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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가짜백수오 파동과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기업은 끝장(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인간은 누구나 위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위기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흔치않다. 자동차사고가 그렇듯이 자기만 조심한다고 돌발상황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인력과 조직으로 엮여있는 회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위기가 닥칠지 몰라 경영자는 늘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위기는 곧 소비자의 신뢰와 연결돼 수 십년간 쌓아온 기업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조직 내에 위기관리 부서를 두고 불시에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백수오 사건은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때 불같이 일었던 백수오 열풍에 힘입어 관련업계는 백수오 특수를 누리기 바빴다. 헬스케어 전문 바이오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특수로 주가가 2013년10월 2만3000원대에서 2015년3월말 한때 9만1200원까지 치솟았다. 백수오를 판매한 홈쇼핑업체들도 최근 3년간 백수오 판매만으로 최대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홈쇼핑업체들의 판매수수료가 판매금액의 30% 정도임을 고려하면, 백수오 제품 하나만으로 9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문제가 터지자 백수오 원료를 공급했던 내츄럴엔도텍은 물론, 백수오를 판매했던 홈쇼핑업체들도 좌불안석이다. 성난 소비자들의 환불요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직격탄을 맞았고, 홈쇼핑업체들도 환불방식과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일부업체는 전액환불을 해주겠다는 입장인 반면, 어떤 업체들은 보유제품에 대해서만 환불해주겠다는 꼼수를 부려 소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홈쇼핑업체 입장에선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판매액 기준으로 물어줄 경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 금액은 제조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제조업체가 물어줄 여력이 없다면 고스란히 홈쇼핑업체가 손실로 떠안을 수 밖에 없게된다.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란 말이 있듯이 홈쇼핑업체 입장에선 소비자의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과거 해외사례를 보면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반전된 경우도 있는 반면, 아예 기업이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전화위복의 대표적인 사례가 존슨앤존슨(J&J)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 캡슐에 고의로 청산가리를 주입, 이 캡슐을 먹은 7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했다. 존슨앤존슨은 자신들도 범죄의 억울한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으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 3100만병(1억달러 상당)을 전량 회수한후 폐기했다.그것도 모자라 회사측은 모든 생산과 판매는 물론이고 일체의 영업활동을 중지시켜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감수했다. 사건 직후 진통제 시장에서 존슨앤존슨의 시장점유율은 35.3%에서 7% 이하로 급락했다. 그러나 신속한 대처에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내면서 그 이듬해,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거의 회복했고, 1986년에는 37%까지 치솟았다.일본 최대의 유제품회사로 이름을 날렸던 유키지루시(雪印)유업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가 망한 케이스다. 한때 일본의 국민브랜드로까지 불렸던 이 회사는 2000년 6월 자사의 저지방 우유를 먹고 1만명이 넘는 식중독환자가 발생했음에도 경영진은 잘못을 계속 회피하는 발언으로 일관, 소비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그러다가 2001년 10월에 본사에서 수입산을 자국산으로 위장하여 판매한 것이 적발됐는데, 경영진은 이 때도 마찬가지로 사과보다는 변명과 회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고, 급기야 성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여 결국 2002년 회사가 파산하고 말았다.한때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로 통했던 미쓰비시 역시 2000년 차량 결함을 발견한 소비자들의 강력한 불만 제기에도 이를 쉬쉬하다가 적발돼 60만대 가량을 강제로 리콜하는 조처를 당했다. 2004년에는 주력차종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또다시 들통나 소비자들의 믿음을 잃어버려 한동안 시장점유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결국, 위기가 닥쳤을 때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에 신뢰를 보내기도, 혹은 분노하기도 한다. 당장은 손실을 보겠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면 언제고 그 열매는 달콤한 박씨가 되어 돌아온다. 반대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 대가는 가혹하다. “명성을 얻는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이라는 워런 버핏의 말은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떡해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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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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