 시대<2부>] ③ 이력서 살포하는 헤드헌터들, 생존율 낮다...'핀셋 추천 역량' 갖춰야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5.12 12:00 ㅣ 수정 : 2025.05.14 08:49

전문성 부족한 헤드헌터에 기업들 불만…"지원자 이력서만 뿌리는 시대는 끝나야"
경험 부족·책임 회피 여전…전문적인 교육 없는 헤드헌터 업계 '생존율 30%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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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헤드헌터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대기업의 수시채용 확산과 전문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헤드헌터’는 고용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전문직으로 부상중이다. 직업적 전문성과 안정성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뉴스투데이가 격변하는 헤드헌터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는 심층기획을  국내언론 최초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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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에 대한 교육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 헤드헌팅 시장은 경력직 채용 증가에 영향을 받아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신입 헤드헌터와 서치펌의 진입 장벽이 낮아서 인재 추천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또, 불량 헤드헌터나 써치펌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부족한 현실이다.  

 

국내 서치펌들은 인재 추천에 대한 기업 내부의 지원이나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가 낮은 인재를 무작위로 추천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명 정보보안 업계에서 12년차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우리 기업은 서류 추천 절차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해서 손을 덜고자 헤드헌터에게 인재 추천을 맡기는데, 국내와 해외 헤드헌터 사이에서 서비스 품질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해외 헤드헌터와 일하면 채용 담당자가 한명 더 생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지원자, 채용담당자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적합한 인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면서 "우리나라 헤드헌터는 이력서를 벌크(대규모)로 그냥 던지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헤드헌터 10명 중 2명 정도에 만족하는데, 이들은 직무기술서(JD)와 기업 성향 등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후보자와 직접 상담한 후 리뷰까지 진행한다"며 "그나마도 업계에서 인정받는 헤드헌터는 인하우스(기업 인사팀)로 이직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IT‧게임 업계에서 15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중인 B씨는 "업계에 일반 직원 채용시 추천 이력서를 마구잡이로 뿌리는 분들이 많긴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 업계에서는 기업 내 다이렉트 소싱 담당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헤드헌팅 전문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도전하고 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 기업은 현재 인하우스에서 인재 서칭을 먼저 진행하고 있으며, 긴급하게 임원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에 서치펌과도 협업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A씨는 "서치펌의 서비스 품질 대비 수수료가 높아서 기업의 다이렉트 소싱률이 높아졌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사내 전문가들이 다이렉트 소싱을 진행해 연간 60~70명 정도의 우수 인재를 타겟 소싱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잡코리아, 사람인, 인쿠르트 등  '인재추천 정확도' 높이기 경쟁 벌여

 

한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형태의 헤드헌터 기업들은 AI 고도화를 통해 인재 추천 정확도를 높이고,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잡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6월 원픽 프리미엄을 출시한 이후 'AI 추천 기술 고도화'에 집중 투자했다. 또, AI가 선별한 인재를 전담 헤드헌터가 중복으로 검토한 후 72시간 내에 최대 3명의 인재를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적합 인재의 최종 합격률은 기존 대비 4배 증가했으며, 채용 기간은 30% 줄어들었다.

 

사람인은 채용 완료 후 수수료를 받는 후불형 상품인 '스마트 리크루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I 매칭 적합도를 퍼센트로 시각화해 공개하고 있어 개인 이력에 따른 공고 적합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기업이 인재 검색을 의뢰할 경우 3일 이내에 피드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크루트는 AI 기반의 헤드헌팅 플랫폼 '셜록N'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과 서비스 개선을 반복하며 인재 추천 정확도를 높였고, 인재 추천에 소요되는 시간을 지난 2023년 48시간에서 지난해 40시간으로 줄였다. 리멤버도 AI 기능을 활용해 인재 검색 속도를 2배 향상했고, 인재 추천 적합도를 3배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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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담당자·헤드헌터 '말말말' [표=박진영 기자]

 

■ 기업 인사 담당자들 '헤드헌터 전문성‧업무 경험‧책임감' 강조…기업도 서치펌 행태 파악해야

 

우리나라 헤드헌팅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 의식을 갖춘 헤드헌터들이 높은 품질의 인재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명 헤드헌팅 기업에서 PM으로 일하고 있는 C씨(8년차)는 "단순한 인재 추천보다는 퀄리티(품질)가 높은 인재를 얼마나 많이 추천하냐가 중요하다"며 "인재 의뢰를 받으면 1명에서 3명 정도의 인재를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인재 채용 절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업 및 인재와 의사소통을 잘하는 헤드헌터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업계에서 후불형 프리미엄 헤드헌팅 서비스도 나왔지만, 헤드헌터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추천 인재가 입사한 다음 90일이 지나면 품질 보증 기간이 종료 됐다며 사후 관리에도 무관심하다"고 털어놨다. 

 

또,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헤드헌터가 인재 추천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헤드헌터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아서 전문성이 부족하다. 인하우스에서 최소 5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 헤드헌터에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헤드헌터 C씨는 "저는 21년차 직장인으로 헤드헌터만 8년째"라고 밝혔다.

 

특히, 헤드헌터의 전문성 부족은 저조한 실적에 빠른 퇴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헤드헌터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일정 수익을 발생시키며 살아남는 경우는 전체 헤드헌터의 20~30%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채용 현장에서 헤드헌터에게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요구할까. 이들의 전문성은 단순한 인재 검색 수준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직무별, 산업별 분석 능력까지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헤드헌터 C씨는 "업계에서 인재를 추천하는 수는 포지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며 "최근에 회계, 재무 등 백오피스 포지션은 지원자가 많은 반면, IT나 R&D(연구 개발) 분야는 지원자가 적고, 입사서류 작성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인재 추천수가 적은편"이라고 말하면서 산업별 특성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B씨는 "프로그래밍 전문가나 아트 등 개발 분야는 내부 추천을 많이 하고 있어 헤드헌터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드물고, 경영 전략 분야에서 지원자가 부족할 경우 서치펌에 의뢰를 하고 있다"며 직무별 트렌트나 인재 수요에 대한 기업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드헌팅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헤드헌터 수를 부풀리거나 실적을 과장하는 서치펌들의 행태를 파악하고, 올바른 후보자를 찾는 능력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B씨는 "임원급 채용시 채용 사실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고, 서치펌도 조심스럽게 선정한다"며 "추천 이력서를 막 던지는 곳과는 더이상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곳 2~3곳 정도에 연락해 소규모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씨는 "기존 서치펌 3곳 중 2곳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서치펌들이 헤드헌터 수수료 지급 기준에 연봉 뿐만 아니라 인재에게 지급하는 일시금 보너스와 입사 축하금까지 포함해 운영 부담은 늘리고 있지만,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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