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5.28 17:51 ㅣ 수정 : 2025.05.28 18:39
서울 버스 노조, 시민 불편 감안해 28일 파업 전면 보류 서울시·노조·사용자연맹 입장 팽팽…끝없는 힘겨루기 예상 올해 쟁점은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 28일 부산 버스 노조가 전국 최초로 통상임금 합의안 도출 통상임금 체재 개선·정년 연장 등 임단협 협의 물꼬 기대
서울시 버스 노조가 임금 인상과 버스 준공영제의 공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서울시와 사측의 입장이 노조와 팽팽하게 대립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28일 서울시 버스 노조의 전면 파업이 예고됐으나, 노조가 파업을 보류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사 합의 없이 파업만 보류한 상태에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빠른 임단협 합의가 요구된다. 이날 부산 버스 노조가 전국 최초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데 합의해 서울 지역 버스 노조의 임단협 합의에도 진전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노총 산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총 9차례의 본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과 임금체계 개편, 버스 준공영제의 공영화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8.2% 인상하고, 정년을 63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대법원이 판결한 결과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29일 임단협 2차 조정회의가 결렬된 이후, 실무 협의를 지속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종료됐다.
노사는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결국 28일 오전 0시10분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이날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2시 용산구 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지부위원장 총회에서 위원장들이 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파업에 대한 지부장 투표에서 재적인원의 78%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이날 투표는 재적 의원 63명 중 60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49명이 파업에 반대했다. 파업 찬성은 11명, 기권은 3명으로 집계됐다.
노조가 파업을 유보한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주장을 서울시와 사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시민의 불편만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파업을 하더라도 서울시와 사업주들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송과 진정을 통해 권리구제가 확인된 이후에 서울시와 사측이 더 이상 억지 주장을 못하도록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출근길 시민의 혼란이 최소화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 "혹시 모를 노조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버스 조합은 향후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요청하겠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시 버스 노사 갈등 현안 정리 [도표=박진영 기자]
서울시와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뜻을 관철하면서 올해 협상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서울시는 "노조가 주장하는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법정 수당 증액과 기본급의 8.2% 인상안을 모두 적용하면 올해 급여가 25.5%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1인당 1600만원이 증가해 운수 종사자의 전체 인건비는 매년 3000억원씩 올라간다"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6273만원으로,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올해 평균 임금은 7872만원으로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노조 또한 서울시의 경제 논리에 반박하며 뒤로 물러설 의지를 비치지 않고 있다. 노조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임금 인상 방안을 서울시와 사측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안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비상식적인 몰염치 집단으로 둔갑시키며, 과한 요구를 한다고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사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대법원 판결은 임·단협을 통해 노사가 통상 임금의 범위를 다시 정하라는 취지라고 본다"며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큰 상황에서 통상 임금 등 임금 체계를 먼저 개편한 다음, 임금 인상률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버스 준공영제를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화' 형태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사업자와 사모펀드의 수익만 보장하는 구조라며,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버스회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되며 배당금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임금 체제 개편 두고 노사간 이견 첨예…부산 버스 노조 '통상임금 합의' 소식에 변화 기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 버스 노조와 사측의 대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언제 다시 파업에 돌입할지 미지수다. 다만,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산버스노조(이하 '부산 버스 노조')가 파업 9시간만에 사측인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운행을 재개해 서울에서의 노사 간 합의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 기대된다.
부산 버스 노조는 28일 오전 4시20분 첫차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나, 이날 정오 12시55분경 사측과 임금 협약 조정안에 합의하며 운행을 재개했다. 노조는 노사 합의로 성과 상여금과 하계 휴가비를 없애고, 이를 통상 임금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임금 체개를 개편하며 합의를 마무리했다. 이번 임금 체계 변경으로 부산 버스 기사들의 실질 임금은 10.48% 인상되고, 정년은 만 63세에서 만 64세로 1년 연장된다.
부산 버스 노조의 이번 합의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임단협 성공의 첫번째 사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버스 노조에 협상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되는 시점에 버스 운수종사자의 정년 연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통상임금 문제에서 만큼은 어떠한 양보도 없다는 서울 버스 노조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와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4월 9차 본교섭 이후 박점곤 서울 버스 노조 위원장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사측이 노동위원회에 일방적으로 제출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올해 교섭의 최고 쟁점이 통삼임금 문제라고 지적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과도한 주장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노조는 이에 대해 "서울시가 일방적인 주장을 시의회나 언론에 퍼뜨리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