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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치킨’ 지적에 분노한 트럼프, 철강관세 50% 카드 꺼내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던 기존의 25% 관세를 50%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의 US스틸 공장에서 열린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6월 4일부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맥락과 함께 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 건을 둘러싼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세 정책에 대한 조롱, 낮은 지지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대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사실상 승인을 내렸다. 이는 미국 철강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카드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철강노조는 그동안 줄기차게 일본 기업에 인수될 경우 생산 축소와 일자리 이전 우려를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일본제철이 미국에 140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며,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고나 아웃소싱은 전혀 없고, US스틸 노동자에게 5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고율 관세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철강 관세 인상이란 초강수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조롱섞인 공격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조롱성 신조어가 퍼지면서, 자존심을 구긴 그가 초강경 조치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중국과의 ‘관세 휴전’(90일간 고관세 상호 유예 합의)으로 체면을 구겼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또 한 번 관세를 무기로 꺼낸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발표 몇 시간 전,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이를 두고 “지지층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조롱과 정치적 위기 속 ‘관세 급발진’을 감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단기적인 정치적 계산에 기반한 무리수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넬대 경제학과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장벽이나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보호를 이유로 관세를 계속해서 정책 도구로 사용할 의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국제무역 전문가 메건 그린 박사 역시 “철강 관세 인상이 국내 산업 보호에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과 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고율 관세로 인해 자동차, 건설, 가전 업계가 연쇄적인 비용 상승 압박을 겪은 전례가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글로벌 공급망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세계적인 철강 가격 불안정과 수출입 경로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관세 인상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정치적 목표가 깔려 있는 다분한 노림수에 해당한다. 자신의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중국 및 일본과의 외교적 긴장감을 부각시키면서도, 동시에 ‘강경한 미국 보호주의’라는 자신의 이미지 복원을 꾀하는 다목적 카드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글로벌 무역 갈등, 국내 물가 상승, 보복 관세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정치적 배짱’인지, ‘정책적 오판’인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경제 지표와 외교적 반응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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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트럼프의 압박에도 푸틴이 전쟁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켜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하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거듭된 종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대규모 국방 지출과 무기 생산 증강, 병력 확대를 통해 종전은커녕 장기전에 대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줄곧 전시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군수공장을 증설하고, 무기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하는가 하면, 병사들에게 파격적으로 1년치 연봉을 미리 지급하며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이른바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막대한 군비 지출은 국방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군수산업 확대로 러시아 내 빈곤 지역의 소득 향상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경제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전시 산업을 통해 경제의 일부 부문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같은 호황은 전쟁이라는 특수 조건에 기반해 있어 종전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베를린 사무소 소속 요하네스 마이어 역시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이미 전시체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으며,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단기간에 군사비를 줄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봐도, 전쟁은 종종 경제의 방향성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우나, 패망한 일본이 한국전쟁 특수를 게기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규모 전시 산업을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났고,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자동차 공장은 전차를, 냉장고 공장은 폭격기를 만드는 전시 체제로 전환됐다. 압도적인 생산력에 힘입어 1944년 기준 미국은 세계 총 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이를 민간 경제로 전환해 대규모 소비 시장을 형성했고,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를 열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두고 “정부 지출이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케인스 이론의 대표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은 종전 후 ‘마셜 플랜’과 같은 대외 정책을 통해 군수 산업을 민간 중심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일본 역시 한국전쟁의 비극을 활용하여 ‘기적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케이스다. 패전국 일본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 미군은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면서 막대한 물자 수요를 발생시켰고, 이는 일본 경제에 '특수'로 작용했다. 그 자금을 기반으로 일본은 중공업과 자동차, 전자산업에 집중 투자했고,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게 된다. 경제사학자 존 도우어는 이를 “패배를 성장으로 전환한 전쟁경제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역시 방위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민수경제로의 성공적인 재편에 주력했다는 점이 오늘날 러시아와의 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 경제의 성장은 구조적으로 ‘종전’이 아니라 ‘지속’을 필요로 한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 모스크바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실존적 위기가 없다면 지금처럼 방위 산업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 경제가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하지만, 그 지속은 또 다른 함정을 낳을 수밖에 없다. 종전 이후 경제 구조의 재편이 늦어질수록 불만은 커지고, 사회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 혹은 전쟁 전 나치 독일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병력과 무기 생산 인프라, 그리고 여기에 의존하게 된 지역 경제는 종전 이후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볼로디미르 이슈첸코 교수는 “전쟁 후 병사들의 임금이 급격히 삭감되면 무장한 실업자들이 사회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이 미국의 거듭된 종전 압박에도 쉽사리 전쟁 지속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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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중국식 버티기 전략 새로운 대미 협상전술로 부상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과 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갖고 한시적으로 상호 관세를 대폭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인도와 일본 등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있는 국가들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고 보복관세 등 맞대응에 나서는 과정에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부작용 등 미국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타협의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율을 최고 145%까지 올렸다가 협상을 통해 이를 대폭 인하한 조치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중국식 버티기 전략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평균 30%대로 낮추기로 관세 휴전 조치를 내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시간에 쫓겨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시적 관세 유예를 합의한 이후 “끝까지 버티니까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며 대미 협상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식 버티기 전략은 이제 미국과의 무역 또는 안보 협상을 앞둔 국가들에게 하나의 대안적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 폭탄과 보복 조치가 연쇄적으로 이어진 치킨게임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예상과 달리 협상 초반부터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보다는, 국내 경제 안정과 장기적 전략에 기반한 ‘시간 끌기’와 ‘내수 중심 대응’ 전략으로 맞섰다. 미국이 고율 관세와 기술 봉쇄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음에도, 중국은 반도체 및 농산물 수입에서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며 버텼다. 이러한 결과로, 2020년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는 미국이 일부 관세 인하를 수용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선에서 일시적 타협을 이뤘다. 이번 협상도 유사한 전철을 밟았다는 평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완 박사는 “중국의 협상 전략은 전통적인 ‘굴복을 통한 타협’이 아닌, ‘정치적 여론과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한 버티기’였다”며, “이러한 전략은 협상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협상을 앞둔 다양한 국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군사, 기술 협상을 진행 중인 동남아, 중동, 남미 국가들이 ‘버티기 전략’을 전술적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국립대 국제관계학과의 린다 초이 교수는 “과거엔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소국들은 속도감 있게 협상에 나서거나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그러나 중국이 보여준 ‘시간을 무기로 삼는 협상’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이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오히려 미국 측 입장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브라질, 베트남 등 미국과 민감한 무역 또는 안보 이슈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투자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 기준 유연화를 동시에 요구하면서 일정 수준의 전략적 지연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식 전략’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독자적 공급망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버티기’가 가능했지만, 중소 국가가 동일한 전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보복성 조치나 자본 유출, 외교 고립 등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고든은 “중국의 협상력은 거대한 시장 규모와 정치 체제의 일관성 덕분에 가능했다”며,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중국처럼 강경 전략을 채택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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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엄청난 성과” “이제 첫 걸음” 미중 무역협상 극명한 온도차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글로벌 경제와 가상화폐 시장의 향배를 가를 미중 무역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본격화됐다.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가 이끄는 협상단은 이틀째 비공개 회담을 진행 중인데, 시장은 양국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중국은 “무역전쟁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전면적인 재설정’이 될지, 아니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임시 봉합책에 그칠지를 둘러싸고 분분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2018~2020년 트럼프 1기 당시의 미중 무역협상은 명확한 충돌 구도 속에 진행됐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침해, 국영기업 보조금, 대중 무역적자 등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관세(최고 25%)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결국 양측은 1차 합의문을 2020년 1월 체결하는 데 꼬박 17개월이 걸렸다. 당시 협상의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압박 외교"였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 지정학적 불안정성, 그리고 양국의 실질적 피해를 바탕으로 재개되었다는 점에서 1기 때와는 차이가 있다. LA항만의 물동량은 30% 이상 감소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 역시 급감하며 양국 경제 모두가 손실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롱비치 항만 대표 마리오 코데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소비자들이 빈 선반을 통해 무역전쟁의 결과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망 타격을 지적했다. 이번 협상의 주요 이슈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해제 ▲펜타닐 원료 수출 통제 ▲미국의 고율 관세(최대 145%) 일부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의 ‘무역불균형’과 ‘지재권 보호’ 중심 이슈보다 현실적인 경제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의 비공개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 대표들의 발언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는 것도 1기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이는 외부 압력과 여론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실무적 접근을 통해 조속한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BTSE의 COO 제프 메이는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에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중 무역협상이 어느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전날 큰 폭으로 올랐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국제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라이스 교수는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차별점은 양국 모두가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라며 “다만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기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착할 경우, 핵심 쟁점은 여전히 봉합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의 장웨이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1차 봉합이 이뤄지더라도, 기술 및 안보 분야에선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전면 재설정"이라 표현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부분적 조율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의 동시다발적인 무역 협상을 병행하는 점도, 미중 간 집중도 있는 구조적 합의보다는 선택적 완화 조치에 의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일부 양보(희토류·펜타닐)와 미국의 관세 일부 인하라는 ‘거래형 봉합’이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는 가상화폐·원자재·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에 단기적 긍정 신호를 줄 수 있으나, 근본적 갈등의 해소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당시 17개월을 끌었던 무역전쟁이 결국 ‘임시 합의’로 봉합된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 협상 역시 '완전한 리셋'보다는 전략적 봉합과 제한적 이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국의 실질 피해가 뚜렷한 만큼, 정치적 계산보다 경제 회복에 무게를 둔다면 예상보다 빠른 ‘중간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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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1기 때 17개월, 트럼프 2기 첫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세기의 관세전쟁’을 벌인 지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는다. 오는 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고위급 회담에는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과 중국 부총리 허리펑이 참석해 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공식 회담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이 미중 갈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줄곧 중국의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왔고, 이번 재집권 이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매기며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에 파급된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뉴욕증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중국 제조업은 미국 수출길이 막히며 줄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동남아 신흥국들도 이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양국 모두 최근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의약품·화학제품에 대해 조용히 면세 조치를 시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이 “긴장을 완화하고 단절된 양국 간 대화를 재개하는 첫걸음”이라며, 관세 인하, 특정 품목 면제, 소액 소포 규제 완화, 수출 통제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 전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미중 무역협상은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낙관도, 비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양국은 수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기까지 무려 17개월이 걸렸다. 당시에도 류허 중국 부총리가 방미한 뒤 “무역전쟁은 없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미국의 첫 번째 관세폭탄이 발동되며 전면전이 시작됐다. 결국 2019년 12월에야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졌지만, 핵심 쟁점이던 기술이전 강제, 국영기업 보조금, 수출통제 등은 합의에서 빠졌다. 이번 2기 협상 역시 전례에 비추어 보면 단기간 내 타결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웬디 커틀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의 진전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긴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입장 조율이 필요하다”며 “1단계 합의처럼 정치적 이벤트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합의 시점은 언제쯤이 될까. 미중 양국이 실질적인 무역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양국이 다루게 될 핵심 의제에는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는 게 걸림돌이다. 미국은 AI·로봇·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둘러싼 수출 통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수출 제한을 카드로 들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쿠이즈는 “이번 회담은 전략적 탐색전”이라며 “최소 2~3차례의 고위급 회담을 거친 뒤,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는 2026년 상반기 전에 일정 수준의 ‘성과 포장’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경제체제의 재조정”을 언급한 점에 비춰, 이번 협상이 단순한 양보와 거래 수준을 넘어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상무부는 “세계와 미국 소비자의 기대를 고려해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심 미국의 ‘경제 압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본격적인 양보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미중 모두 무역전쟁에 따른 더 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의 문은 열렸지만, 시간과 전략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제네바 회담은 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을 진정시키고, 향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쉽게 판을 뒤집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양국 간 입장 차, 글로벌 정세를 고려할 때, 실질적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치적 셈법과 경제적 손익계산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지지부진한 탐색전으로 남을지는 향후 몇 달간의 협상 진전 상황이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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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실현 불가능한 3선 도전 외치는 트럼프의 진짜 속셈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행 미국 헌법상으론 대통령의 재선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더 이상 대통령에 도전할 수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2028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고, 실제로 트럼프 가족 기업이 운영하는 트럼프 스토어에서는 벌써부터 ‘트럼프 2028’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셔츠를 판매하면서 그의 3선 도전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3선 도전 움직임이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 실제로 3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3선은 불가능하다. 1951년 제정된 22차 수정헌법은 대통령이 두 번 초과하여 당선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22차 수정헌법이 나온 배경에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한 이후, 권력의 장기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수정헌법에 따르면 2016년, 2024년 대선에서 이미 두 번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2028년 대선에는 다시 출마할 수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헌법상 불가능한 3선 도전을 왜 언급하는 것일까. 이론상으로는 22차 수정헌법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면 트럼프의 3선 도전이 가능하다. 미국 헌법 제5조에 따라, 연방 의회의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50개 주 중 4분의 3(38개 주) 이상의 주 의회가 비준하는 방식으로 수정헌법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평가다. 미국 사회는 루스벨트 시절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지금까지 공유해왔으며, ‘권력 제한’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조너선 파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언제나 법의 경계를 시험하려는 인물이지만, 3선을 위한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 지형도 개헌의 높은 문턱을 넘기에 매우 불리하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강력한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를 고려하면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미국정치연구소 소장 마리옹 르브르 교수도 "미국은 루스벨트 이후 권력의 장기화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의 3선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쯤되면, 헌법상 3선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트럼프가 2028년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거기에는 몇가지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충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수사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그에게 거의 종교적 수준의 충성심을 보인다. 트럼프가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일수록, 그에 대한 지지층의 열광은 커진다. 실제로 트럼프 가족 기업은 '트럼프 2028' 문구가 적힌 모자와 셔츠를 판매해 폭발적인 수익을 얻었으며, "웹사이트가 다운될 뻔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둘째, 현 체제에 대한 도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기존 워싱턴 정치에 대한 반항’으로 구축해왔다. 3선 금지 규정을 직접 깨뜨릴 수 없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문제 삼고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엘리트 체제에 저항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인 듯 하다. 셋째,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속셈도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2028년을 언급함으로써, 공화당 내부에서 다른 유력 후보들이 일찌감치 부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차기 대선까지 계속 이어가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3선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야심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신뢰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법률적으로 3선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열정과 충성심이 강력한 일부 집단이 헌법 개정까지 요구하는 극단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의 헌정 체제는 예상치 못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지프 키플링은 "트럼프의 3선 시사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시험하는 것"이라며 "비록 성공할 가능성은 없지만, 그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를 모조리 깨부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 헌법도 신성불가침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정치적 도박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지, 실제로 파괴력있는 헌법개정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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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북도발, 중국리스크에 ‘블랙 프라이데이’ 재현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한국경제가 파랗게 질렸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3.08포인트(2.77%) 하락한 1,861.47로 장을 시작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8일이래 7개월 만이며, 1860대는 2년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33.90포인트(5.16%) 떨어진 622.81로 장을 열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56.91까지 떨어졌고, 코스닥 역시 619.94까지 폭락했다. 이날이 하필 금요일이라서 시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앞서 장을 마감한 뉴욕 증시 역시 20일(현지시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43.88포인트(2.11%) 급락한 2035.73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58.04포인트(2.06%) 급락한 1만6990.69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역시 141.56포인트(2.82%) 폭락한 4877.49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률은 2014년 4월 이후 최대다. S&P와 다우 지수 모두 2014년 2월 3일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북한도발에 남북한 긴강잠 최고조, 한국 부도위험도 7개월래 최고수준이날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가 겁먹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소식까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기 때문이다. 전일(20일) 오후 3시52분께 북한군은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 우리 군은 155mm 포탄 수십여발을 대응 사격했다.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워치콘이 격상되면 대북 정보감시 자산이 증강 운영되고 정보분석 요원 수도 평시 대비 2∼3배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단계로 발령되는 워치콘은 평시에는 4단계를 유지하지만, 상황이 긴박해지면 점차 3, 2, 1등급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중국 증시 불안에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부도 위험이 7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이날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6.98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3.04bp 상승했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1월 20일(67.63bp)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랐다.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5월 만해도 한국의 부도 위험(46bp대)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12월 31일(45.0bp)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도 상승했지만 한국의 상승폭(20.68%)이 특히 컸다. 아시아 주요 13개국 가운데 한국의 부도 위험 상승률은 태국(34.31%), 인도네시아(24.88%) 다음으로 높았다. 말레이시아(19.56%), 필리핀(15.23%), 카타르(12.12%)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홍콩(6.15%)과 중국(3.66%), 인도(1.65%)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재닛 옐런 의장 [사진출처=FRB] ■ 중국경제 리스크,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악재 줄줄이 대기최근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지난 6월 내수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가 싶더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주가폭락이 한국경제를 덮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지 겹치면서 잠재해있던 불안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경제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북한 리스크에 우리경제가 상당한 내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외 요인까지 불안정해 이전보다 예상외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뉴욕증시가 2% 넘게 급락한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 중국경제 위축으로 인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 3.42%(129.82포인트) 떨어진 3,664.29로 장을 마쳤다.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고 최근 3일간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미국의 금리 인상가능성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9월 인상설이 다소 약화하기는 했지만 연내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 하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시장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뇌관을 터뜨릴 우려도 있다.■ 정부 긴급 대책 마련 나섰지만 시장 불안감 잠재울지는 미지수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는 21일 금융위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주재로 금융시장 동향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시장동향에 과도하게 반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는데 의견을 모았고, 시장의 자제를 당부했다.회의참석자들은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시장 규모 대비 외국인 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기초 지표들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과거 위기상황 등에 비해 안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참석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위험성 지표도 양호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74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금융위는 금감원과 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글로벌 시장 상황과 외국인 자금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는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과 긴장감을 더 가져야 한다"과 관계 기관에 당부했다.문제는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21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VKOSPI는 전날보다 3.61포인트(24.20%) 오른 18.53을 나타냈다. 장중 한때 19.1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거래소가 집계하는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측하는 지표다. 보통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 지수'로 불린다.많은 전문가들이 북한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투자자들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는 듯 하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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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사면초가에 빠진 ‘태권브이와 무대리’
- ▲ 고금리 과잉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특정시간대 TV광고를 할 수 없게 된 저축은행업계와 대부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저축은행과 대부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의 금리인하 추세에 맞춰 최고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요한 밥줄이었던 TV(케이블)광고마저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고금리 인하는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TV광고 규제는 영업방식과 직결되어 업계 전체에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이후 7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현실화하면 좋은 시절을 계속 구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거세지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움직임현재 국회에는 대부업 금리 상한(법정 최고금리)을 현행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인하하는 법률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새누리당과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의 이자율 상한인 34.9%를 29.9%로 낮추는 신동우 의원 대표발의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떠 이자율 상한을 25%로 낮추는 전순옥 의원안과 대부업체의 경우 25%, 다른 여신금융기관은 20%로 차등해서 낮추는 김기식 의원안 등을 발의해 놓고 있다. 29.9%냐 25%냐를 놓고 여야가 의견대립을 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상한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될 전망이다. ▲ 태권브이를 앞세운 OK저축은행의 대출광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상한금리를 낮추려는 명분은 서민에게 금리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잇딴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은 그동안 연 34.9%의 상한금리를 고수해왔다. 저축은행은 상한금리가 연 29.9%로 대부업에 비해 5%포인트 낮지만, 거의 대부분 고객에게 최고금리 수준을 적용, 무늬만 저축은행이란 비판을 받았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1.5%)까지 낮췄으니 조달금리가 낮아질 것이고, 그동안 고금리로 벌어들인 돈도 많으니 상한금리를 낮춰도 무방하다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로 정부 조사에 따르면 대형 대부업체 36개사의 평균 대출 원가는 최근 2년간 4.3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정부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연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약 270만명의 대출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이자 경감 규모는 대부업 3700억원, 저축은행 900억원, 캐피탈사 15억원 등 총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추산이다.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2010년 이후 거듭 인하되고 있다. 2010년 연 49%에서 44%로 낮아졌고, 2011년엔 44%에서 39%로, 2013년엔 39%에서 34.9%로 인하됐다. 이번을 포함하면 5년간 4차례에 걸쳐 19.1%포인트가 내려가는 것이다.■ TV광고에 대해서도 칼 빼들어정부가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TV광고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제에 나서기로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저축은행 TV 방송 광고와 관련해 대부업법 취지에 맞춘 자율 규제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해당하는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와 주말·공휴일의 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대출 판촉 광고가 전면금지된다.또 휴대전화·인터넷 등의 이미지를 통해 대출의 신속성·편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위, 후크송(짧은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과 돈다발을 대출 실행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동안 TV만 틀면 쉴새없이 나왔던 태권브이와 무대리 주연(?)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저축은행중앙회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TV광고 규제에 나선 것은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대부업계의 TV 방송 광고를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개정 법의 취지에 맞게 저축은행업계에도 규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율규제안을 준비해 왔다. 규제안이 이번 이사회에서 승인되면 저축은행에 대한 방송 광고 규제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 무대리를 앞세운 러시앤캐시의 대출광고(위)와 JT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론 대출광고광고규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에는 핵폭탄이나 다름없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학영(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성인 500명이 참여한 '금융광고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금융광고는 대출 광고(45.6%)이고, 광고를 통해 실제 상담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31.5%에 달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의 주된 영업루트가 광고이고, 그중에서도 TV광고는 이들 업계에선 ‘밥줄’로 통하고 있다. 이런 밥줄이 거의 끊기게 되었으니 업계로선 비상이 아닐 수 없다.■ 광고폭탄이 불러온 자업자득, 감성광고가 더 큰 문제정부가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TV광고를 규제하게 된 데는 이들 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현재 대부업체의 광고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만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횟수에 제한이 없다보니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학영 의원실의 조사 결과 업계 1위인 A&P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2013년 1~10월중 12만2188회의 광고를 내보냈다. 하루 평균 402회의 광고가 TV를 통해 나간 것이다. 업계 2위인 산와대부(산와머니)의 광고는 하루 평균 72번 TV 전파를 탔다.이학영의원은 “케이블TV 시청이 가능한 모든 국민이 광고에 노출돼 있고, 대부업 이용자들의 절반이 TV광고를 보고 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축은행 광고까지 합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야말로 광고폭탄이고, 광고홍수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 의원은 "대부업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문구 규제, 광고노출 횟수 및 빈도의 적정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즈사랑의 여성전용 대출광고 더 큰 문제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최근 감성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며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대출이라든가, 국내 토종자본이라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감성광고는 아직 경제관념이나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청년층이나 제도권에서 대출이 어렵게 된 금융 약자들을 쉽게 현혹할 수 있다. 특히 따라하기 쉬운 후크송을 반복해서 내보내 순진한 아이들까지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에 친밀도를 느끼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대부업의 경우 광고비 지출이 당기순이익의 25% 수준까지 치솟은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고객유치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송광고를 집행하는 대부업체는 전체 8800개 업체 중 9개에 불과했다. 이들 9개사의 광고 선전비는 924억에 달하며 평균적으로 당기순이익의 2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3년간 9개 업체의 광고비는 2012년 347억, 2013년 704억, 2014년 924억으로 약 577억원이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대비 비중 역시 2012년 13.0%, 2013년 20.1%, 2014년 24.7%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의 당기순이익 대비 광고선전비가 10% 미만(2014년 기준 하나은행 7.7%, 삼성생명 0.9%, 신한카드 3.0% 등) 수준임을 고려하면 대부업체가 얼마나 광고에 집착하는 지를 알 수 있다.특히 러시앤캐시의 경우 광고 선전비 지출 규모는 2014년 전체 업체 광고 선전비 약 923억 원 중 255억 원(38.4%)을, 2013년 전체 광고 선전비 706억 원 중 380억 원(54.1%)을 차지했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저축은행, 대부업과 차별화 나서야제도권 금융의 최상단에 은행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다음으로 캐피탈 등 여신전문업체와 저축은행이 있고, 그 아래에 대부업체가 위치해 있다. 등록하지 않은 대부업체는 불법 사금융영역으로 분류된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6%임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이 대부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분별한 고금리 대출을 해오다 대부업계와 한데 묶여 광고 규제를 받는 등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신용등급 1~4등급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60%, 5~6등급은 28%, 7등급이하인 저신용자는 12%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위신용등급은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고, 중신용등급이 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계층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은 거의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원성이 자자하다. 지역특성에 맞는 상품개발이나, 계층별로 세분화된 전략상품이 빈곤해 은행권과 대부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특히 시중은행과 P2P 대출업체들은 최근 중금리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아 저축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빨리 차별화에 나서지 않으면 저축은행은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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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안하느니만 못한 경제인 ‘특별사면’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특별사면(특사·Begnadigung)이란 형의 선고를 받은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죄의 종류를 정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령의 형식을 빌려서 하는 일반사면과 대비되는 말이다. 특사는 왕조시절 정변(政變)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행하여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행하는 일도 있었다.결국 사면권의 전통은 절대군주의 은사권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법은 법률 제1호로 제정된 정부조직법에 이어 1948년 8월 30일 제2호로 제정된이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나라 특사의 특징이다. ▲ 박근혜 대통령 13일 취임이후 두 번째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한 이번 특사에서 최태원 SK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인들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돼 재계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24일 재계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경제위기속 경제인 대거 빠진 광복절 특사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13일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취임이후 두 번째 특사이다. 정부는 이번 사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총 6527명을 특별사면했다고 밝혔다. 모범수 588명에 대한 가석방, 서민생계형 보호관찰 대상자 3650명에 대한 보호관찰 임시 해제, 운전면허 취소를 비롯해 행정제재를 받은 이들에 대한 제재 감면 등 총 220만여명이 특사와 별도로 혜택을 받았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은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의 계기로 삼고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관심을 모았던 경제인 사면에는 SK 최태원 회장이 대기업 총수 중엔 유일하게 포함됐다.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 경제인이 포함됐지만 당초 사면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최재원 SK부회장 등은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그나마 유일한 기업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 2013년 1월 말 법정 구속된 이후 대기업 총수로는 역대 최장 수감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량(징역4년)의 3분의 2 가량을 채워 이미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13일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최태원SK회장 ⓒ 뉴스투데이 재계는 이번 특사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상당수 기업인이 특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박 대통령은 3시간에 걸친 간담회와 오찬에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 뛰어 달라고 당부했다.그러면서 그 성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재계 총수들은 “혁신센터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재계총수들과의 만남이후 재계는 정부가 경제인 기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면서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들을 상당수 포함시킬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업 보다 국민여론 선택한 특별사면정부는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경제인을 대거 포함시킬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하여 국민대화합을 사면의 기준으로 내건 만큼, 일부에선 경제인사면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결국 소폭으로 축소됐다. 여기에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대통령선거운동 당시 공약을 통해 사면권 남용을 경계해온 박 대통령의 원칙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박대통령은 경제인 사면의 경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서스 그룹 부회장의 경우 과거에 여러 번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거나 주주에 피해를 입힌 대기업 총수로 분류돼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반재벌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 대거 배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회장의 대국민사과장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최근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부자간 이전투구식 골육상쟁의 다툼을 벌였던 롯데가의 분쟁도 경제인 사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반재벌 여론이 커졌고, 정부가 재벌의 회사지배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확산됐다.하지만 이번 특사의 가장 큰 의미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재계 보다는 국민여론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유력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기성세대와 대기업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양보를 호소했다.박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엄격한 사면권 행사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사면권 행사와 관련해서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를 수차례 강조했는데, 이번 사면을 결정하는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기업투자를 책임지는 총수 부재로 속병 앓는 재계이번 특사가 발표되자 재계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의 몫인데,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SOS를 치면서도 정작 기업이 원하는 선물보따리는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재계는 그동안 ‘총수 부재’로 인해 심한 가슴앓이를 해왔다.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생활을 해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치료를 이유로 해외를 드나들며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공판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아들 정용진 부회장도 이 회장과 유사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총수 부재’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구속 이후 동부발전당진, 동부하이텍, KT렌탈, ADT캡스, STX에너지,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등 굵직한 M&A건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최 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했던 태양광 사업도 추가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수조원대 투자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대규모 자금을 잃을 수 있는 현안에 대해 월급쟁이 사장이 결정을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 옥죄기 속 투자와 고용 압박하는 정부의 이중플레이재계가 더 열받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잇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압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24일 청와대로 재계 총수 17명을 초청,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재계도 박 대통령의 요청에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기업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최경환 부총리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사내유보금 과세가 대표적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해당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일부를 투자, 배당, 임금 상승분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놓은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현재도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어 ‘투자 증대-일자리 창출-소득 증대-소비 증가-세수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도 깨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최경환 부총리의 태도변화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2013년 11월 야당에서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을 때 그는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그가 뜬금없이 사내유보금 과세방안을 들고 나오자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올들어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대기업 사정(司正)도 기업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설’로만 떠돌던 대기업 사정은 올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구체화됐고, 동부그룹과 신세계가 리스트에 오르며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간에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검찰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취임과 맞물려 본격적인 사정 정국이 시작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황 총리는 취임 당시 “반부패 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며 “비리와 적폐를 도려내고 비리가 자생하는 구조를 과감하게 제거하겠다”고 밝혔다.이런 움직임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과도 맞물려 있다. 역대 정부들을 보면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대기업을 겨냥한 대대적 사정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고 조기 레임덕 차단을 시도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한화그룹,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두산그룹을 상대로 대대적 수사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정이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쾌감을 안겨줄 수는 있어도 경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란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성장, 고용, 복지 등 오늘날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기업에 그 답이 있으며, 청년일자리 창출의 주체도 기업”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답이 안보이는 경제상황, 기업인 기 살리기 적극 나서야최근 우리경제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갑자기 단행한 환율 평가절하로 사실상 세계는 환율전쟁에 접어들었다.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며 상반기에만 영세자영업자들은 10만 7000명이 폐업을 했다. 이에 따라 영세자영업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995년 상반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연간 기준으로 1994년 이후 400만 명대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30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 중국은 최근 잇딴 증시폭락과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에 대한 환율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결국 믿을 구석은 대기업이다. 우리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대기업들의 기를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사회 통합을 위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08년 8월 15일 실시됐던 대사면이다. ‘건국 60주년’ 명분을 내걸고 단행됐던 당시 사면으로 경제인과 대기업 관련자 74명, 중소기업인 250명이 무더기로 풀려났다.당시 명단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운규 현대건설 대표이사, 이재관 새한그룹 부회장, 장치혁 전 고합 회장, 손길승 전 SK 회장,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현대차그룹은 2009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가 몰락한 사이 국외 공장 투자를 대폭 늘리며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또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9년말 IOC 위원이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단독 사면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3개월 뒤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삼성전자는 2013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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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폭염이 불러올 나비효과 - 날씨의 경제학
- ▲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온난화현상 때문에 지구가 전례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는 지난 100여 년간 평균 기온이 1.5℃ 오르며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기온 상승을 보이고 있다. 세계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은 민주화에 대한 갈증 보다는 사실 기후변화가 촉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재스민혁명이 민주화혁명이 아닌 식량부족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재스민혁명이 일어나기 한 해전 세계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급격한 식량생산 감소를 겪었다. 식량가격이 폭등하자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이 지역 사람들이 더 이상 못견디고 길거리로 뛰쳐나오면서 혁명이 시작됐다. 알제리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덮쳤다. 혁명의 여파로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 많은 국가의 독재정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기후변화가 인류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좋은 예다.■ 펄펄 끓는 한반도, 124년만에 찾아온 극대 가뭄 향후 20년 지속될 수도우리나라가 연일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절기상 입추(8월8일)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꺾일 줄 모른다. 입추인 지난 8일 서초구의 최고기온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37.1도까지 올라갔고 용산구는 36.2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지역이 35도를 넘어섰다. 수은주가 치솟으면서 서울과 경기지방 곳곳에 올 들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한반도는 실제로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기상청 일별자료에 따르면 1993년 서울의 8월중 평균기온은 23.2도로 나타났다. 2013년 8월 평균기온은 27.9도였다. 20년새 평균기온이 4.7도 상승한 셈이다. 10년 전인 2003년 8월 평균기온인 24.3도와 비교해도 3.6도 올랐다. 1993년과 2013년의 경우 날짜별로 평균기온이 최고 9.3도 차이 나기도 했다.열대야(밤 최저기운이 25도 이상)의 경우 1973년부터 1993년까지 20년간 평균 6.6일이었던 것이 1994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평균 13.4일로 2배이상 증가했다.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일수 역시 같은 기간 평균 7.9일에서 11.5일로 46%(3.6일) 증가했다. ▲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대야와 폭염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기상청 자료. 열대야는 2배이상 늘었고, 폭염 일수 역시 45%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가 됐다. 소양강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계속되는 가뭄과 폭염은 식탁물가를 자극, 일부 채소류를 중심으로 2~3배이상 가격이 오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제일 큰 가뭄 주기가 124년인데 이를 극대 가뭄기라고 하고, 그 다음 주기가 대 가뭄기인데 38년 주기가 있다”면서 “올해는 38년 주기에 딱 들어가 있고 124년마다 오는 극대 가뭄이 시작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극대 가뭄이 시작되면 그 기간은 20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한반도 가뭄피해액 1조원 육박할 것으로 추산그렇다면 가뭄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꼽히는 것은 1967~68년에 영호남 지역에서 발생한 가뭄이다.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낙동강 유역에 큰 피해를 입히며 가뭄 피해액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2001년과 2008~09년 겨울 가뭄, 2011년 제주·전남 가뭄이 이어졌으며, 2012년과 2014년에도 전국적으로 가뭄이 찾아왔다. 올해의 경우 작년부터 가뭄이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그 피해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지역의 가뭄피해가 극심해 유엔에 긴급구호를 요청했고, 유엔에서는 대략 1억 11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실 가뭄피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12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만성적인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메가(mega) 가뭄의 전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메가 가뭄이란 가뭄이 적어도 11년 이상에서 수 십 년 까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는 역사적인 가뭄 기록과 최신 기후예측 모형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에 미국 남서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메가 가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남미와 동남 아시아, 호주, 인도, 아프리카, 남부 유럽까지 광범위하게 위험 지역에 포함시켰다. 가뭄은 태풍이나 해일등 다른 어떤 자연재해보다 그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즈의 주택가. 당시 미국은 1500명의 사망자와 140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단기간에 큰 피해를 주지만 가뭄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 자연재해로 꼽히고 있다. 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NDM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재해 유형별 피해액 중 가뭄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이 홍수에 비해 2~3배 정도 크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기상이변,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최근들어 자주 목격되는 기상이변도 걱정거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10일 현재까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평년 수준(11.2개)보다 많은 14개에 달했다. 이미 5월까지 평년(2.3개)보다 3배 많은 7개가 발생했는데, 이는 1971년(9개) 이후 1~5월 발생 태풍수로는 가장 많다. 기상청은 앞서 “올 여름철에는 엘니뇨 등으로 태풍의 활동기간이 길어지면서 평년보다 강한 태풍이 많을 것”으로 예고했었다.실제로 7월에는 제9호 태풍 ‘찬홈’의 뒤를 이어 10호 태풍 ‘린파’, 11호 태풍 ‘낭카’까지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물론 여러 개 태풍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처럼 한꺼번에 3개 태풍이 생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매월 1~2개 태풍이 발생했는데, 매월 태풍이 발생한 것은 1965년 이후 50년 만이다.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13호 태풍 ‘사우델로르’는 타이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중국 본토에 상륙,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저장성 핑양현은 하루 600㎜가 넘는 비가 내려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9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앞서 타이완은 사우델로르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 1~5월중 태풍 수에서 올해는 이미 7개가 발생, 1971년이후 가장 많은 태풍 빈도를 기록했다. 파란색이 평년수준이고 붉은색이 올해 발생한 태풍을 뜻한다. [자료=기상청] ■ 18년만의 슈퍼 엘니뇨, 슈퍼태풍 등 잇딴 예고에 지구촌 공포호주 기상청은 지난 7월 2010년 이후 5년만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엘니뇨는 1997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엘니뇨(super el nino)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세기 최악의 자연재앙으로 기록된 1997~1998년 슈퍼엘니뇨 때는 전세계적으로 약 2만 2000명이 사망했고, 38조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미 지구촌 곳곳의 가뭄으로 곡물시장엔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수입국인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기상이변이 지속되면서 농산물가격 변동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호주은행(NAB)은 최근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호주가 엘니뇨 영향권에 들면서 호주의 밀 생산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국제 밀가격은 지난 6월에만 28% 급등했고 옥수수는 17% 올랐다. 한국은 옥수수와 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문제는 기상이변이 단순히 농산물가격에만 영향을 주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가 먹을 목초 공급이 줄면 유제품과 육류 생산도 타격을 입는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가뭄은 니켈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상이변이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3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하면서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대규모, 최악의 태풍을 묘사한 영화 퍼펙트스톰(2000년)의 포스터. 18년만의 슈퍼엘니뇨가 올해 발생할 경우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정말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 연평균 200조원으로 불어난 자연재해 피해액, 한국의 대책은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지난 30년간 4배로 증가했다. 2년전 세계은행이 세계 최대 재해 보험사인 독일의 '뮌헨재보험'(Munich Re)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500억달러였던 자연재해 피해 규모는 2003년이후 평균 2000억달러로 4배로 불었다.이를 토대로 1980년부터 2014년까지 총 피해액을 계산해보면 4조달러(4700조원)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 피해규모는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피해가 집중되어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이들 계층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한국 역시 해마다 자연재해로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수 조원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는 5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남겼고, 2003년 태풍 ‘'매미’는 전국에서 130여 명의 인명 피해와 4조 78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안겼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올해 역시 슈퍼엘니뇨 현상과 함께 한반도에 강력한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태풍을 일반적으로 5등급으로 나눌 때 4등급 이상을 슈퍼태풍이라고 하는데, 이는 초속 65미터 이상의 강풍과 하루 1000㎖ 이상의 폭우를 동반한다. 태풍의 강도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면 온도인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한반도 연안 온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슈퍼태풍 발생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아직 우리에게 먼 나라, 먼 미래의 얘기일까. 온도 변화에 둔감해 결국 화를 맞게 되는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이 우리의 미래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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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임기 반환점 앞둔 박근혜 정부, 결국 경제가 화두
- ▲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와 동의를 강하게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임기시작후 4번째이며 지난해 세월호 담화이후 1년2개월만이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 is the economy, stupid)”를 선거구호로 내걸었다. 당시 현직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는 걸프전 승리를 앞세워 선거전에 임했는데, 빌 클린턴 후보는 미국경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음을 정확히 짚어내 대선승리를 이끌어냈다. 2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구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여전히 경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임기 반환점 앞둔 박근혜 정부, 담화에서 경제 37회 언급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3~4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와 동의를 강하게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담화내용 중 경제와 개혁이란 단어를 각각 37회, 33회 사용해 집권 후반기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 중 노동개혁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 일자리 확충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할 뜻을 밝혔다. 그는 “노동개혁은 일자리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고령시대를 앞두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에 큰 문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 각 분야의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공공부문이 앞장서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기관도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솔선수범하겠다. 우선, 금년 중으로 전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중단된 노사정 위원회의 재개를 강조하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도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특히 박 대통령은 근로자의 사회안정망 확충을 위해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임금 현재 평균임금 50% 수준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자유학기제 전면 확대 ▲수능난이도 안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보급 확대 ▲선취업 후진학 제도 발전 ▲사회수요맞춤형 인력양성 등 6개 개혁과제를 강조했다.박 대통령의 담화는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관련 담화를 발표한 뒤 1년 2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말로 임기 절반을 지나게 된다. 집권 후반기에 노동 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의 동력을 되살려 경제 회복 기회를 잡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이번 대국민담화의 핵심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외쪽, 세계적인 캐리커처 작가 얀 옵뜨빅(Jan op de beek‧벨기에)과 아베 日 총리(오른쪽, 김태수 작가) ⓒ 뉴스투데이 ■ 뛰어가는 아베 정부, 기어가는 박근혜 정부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정부는 2012년 12월 출범(제2차 내각)했다. 박근혜 정부는 2개월후인 2013년 2월 들어섰다. 하지만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아베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는 잔칫집 분위기인 반면 한국경제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올 1분기 성장률이 2.4%로 당초 전망치 1.5%를 크게 웃돌았다. 도쿄시장의 주가도 1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반면 한국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췄다. 그나마도 지켜질지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아쉽게도 우세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구조개혁이 지금처럼 계속 지연되다가는 20년 장기침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일본 성장전략 주요내용 및 시사점’과 관련해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규제개혁과 대외개방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암반규제’(덩어리 규제의 일본식 표현)의 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적표는 기업실적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국기업들은 2분기에 수출과 내수 동반 침체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반면 일본기업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2분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반면 일본의 간판기업인 도요타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소니는 순익이 3배가 늘어났다,6일 국제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89개 기업 가운데 주당순이익(EPS)이 시장의 예상을 웃돈(블룸버그 집계 기준) 기업은 45곳으로 50.5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닛케이225지수 편입 종목에서는 124개 기업 가운데 87개(70.16%)의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블룸버그는 일본기업들의 실적이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시게미 요시노리 전략가는 "일본은 (아시아의) 다른 모든 국가를 능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에고 조던 (Diego Jourdan 우루과이) 작품 ⓒ 뉴스투데이 ■ 잇딴 경제회복 처방, 아직까진 백약이 무효박근혜 정부는 최근들어 경제회복을 위해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양적으론 거의 ‘폭탄’ 수준이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부호만 가득하다. 46조원 재정확대 패키지까지 내놓으며 경기부양 시동을 걸었지만, 내수·수출부진이 겹친데다가 난데없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겪어 기대한 만큼 가시효과는 없었다.이에 정부에서는 하반기 중 추가경정예산 11조 8000억원을 포함, 정책금융 등을 동원해 22조원의 돈을 풀기로 했는 바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다. 무리수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조30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얼마나 녹일지는 알 수 없다.일각에선 한국이 일본이 1990년대 겪은 ‘잃어버린 10년’ 과정을 답습할지 모른다는 끔찍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병에 처방이 있듯이 경제문제에도 처방은 있다. 문제는 이를 실천할 의지와 실행능력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 등은 이해집단의 반대 등으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증세와 복지 문제를 놓고도 이해집단의 갈등으로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데, 정부출범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으로 이같은 어려운 과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사과도, 최근 논란이 된 국정원 해킹 의혹과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었던 점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25분간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기만 했을 뿐 취재진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대통령이 경제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실적이다.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절치부심하여 얼마나 좋은 경제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가 내세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슬로건이 왜 유권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지, 클린턴 대통령이 실제 8년의 재임기간중 어떤 경제실적을 냈는지 박근혜 정부는 새삼 곱씹어야할 대목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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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종업원 3명의 구멍가게’가 지배해온 롯데그룹
- ▲ 연매출 83조원, 재계서열 5위의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광윤사(光潤社)가 위치한 일본 도쿄 신주쿠 일본롯데홀딩스 본사 건물. 주소지가 이 건물 4층으로 되어있는 광윤사의 실체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종업원규모 3명에 불과한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인쇄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점이 새삼 부각돼 관심을 끌고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株)光潤社:1967年11月 創業、住所:160-0023 東京都 新宿区 西新宿3-20-1ロッテ本社ビル4F、事業内容:包装資材の販売、販促資材の販売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표대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한 광윤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구글사이트에 나와있는 광윤사는 1967년 11월 창업, 주소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있는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빌딩 4층이며 사업내용은 포장자재 및 판촉자재 판매로 소개되어 있다.종업원은 3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 법인이어서 실적을 포함해 지분 구조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출은 주로 일본 롯데상사와 롯데아이스 등 일본쪽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해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종업원 규모만 보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광윤사가 만들어진 시기가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한국 롯데제과의 창업시기(1967년)와 같은 점을 들어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한국진출에 맞춰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매출 83조원, 재계 5위의 롯데를 지배해온 정체불명의 회사이런 광윤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 30%이상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간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광윤사 27.65%, 우리사주 12% 등이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광윤사(33%)와 우리사주(32%)”라고 밝혔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각각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 맞다면, 광윤사 지분 확보가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정작 누가, 얼마나 광윤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바가 없다. 광윤사의 지분구조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2년이다. 광윤사가 갖고 있는 부산은행 지분 내역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대주주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씨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게 유일하다. 시게미츠 다케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이다.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광윤사 지분구조가 그대로인지는 미지수이다. 일부에선 이미 신 총괄회장이 장남과 차남에게 광윤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30%를 갖고있고, 신 회장이 25%,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20%, 신 총괄회장이 10%를 갖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돌고 있다.종업원 3명에 불과한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얼마나 될까. 상장사가 아니라서 관련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롯데재단이 2013년 밝힌 재산 목록에 광윤사 주식가치를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와 있다. 롯데재단이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재산 목록을 보면 광윤사 주식 167주를 공익목적으로 재단이 보유하고 배당수익을 재단의 사업 재원으로 쓴다고 밝히며 이들 주식의 금액이 19억 9194만 7610엔이라고 적혀있다.이 금액을 167주로 나눠보면 주당 금액은 1192만 7830엔이 된다. 광윤사 법인등기부 등본에 나와있는 전체 발행주식이 4만주이므로 전체 금액은 4771억 1320만엔(약 4조44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롯데재단이 광윤사 주식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다. 하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자산규모가 2014년 기준 91조7000억원(재계서열 7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이보다 수배 혹은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암호 같은 미스테리 투성이의 지배구조이번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할 정도로 시장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대부분의 주식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측 투자회사들이 갖고 있다. 특히 주식의 73%를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들’의 경우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일본 국적의 L투자회사는 일종의 특수목적법인 성격으로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회사들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L제1투자회사~L제12투자회사까지(L제3투자회사 제외) 11개사가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를 제외하면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 등이 나머지 주식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L제2투자회사를 제외하곤 모두 주소지가 신주쿠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로 되어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직접 혹은 간접으로 관련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L투자회사의 경우 그간 어떤 회사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가 지난해 그룹 순환고리에 있는 롯데알미늄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서 정체가 일부 드러났다. 롯데알미늄은 당시 사업보고서 정정을 통해 그간 주주로 공개되지 않았던 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가 각각 34.92%와 22.84%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L제2투자회사에 대해선 “과자판매업을 영위해 오던 주식회사 롯데상사로부터 분리해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했다. 주소지는 일본 도쿄 시부야의 롯데상사와 같았을 뿐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롯데그룹이 이같은 미스테리한 지배구조를 갖게된 이면에는 전근대적 비공개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신 총괄회장의 폐쇄주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기업공개를 극도로 꺼려 일본 롯데계열사 37개 가운데 상장회사가 하나도 없다. 그나마 한국 롯데계열사 가운데 9개사가 상장되어 있을 뿐이다.■ 폐쇄적인 신 총괄회장의 낯선 여론몰이(?)이처럼 폐쇄적인 성격의 신 총괄회장이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하여 대국민사과를 발표하고, 차남 신 회장을 겨냥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경련에서 재벌회장의 일대기를 만화로 만들겠다고 제의했을 때 조차 이를 정중히 사양할 정도로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의 목소리가 공중파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의 TV출연(?)은 낯설다. ▲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방송사와의 인터뷰가 일본어로 진행된 것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진 것을 의식한 듯,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부인과 함께 출연하여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며 사과했다. [사진출처=KBS방송화면 캡처] 물론 신 총괄회장이 직접 여론전쟁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것이 신동빈 회장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앞서 일본어로 TV인터뷰를 진행한 것과 관련, 한국네티즌의 질타가 이어진 것을 의식하듯,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출연하여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고 해명하고,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재벌가 2세가 TV에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얼굴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한국인 부인이 동석한 것도 특이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만큼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신 전 부회장이 폐쇄적인 가족경영의 원칙을 깨고 TV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발언을 잇달아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영향력이 큰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표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계산으로 파악된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차남 신 회장을 롯데회장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려 신 회장의 가신그룹을 견제하고, 중도세력을 최대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인 듯 하다.■ 누가 이기든 땅에 떨어진 기업이미지 회복 쉽지 않아어쨌든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이 TV를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되고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통한 표대결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롯데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신동빈 대 반신동빈 구도를 형성하며 한층 가열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전의 시기는 10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극적인 타협과 화해가 없는 한 누가 이기든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 쪽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긴 쪽도 내상이 간단치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이미 롯데는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고 그동안 진행해온 투자건도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재계서열 5위에 전혀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지배구조와 구멍가게식 가족경영이 낳은 필연적인 비극이라고 하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크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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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시게미츠(重光) 일족의 난’을 보는 불편한 시각
- ▲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주(장남)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차남) 롯데회장의 일본인 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30일 한국을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9일자 보도에서 롯데 경영권 다툼을 가리켜 “시게미츠(重光) 일족의 난(亂)”으로 묘사했다. 시게미츠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일본 성이다. 한국에서는 ‘형제의 난’ ‘왕자의 난’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번 다툼을 신씨, 아니 시게미츠 일가 전체의 피와 살이 터지는 골육상쟁식 싸움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이번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롯데 오너일가의 민낯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롯데기업 정체성에 대한 해묵은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는 과연 일본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 일본이름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를 쓰는 창업주와 일본어로 인터뷰 하는 장남30일 KBS는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단독인터뷰를 내보냈다. 신 전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신동빈 롯데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부친의 지시였다고 주장하며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지시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정작 인터뷰 내용이나 지시서의 내용이 아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로 인터뷰를 진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모친이 일본인인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재계서열 5위에 올라있는 롯데그룹 장남이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여론의 반응이다. ▲ 30일 KBS에 공개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지시서. 네티즌들은 신동빈 롯데회장을 해임하는 것이 창업주의 뜻이었다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도 충격이었지만 신 총괄회장이 한국이름이 아닌, 일본이름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를 쓴 것이 더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KBS방송화면 캡처] 언론에 공개된 지시서에 적힌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이 한국이름 신격호가 아니라, 일본이름인 ‘시게미츠 다케오’로 나온 것도 네티즌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했다는 서명 역시 시게미츠 다케오를 뜻하는 한자 重光武雄(중광무웅)으로 적혀있다.사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국적은 한동안 미스테리였다. 결론부터 말해 그는 한국국적과 일본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인이고 일본에서는 일본인인 기묘한 형태이다. 한때는 편법적 이중국적자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지만 그가 이중국적자가 된데는 한일관계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청년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신 총괄회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에 일본으로 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일본이름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외무대신을 맡았던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와 같은 점이 흥미롭다.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 다리를 다쳤던 시게미츠는 일본이 패망할 당시 미주리 함에서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A급 전범'으로 7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그는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정계에 복귀해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둘째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신 총괄회장이 당시 명문가 반열에 오른 처가댁 성을 따서 자신의 성으로 쓴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어찌됐든 당시 일본과 대사급 외교 관계가 없었던 제1공화국 체제에서는 그의 일본 국적 취득을 알지 못했을 것이며 이 때문에 그의 한국 국적이 유지되었을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1985년까지 이중국적을 허용했으므로 일본 내에서도 그의 한국 국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격호는 한국인이고, 시게미츠 다케오는 일본인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수 십년간 지속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1년 대한민국의 국적법 개정으로 그가 합법적인 이중국적 상태가 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적인, 너무도 일본적인 롯데 오너일가의 색깔신 총괄회장은 각각 어머니가 다른 4남매를 슬하에 두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첫째 부인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낳았다. 그리고 첫째부인 노 여사가 임신중이던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만난 둘째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사이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 두 아들을 두었으며 1기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씨와의 사이에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낳았다.주목할 점은 신동빈(일본이름 시게미츠 아키오) 회장의 일본내 혼맥이다. 신 회장은 신동주(일본이름 시게미츠 히로유키) 전 부회장보다 7년 앞서 1985년 6월 결혼했다. 일본 귀족가문 출신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 마나미 씨가 반려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수상이 주례를 하고 나카소네 현직 수상이 축사를 하는 등 그의 결혼식에 일본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당시 신 회장은 100억 엔(937억 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화려한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나미 여사는 일본 왕세자비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일본 출장길에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처가댁 배경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반면 신 전 부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 씨의 차녀 조은주 씨와 연애결혼을 했다. 조은주 씨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UCLA에서 마쳤다. 결혼 직전까지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덕만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규모 무역업을 했다.일본인 아내를 둔 신동빈 회장이 능통하지는 않지만, 한국말을 하는 반면 한국인 아내를 둔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신 회장이 비교적 일찍 한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가진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주로 일본에서 근무해 한국어를 익힐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창업주인 신 총괄회장 역시 일본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배경에는 명문가문 출신인 부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재혼이후 사업에서 승승장구 한 것도, 그의 일본이름이 시게미츠 다케오인 것도 잘 나가던 처가댁의 명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형제싸움이 신동빈 회장 대 일족간 싸움으로 확산형제간 분쟁으로 시작됐던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신동빈 회장 대 나머지 가족간 싸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씨 일가 친척들이 반 신동빈 세력에 속속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 일가친척들이 반대편에 서게 된 배경에는 신동빈 회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스타일에 다른 일가 친척들이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지난 15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임명되며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거느리게 되자, 일부 친척들은 후계구도를 두고 신격호 총괄회장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번 ‘신주쿠발 쿠데타’ 시도 때 신 총괄회장의 동생이자 일본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인 신선호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신선호 사장은 한때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롯데리아를 성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송사에 휘말린 적 없는 유일한 형제다.반 신동빈 세력에는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주·동빈 형제에게는 6촌 형뻘이다. 신동인 대행은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다가 신동빈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좌천한 경험이 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사촌인 신병호(2005년 작고) 전 롯데칠성음료 고문의 장남이다. 1968년 롯데제과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그룹기획조정실 사장,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호텔 사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신동빈 본부장’ 체제를 갖추면서 그는 밀려났다. 그뒤 10년 동안 롯데자이언츠 일만 하고 있다.신 회장의 배다른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롯데쇼핑과 함께하다 2006년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2012년부터는 경영에서 물러나 복지재단 관련 활동만 벌이고 있다.신영자 이사장과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 등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지난 2013년 롯데와의 거래가 끊기기도 했다. 팝콘·콜라를 유통하는 시네마푸드·시네마통상은 그전까진 롯데시네마에 매점을 운영하면서 수백억대 매출을 올려왔다. 하지만 2013년 2월 롯데시네마가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하며 문을 닫았다. 이런 점이 신영자 이사장측을 섭섭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대를 이은 형제간 싸움, 2대에 걸친 가족 비극사사실 신씨 일가의 형제간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5남 5녀를 둔 집안의 장남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형제와 크고 작은 분쟁을 겪었다. 신 총괄회장의 남동생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다.우선 바로 아래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사장은 1958년 신 총괄회장이 국내에 없는 틈을 타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롯데를 인수하려다 발각돼 구속된 적이 있다. 이후 신격호 회장과 틀어진 그는 작은 제과 회사를 차려 독립했고, 지금은 고인이 됐다.신격호 총괄회장은 또 3남 신춘호 농심회장과도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1960년대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에도 1965년 롯데공업에서 라면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롯데공업은 회사 이름을 농심으로 바꿨다.막내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롯데제과ㆍ롯데칠성ㆍ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두루 거쳤다. 특히 롯데그룹 운영본부의 부회장을 맡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한국 롯데 경영을 지휘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서울 롯데제과 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을 치르며 감정의 골이 생겼다. 이후 그룹의 주요 자리에서 밀려났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롯데우유는 ‘롯데’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라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신 총괄회장은 24살 차이나는 막내 여동생 부부와도 갈등의 골이 깊다. 막내 매제인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과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부부를 상대로 샤롯데 엠블럼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갈등을 겪었다. 특히 롯데그룹이 2007년 롯데JTB를 설립하면서 관광업에 진출해 양측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청년시절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기업을 일궈 이제는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으로 키워온 신격호 총괄회장. 아들간 분쟁의 여파로 70년만에 자신이 세운 롯데그룹에서 강제적으로 2선으로 밀려난 그의 노년은 쓸슬해 보인다. 그리고 온갖 민낯을 드러내며 형제간에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더 불편하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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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롯데 ‘형제의 난’
- ▲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가운데 너무도 유명한 베르테르의 자살장면. 젊은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이 작품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로테의 애칭 로테(Lotte)에서 이름을 따서 기업이름으로 정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꼽히는 요한 볼프강 괴테의 첫 번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은 25세의 나이였던 괴테가 불과 7주만에 써내려간 편지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Charlotte)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베르테르의 비극적 삶을 다루고 있다. 그 자신 역시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했다가 실연의 상처를 갖고 있는 괴테의 자전적 소설로 유명하다.뜬금없이 괴테의 소설을 왜 꺼내느냐 하면 요즘 경영권을 놓고 골육상쟁식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의 상황과 소설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롯데라는 기업이름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로테의 애칭 로테(Lotte)에서 따온 것이다.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젊은시절 작가지망생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5남5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40년대초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 실업학교 고등부(지금의 와세다대학 이학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1946년 졸업 후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밀항선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때만 해도 작가지망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문학 대신에 사업가의 길을 걷게된다. 1948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해 일본에서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베르테르가 죽으면서까지 사랑했던 여인 로테가 일본에서 재벌기업의 시초로 재탄생한 것이다. ▲ 위 왼쪽부터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장남) 전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아래쪽 신동빈(차남) 롯데그룹 회장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DB] ■ 절대강자 없는 롯데오너일가 형제의 지분경쟁그런 롯데그룹이 요즘 ‘형제의 난’으로 시끄럽다. 지난 1월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전 부회장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면서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굳어진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 전 부회장이 장녀이자 누이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손잡고 일본에서 경영권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일일천하’로 끝나면서 잠잠하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번에 쿠데타의 무대가 됐던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호텔을 통해 롯데쇼핑을 비롯한 한국롯데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롯데호텔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분 8.8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롯데호텔의 주식은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한 일본의 롯데 관련 투자주식회사들(이른바 L투자회사)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현재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20% 안팎으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율이 두 아들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두 형제간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도 엇비슷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 지분율은 13.45%로 0.01%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복잡하게 얽힌 롯데오너 가계도롯데 오너일가의 형제간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형제들의 가계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신 총괄회장은 총 3명의 부인을 뒀다. 첫째부인 고 노순화 여사를 비롯해, 둘째부인 일본인 시게미츠 하츠코, 셋째부인 미스롯데 출신의 서미경 씨 등이 그들이다.신격호 총괄회장은 1940년 동향(경남) 출신의 고 노순화 여사와 결혼을 하지만 1년만에 그가 일본 유학길에 오르면서 사실상 결혼생활은 파국을 맞게된다. 노 여사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1960년 세상을 떴다. 신 이사장(73)은 신 총괄회장과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 태어난 장녀다. ▲ 한국서 결혼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신격호 총괄회장은 1952년 일본여성과 재혼하는데, 이 여성의 외삼촌이 시게미츠 마모루 전 일본 외무대신이었다. 사진은 시게미츠 마모루(왼쪽 지팡이 짚고 있는 이)가 1945년 9월 2일 미국전함 USS 미주리호에서 있었던 항복문서 조인식에 외무대신 자격으로 참석했을 당시 모습. 그는 이후 A급 전범으로 처벌받았으나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1952년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재혼을 했다.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의 외삼촌은 시게미츠 마모루(重光葵) 전 일본 외무대신이다.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 다리를 다쳤던 그는, 일본이 패망할 당시 미주리 함에서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후에 'A급 전범'으로 처벌받았으나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정계에 복귀해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신 총괄회장이 재혼이후 사업에서 승승장구 한 것도, 그의 일본이름이 시게미츠 타케오(重光武雄)인 것도 잘 나가던 처가댁의 명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사이에서 장남 신동주(61·일본이름 시게미츠 히로유키)부회장과 차남 신동빈(60·일본이름 시게미츠 아키오) 회장이 태어났다. 이번 쿠데타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복누이인 신 이사장과 연합해 같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신동빈 회장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마지막으로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5)씨와의 사이에는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2)이 태어났다. 서씨는 미스 롯데 1기 출신이다.■ 일본과 한국 두 형제 양분체제에서 신동빈 회장 단일체제로신동빈 회장이 지난 1월 그룹회장으로 급부상하기 전까지 일본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맡아 각각 양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신 총괄회장은 그룹 후계구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식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겼다. 두 형제는 일본과 한국롯데를 각각 맡아 경영을 했지만 성과 면에서는 차이가 있었다.한국 롯데는 성격이 외향적인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 체제에서 대체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자연히 힘의 균형이 신동빈 회장 쪽으로 쏠렸다. 지난해 말 신 전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그룹 전체를 신동빈 회장이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실적차이 때문이다.그렇다고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탄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4년 해태제과 인수 실패, 2005년 진로 인수 실패, 2006년 까르푸 인수 실패 등 중요 M&A를 벌였던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잇딴 실패로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란 오명까지 받으면서 그룹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2009년 들어 두산주류BG와 부산의 쌀과자 업체인 기린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신 총괄회장의 '마지막 소원'으로 불리는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의 재착공을 이뤄내기도 했다.이러던 차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일본 롯데의 주요 직책에서 잇따라 해임되면서 형제간 경영권 승계 싸움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을 거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주를 이뤘고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 없이 일선에서 물러서 있었다.■ 본격 막오른 형제의 난, 롯데가(家) 장녀의 선택은그런데 지난 27일 갑자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날아가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는, 경영권 회복을 위한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 쿠데타는 신동빈 회장측의 기민한 역공으로 1일천하로 그쳤다. 하지만 형제간 경영권 싸움이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관측은 많지 않다. 오히려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여기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신영자 롯데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후 롯데백화점 설립부터 관여한 롯데의 ‘1등 공신’이다. 총괄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2년부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롯데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등을 이끌며 사회공헌 업무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과 손잡고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의 쿠데타에 동참, 사실상 경영권 다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 이사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 때문이다.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제과의 지분율 2.52%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인 3.95%를 더할 경우 신동빈 회장의 5.34%를 넘는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이사장의 지분은 0.74%로 많지 않지만 신동빈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13.45%)의 지분 차가 0.01%에 불과한 만큼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신 이사장은 또 롯데칠성음료(2.66%)와 롯데정보통신(3.51%), 롯데푸드(1.09%)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와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왕관수여식의 키를 쥐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애매한 태도중요한 것은 이번 ‘신주쿠발 쿠데타’의 배경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단순히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SOS 지원요청에 자리만 함께 한 것인지, 아니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경영권 쿠데타에 적극 동참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쿠데타가 ‘1일천하’로 끝난 28일 신 총괄회장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지만 기자들의 쇄도하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 궁금증만 증폭시켰다. 그 다음날인 29일 역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을 뿐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어찌됐든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까지 신동주 전 부회장을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게 해서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어줬던 신 총괄회장이 이번에는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쿠데타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여 승계권 구상은 한층 복잡해졌다. 신 총괄회장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누구든 후계구도의 최종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종업원 3명에 불과한 일본 광윤사(光潤社)를 정점으로 하는 독특한 롯데의 지배구조 탓이 크다. ▲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있는 일본 광윤사. 종업원 3명에 불과한 포장재회사의 지분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향후 롯데왕국의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기타 롯데계열사 등으로 되어 있다. 특히 비상장법인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광윤사 지분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광윤사 지분 약 50%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결과적으로 광윤사 지분을 상속받는 사람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물려받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여전히 신 총괄회장의 손에 쥐어져 있다. 못이룬 사랑 때문에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괴테의 소설속 주인공 ‘젊은 베르테르’. 제2의 베르테르가 되지 않으려는 롯데가 두 오너형제의 싸움은 당분간 아버지를 향한 러브콜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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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쉐프 전성시대’가 반갑지 않은 이유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바야흐로 쉐프들의 전성시대다. 일명 ‘백주부’로 불리는 더본 코리아 대표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씨를 필두로 잘 나가는 요리전문가들과 쉐프들이 TV를 점령했다. 이들이 출연하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과거 요리 프로그램들이 접하기 힘든 고급요리를 소재로 했다면 이들은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갖고 가정식 요리를 만든다. 이들이 여성팬 뿐 아니라, 남성 심지어 40~50대 중년팬까지 확보하면서 휴일이면 집에서 간단한 요리로 한 끼를 떼우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 대표적인 요리프로그램인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왼쪽)와 TVN의 집밥 백선생 ■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구조적 침체기 접어든 한국경제전적으로 이런 요리 프로그램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요식업체들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난해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체감경기는 1990대말 IMF사태 때보다 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서비스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하면 더했지,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 구조적 침체기에 빠져들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실제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쳐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후퇴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서둘러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생각지도 않았던 메르스 충격이 분명히 컸지만 그 이전부터 조짐을 보였던 내수부문의 침체는 심각한 단계에 이른지 오래다.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인데, 수출부문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우리경제를 압박하는 양대축으로 꼽히고 있다. 건설경기가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으로 지탱해왔는데,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정책으로 향후 건설경기마저 꺾일 경우 한국경제가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 우리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잃어버린 10년’ 일본식 장기불황이 현실로 다가올까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을 촉발한 것은 미국이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오일쇼크 등으로 치솟는 원자재값과 그로인한 물가상승을 잡기위해 17%에 달하는 살인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폈다. 금리인상 정책으로 미국 제조업이 휘청거리자 일본기업들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불어났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레이건 정부는 1985년 유럽G5 국가들과 미국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인위적인 달러약세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플라자 합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갑작스런 달러약세(엔화강세)로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에 당황한 일본정부는 긴급처방으로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금리가 내리고 돈이 시중에 풀리면 이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생산설비를 늘리고 일자리가 늘면서 다시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일본정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풀린 돈은 기업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거품)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냐면 일본을 팔면 미국을 4번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올 정도였다. 도쿄 황궁의 가치가 캐나다 전체가치보다 더 비싸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떠돌았다. 니케이지수도 무섭게 올라 4만시대를 코앞에 뒀다.하지만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경제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제는 필연적으로 거품을 낳았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왔다. 부동산값 폭등에 놀란 일본정부는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대출을 규제해 시중자금을 죄기 시작했다. 2.5%였던 금리를 단기간에 6%까지 인상한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을 규제하자 부동산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년이후 집값은 15년간 단 한번의 예외없이 떨어져서 최고가 대비 87%나 폭락했다. 니케이지수는 8000까지 후퇴했다. 이 기간 도산한 금융기관이 수백개에 달했다.■ 과열되는 부동산시장과 빚투자 주식시장우리경제는 어떨까. 지금 우리상황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말도 안되는 거품이 단기간에 꺼지면서 불황이 시작됐고 우리는 주택시장등 부동산경기를 제외하면 여전히 경제 여러 분야가 거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식시장 역시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걱정스런 대목이 눈에 띄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먼저 일본경제의 거품이 인위적인 금리인하와 돈의 힘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에서 시작한 것이나 우리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은 매우 흡사하다. 시중에 풀린 돈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 최근 부동산붐에 힘입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시장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이런 유사점들 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은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수개월새 수 억원이 올랐다. 반포동 삼호가든4차 전용면적 96㎡는 최근 8억6500만원에 거래돼 2007년 호황기 때 최고가(8억4500만원)를 뛰어넘었다. 경남아파트, 신반포23차, 신반포3차 등도 재건축 기대 속에 최고가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경기는 바닥인데, 부동산경기만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금액은 8조286억원에 달했다. 올해 초 5조원에서 7개월 만에 무려 3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며 신용잔고가 8조원을 넘긴 것도 증시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의 신용 잔고는 4조1406억원으로 코스피(3조8880억원)를 추월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코스피(1275조원)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고 투기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도미노 현상증시속언 가운데 ‘폭탄돌리기’란 말이 있다. 퇴출예정기업 주식이 이유없이 오를 때 쓰는 말인데, 내가 투자하는 동안 수익만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위험주식 투자에 나서는 무모한 행위를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폭탄은 언제고 터지게 되어 있고, 거품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은 이제 전망이 아니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리를 얼마로 올린 것이라는 정확한 수치를 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밀자료가 얼마전 노출됐으니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4분기에는 평균 0.35%로 인상되고, 내년과 후년 4분기에는 각각 1.26%, 2.12%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미국시장으로 돌리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리나라 역시 이미 ‘셀(sell)코리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들도 54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여파로 환율이 크게 올라 달러당 1160원선을 넘어섰다. 이는 연초 대비 6.3% 상승한 것이다. ▲ 금리인상을 추진중인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경제에 연쇄적인 도미노현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연쇄적인 도미노효과다. 지난해 빚을 얻어 집을 사라고 부추겼던 정부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는 대출규모에 놀랐는지 최근 입장을 바꿔 대출규제 정책을 내놨다. 여기에 덧붙여 금리까지 인상하게 되면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결국 빚을 얻어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된다.부자들은 원래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는다. 설령 빚을 내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 서민들은 다르다. 가진 돈이 없으니까 무리해서 빚을 얻어 투자하는 것이고, 그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는 투자원금은커녕 새로운 빚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정부 말을 믿고 뒤늦게 빚을 얻어 집을 산 ‘하우스푸어’와 주식시장에서 한몫 잡겠다고 빚투자에 뛰어든 ‘개미’들이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도미노현상의 맨 앞줄에 서 있는 셈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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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끝나지 않는 ‘최저임금’ 전쟁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1% 인상한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한지 10여일이 지났는데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조정안에 반발하며 전체회의를 박차고 나왔던 노동계는 최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절차와 내용상 심각한 위법성을 지니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했다.노동계만 반발하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제에 가장 예민한 영세업체 대표,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울상이다. 양측의 반발에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안을 고시한 뒤, 이의신청 기간(10일)을 거쳐 오는 8월5일 최저임금을 고시하게 된다.민주노총이 지난 15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 재심의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노정갈등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공산이 커졌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 ▲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앞세워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가 됐던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 광고. 소상공인들은 “악덕 고용주로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식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알바몬과 혜리 등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의 최저임금은 462.50원이었고 1989년에는 600원으로 올랐다. 이후 ▲1990년 690원 ▲1991년 820원 ▲1992년 925원 ▲1993년 1005원으로 해마다 8~18%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등 연간인상률이 5~7% 수준에 그쳤다. 이번 인상률(8.1%)은 2008년(8.3%)이후 최대상승률이다.우리나라보다 앞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시행한 국가는 많다. 1894년 세계최초로 시행한 뉴질랜드를 비롯해 미국은 1938년, 프랑스는 1950년에 각각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이보다 늦은 1999년에, 독일은 올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뉴질랜드 약 1만2240원 ▲미국 약 8200원 ▲프랑스 약 1만3000원 ▲영국 약 1만1300원 ▲일본 약 7300원 ▲독일 약 1만2700원 ▲호주 약 1만40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단순 금액으로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국가(총 회원국은 34개국) 중에서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는 얘기다.경영자 측에서는 해마다 7%이상 오르는 최저임금제가 큰 부담이라고 호소한다. 대기업과 달리, 최저임금제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영세업체 대표, 소상인공인 등은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부담까지 늘어나 사업 자체를 운영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울상이다.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3월 429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5.5%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29.9%는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임금이 오르는 만큼, 일자리 자체를 줄여 수지타산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 올해초 최저임금 인상론에 불을 지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 노동계는 노동계 대로 불만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립서비스’가 큰 몫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해 3월부터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을 40%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때마침 미국, 일본 등에서도 임금을 인상해 경제를 살리자는 바람이 불었고 노동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인상률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일으킨 최저임금 인상 바람 전세계로 확산최경환 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의 불을 지핀 것은 사실 미국과 일본에서 불고있는 최저임금 인상 바람의 영향이 컸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기업들이 앞장서 임금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불경기 타계를 위해선 소득 상승을 통한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월마트의 경우 이미 지난 2월 올해 4월까지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부터는 10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미국의 거대 유통업체인 TJ맥스와 마샬도 미국 내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올해 상반기 중에 9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춘 미국의 소매·유통업체인 타겟도 최근 미국내 직원 34만7000명의 시간당 임금을 최소 9달러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혀 최저임금 인상 레이스에 동참했다.특히 미국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는 현재 9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내년1월1일을 기해 10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 가운데서도 LA는 2020년까지 15달러로 끌어올리고, 샌프란시스코는 한술 더떠 시급 15달러 달성을 2018년 7월까지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을 주장하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과 ‘버니’를 외치며 환호하는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내년도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미국 대권후보도 가세했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73·무소속)은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빈곤에 처해서는 안된다”며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를 15달러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의 구호에 학생등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은 환호했고, “최저임금 15달러 실현을 위해 7월 15일, 15달러 이상을 민주당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에게 기부하자”며 모금 운동을 벌였다.그 결과 15일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 '선더클랩'(thunderclap)을 통해 진행한 모금 운동에는 총 2050명이 참여, 애초 목표 인원 500명을 410% 초과 달성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려야 한다며 대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인상을 발표한 토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통해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에 호응하여 임금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월 기본급을 4000엔(약 3만70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는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닛산 자동차는 5000엔(약 4만7000원), 혼다는 3400엔(약 3만2000원)씩 월 기본급을 인상키로 했다. 여기에 히타치(日立)제작소,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三菱), 후지쓰(富士通), NEC 등 전자기기 분야 6개 대기업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중국의 베이징도 지난 2월 최저임금을 1560위안에서 1720위안으로 10.3% 올렸고, 뒤이어 하이난, 텐진, 후난 등도 최저임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당장의 손실과 미래의 이득,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산업계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고용이 확대되는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임금 계층은 늘어난 소득을 저축하는 대신 소비하는 비중이 커 내수 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동 소득(실질임금)이 1%p 오르면 0.68~1.09%p의 GDP가 증가하고, 실질노동생산성은 0.45~0.5%p 상승하는 동시에 고용 역시 0.22~0.58%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업체이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가 늘어나고, 일부 사업장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할 것이란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외국의 경우 영세 상공인이 많지 않고,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대다수 사업장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영세업체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경영계가 선뜻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안전망 확충의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고용을 크게 줄여 오히려 근로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세계적 인상러시에 힘을 얻어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지금 수준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는 경영계의 갈등은 오는 8월5일 2016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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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성사, 이재용의 삼성시대 개막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투데이(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국내외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삼성측의 승리로 끝났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금) 각각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와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양 사는 지난 5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날 주총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했다.이로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합병반대로 두 달여를 끌어온 삼성과 엘리엇의 표 대결은 삼성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북새통된 삼성물산 주총장, 차분한 제일모직 주총장 대조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aT센터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삼성물산 관계자와 주주,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5층 대회의실에는 40~50여명의 주주들이 이미 입장을 마쳤다. 4층에는 대량위임주주 대리인 접수처가 별도로 마련됐다.이날 일부 주주들은 입장이 시작되는 오전 7시 이전부터 일찍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600석 규모의 5층 주총장 외에도 4층 중회의실에도 약 400석 가량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총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은 4층에서 실시간중계 방송을 통해 주총장 진행 상황을 볼 수 있었다.소액주주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주총은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를 훌쩍 넘겨 9시 33분에야 시작됐다.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려는 주주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주주 명부와 주주 위임장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주총개최가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합병에 반대한다”는 고함과 “조용히 해”라는 맞고함이 오가는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aT 센터 건물 앞에서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한편 이에앞서 열린 제일모직의 주총은 85.8%의 참석율을 기록했고,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가결했다. 안건처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제일모직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올라있고 합병 시 소액주주들이나 외국 주주들에게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어 이전부터 합병안 승인이 수월할 것으로 전망돼 왔기 때문이다. ▲ 서초동 삼성타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시대 공식 개막양사의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친다. 합병 후 회사는 삼성의 얼굴인 지주회사가 된다.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쓸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지배권이 사실상 확실해졌다. 이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를 보유하게 돼 합병 후 회사 1대 주주로 삼성전자 등 그룹에 대한 지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지분 4.1%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 이건희·재용 부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를 더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합한 8.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총액이 200조원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되는 지분 4%는 8조원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8조 원을 투자해서 주식을 4% 더 확보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무엇보다 이번 합병 성사로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한결 단순해졌다. 기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물산·삼성SDI → 제일모직 순으로 고리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는 삼성물산(합병)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2013년부터 진행돼 온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파고든 삼성의 애국심 마케팅이날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까지 삼성은 말 그대로 총력전을 폈다. 특히 ‘삼성=한국경제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엘리엇을 먹튀 헤지펀드로 몰아붙이는 등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워 소액주주들의 표를 공략하는데 힘을 모았다. 거의 모든 매체에 광고를 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다.표 대결에 앞서 나온 판세분석에서도 이미 삼성측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었다. 삼성은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13.82%)과 삼성물산의 ‘백기사’로 나선 KCC(5.96%), 국민연금(11.21%) 이외에도 국내 기관투자가(11.05%) 표심 대부분을 확보했다. 엘리엇(7.12%)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26.41%)와 소액주주(24.43%) 중 상당수도 삼성에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이날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항고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이 1심과 같이 모두 기각돼 우호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폴 싱어 엘리엇 회장도 이에 맞서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직접 출연해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반대표 결집에 나섰다. 그는 “기업을 적정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도로 반대에 나섰던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애국심을 전면에 내세운 삼성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 삼성과 엘리엇의 표대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차분한 분위기의 서초동 삼성타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1라운드 싸움은 삼성의 승리, 2라운드 향방은삼성과 엘리엇의 표대결 싸움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싸움으로 양측의 갈등이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엘리엇은 주총에서의 표대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이슈를 ISD(투자-국가간 소송)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ISD에서 삼성이 이기더라도 삼성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 비용이나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이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엘리엇측의 계산이다. 엘리엇이 계속 이 문제를 소송전으로 끌고갈 경우 삼성으로선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될 전망이다. 소송 과정에서 그룹내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공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삼성이 이제 비로소 1차 관문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엘리엇의 대응방향에 따라 제2, 제3의 라운드가 삼성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재계에서는 삼성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그룹승계방안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여정은 쉽지 않아 보이는게 현실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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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이재용의 그룹승계 운명을 가를 삼성물산 임시주총 ‘D-4’
-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회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여부가 결정될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17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예정대로 합병을 추진하려는 삼성그룹측과 이에 반대하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간에 주주 확보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어느 쪽도 확실하게 안정적인 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마지막까지 부동표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삼성은 일단 11%의 지분률을 보유중인 국민연금의 가세로 우호지분에서 앞서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국 승부는 소액주주들이 어느 편에 설 것이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실패한다면 삼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승계 전략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대로 성공한다고 해도 엘리엇 쪽에서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당장 국제소송을 통해 싸움을 계속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의 마음을 잡아라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11일 기준 삼성물산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이건희 회장, 삼성화재, 삼성SDS등 계열사 그리고 KCC에 넘긴 자사주 등을 모두 합쳐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국민연금 보유지분 11.21%를 합쳐도 3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행 상법 제522조 제3항, 제434조 특별결의 사항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여기에 대항하는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갖고 있으며 메이슨캐피탈(2.2%), 일성신약(2.20%), 캐나다연기금(0.15%) 등이 공식적으로 합병반대 입장을 보여 총 11.67%가 엘리엇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표 분포를 보면 삼성그룹측이 현재로선 유리해 보이지만, 엘리엇을 제외하고 24.43%에 달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동향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을 제1의 가치로 따지는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성패는 삼성물산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찬반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측은 현재 확보한 우호지분 외에 소액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비로소 합병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이 합병발표 이후 주주친화정책 실행계획을 발표한 것도 소액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엘리엇도 이에 맞서 12일 ‘주주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통해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맞불을 놨다.삼성물산 소액주주의 움직임은 아직 일정한 방향성은 없어 보인다.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상에 ‘소액주주연대’를 만들고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 업체 ‘네버스탁’을 통해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나섰지만 이들의 지분율은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총 당일 날 얼마나 많은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을 올 것이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주주들의 참석률이 높을수록 삼성물산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참석률이 80%를 넘으면 적어도 53%, 참석률이 70%를 넘으면 적어도 4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확보한 우호지분 31%를 고려하면 적어도 16%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6월에 있었던 SK - SK C&C의 주주 참석률이 81.5%였음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은 22%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그룹승계 운명이 걸린 합병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고성장 기회 확보이다. 삼성물산 홈페이지에는 양사간의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의 글로벌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통하여 패션, 식음등 제일모직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고, 고성장사업으로 구성된 제일모직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건설, 상사의 성장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홍보문구 이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승계 전략이 숨어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지분 4.1%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 이건희·재용 부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를 더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합한 8.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총액이 200조원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되는 지분 4%는 8조원에 해당한다.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8조원을 투자해서 주식을 4% 더 확보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합병 이전까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7.2%)이었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결국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은 작년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2014년 11월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상장했다. 2014년 11월 기준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의 11.2%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는 공모가 기준 1조6583억원으로 평가됐다. 제일모직의 경우 상장 당일 지분가치만 3조원에 달했고, 현재는 5조원을 넘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추가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평가됐다.무엇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한결 단순하고 명쾌해질 것으로 삼성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물산·삼성SDI → 제일모직 순으로 고리가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는 삼성물산(합병)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단순화될 전망이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결국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노린 그룹승계전략과 맞물려있다. ◆ 엘리엇의 노림수와 주총이후의 변수엘리엇은 합병비율에서 현저하게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됐다며 합병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발표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0.35주다. 단순히 주가수준을 고려하여 양사의 합병비율을 결정한 것이다. 국내법상 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중인 각종 계열사 주식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삼성물산은 8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비롯하여 삼성증권, 삼성SDS, 제일모직,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등 계열사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식 가치만 해도 16조원이 훌쩍 넘는다. 엘리엇은 이 같은 보유주식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주가수준만 계산하여 삼성물산의 가치를 8조 7117억원으로 정한 것은 헐값세일에 해당하며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측의 논리에 동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문제는 향후 엘리엇의 행동방향이다. 엘리엇은 설령 17일 주총에서 표대결에서 패배하더라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일각에서 엘리엇이 주총이후 이번 이슈를 ISD(투자-국가간 소송)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ISD에서 삼성이 이기더라도 삼성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 비용이나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이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엘리엇측의 계산이다.그룹승계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온 삼성그룹으로서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난관들을 극복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그룹승계방안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여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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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삼각파고(三角波高)에 위협받는 한국 경제의 오늘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비가 오면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 한국경제가 딱 그짝이다. 원래 경제에 관해선 기분 좋은 얘기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숙제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스 위기, 중국증시폭락,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소비심리위축, 미국금리인상 가능성 등등. 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정부가 꺼져가는 내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 2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내놓았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책만으로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관한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위기탈출 넘버원으로 작용할 22조 원 추경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추경안은 크게 ▲메르스 대응과 피해업종 지원 ▲가뭄 피해 극복 ▲서민 생활 안정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정부는 메르스로 얼어붙은 경제로 피해를 본 업종을 지원하고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2조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와 수출기업 등에 지원하는 규모만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또 생필품 가격 등과 밀접한 가뭄 및 장마 대책에 8000억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서민생활 안정에 1조 2000억 원을 배정했다. 여기에는 6만 6000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 노인을 위한 일자리 3만 3000개의 창출방안이 포함되어 있다.정부는 추경 외에 각종 정부 내 기금에서 3조 1000억 원을 가져와 주택구입, 전세자금 확대, 공공임대 지원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요약하면 당겨쓸 수 있는 돈은 모두 동원해서라도 내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물론 이런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주변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심상치 않은 주가폭락, 메르스 사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3대 변수가 큰 충격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가능한 시나리오란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변수로 꼽히는 그리스 사태는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세계 경제에 제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보증권은 그리스가 설령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한다고 해도 실제 유로존 탈퇴확률은 높지 않고 오히려 금융지원에 관한 재협상 가능성이 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최근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금요일만 되면 폭락하는 중국증시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과 증시 긴급자금 수혈을 골자로 하는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달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신용거래 규제 완화에 이은 두 번째 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특히 중국증권사들이 주가급락에 맞서 총 21조 원 이상의 증시 안정화 펀드를 직접 조성하겠다고 나선 점이 고무적이다.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주가폭락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고 시장이 서서히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중국정부와 증권사들은 기대하고 있다.여기에 덧붙여 확산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메르스가 조만간 공식 종결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역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 추가확진자로 확인되었지만,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수일째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늦어도 8월 말에는 메르스가 공식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우리 경제를 둘러싼 이러한 3대 악재가 큰 충격 없이 넘어갈 경우 정부의 22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예상외의 소비 진작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정부가 이번에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 3%대 고수방침을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이런 낙관론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사태, 중국증시폭락, 메르스 사태 삼각파도에 휩쓸려갈 한국 경제이와는 반대로 주변 악재들이 더 악화해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놓일 것이란 비관론도 비등하다. 지금의 악재들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쉽게 호전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먼저 그리스사태는 이번 국민투표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졌고, 그 후폭풍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유럽 쪽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수차례 태도를 바꿔 혼란을 일으켰고 국민도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채무협상을 어렵게 해온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그리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유럽연합(EU)의 긴축재정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정부 역시 국민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지난 5년간 채무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권이 3번이나 바뀐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긴축재정에 가장 세게 반발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반대표가 많이 나온 데 힘입어 향후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선택할 경우 그리스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높다. 최상의 방안은 긴축재정안에 찬성해온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그리스 3대 야당인 중도우파 신민당, 중도좌파 파속, 친유럽연합 성향의 중도좌파 포타미와 손잡고 연정을 꾸려 속전속결로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국민투표로 이 시나리오는 물 건너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유럽연합과 치프라스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도했다.이 경우 그리스는 2400억 유로, 우리 돈 300조 원에 달하는 총 채무에 대한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하고 과거의 자국화폐를 다시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의미한다. 그렉시트까지 이어지게 되면 새로운 유럽발 금융위기가 시작됨을 뜻하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당장 선박 신규 발주가 끊겨 조선업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선박의 신규발주물량은 그리스가 20%, 프랑스를 비롯한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이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그리스가 선례가 될 경우 세계 경제는 유사한 사례들이 잇달아 가히 아마겟돈 같은 충격에 빠질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끝 모를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경제도 한국경제에는 심각한 근심거리다. 중국경제에 대한 경보음은 증시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주 4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난 4월 9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미 고점 대비 20% 이상 폭락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잇단 개입에도 시장의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중국 정부는 최근 주가하락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인 개입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고 다음 달 1일부터는 거래세마저 30% 인하하기로 했다. 덧붙여 신용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셈이다. 그런데도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멈추지 않은 것은 과도한 신용거래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다.집 담보대출을 비롯해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계속되는 주가하락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몰락을 가져오고 부동산시장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안에 중국판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 사태가 발발할 것이란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증시폭락은 아직 한국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에 그치고 있지만,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태풍급 악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진정 기미를 보이는 메르스 사태 역시 아직은 안심할 단계로 볼 수 없다. 추가 사망자 수는 나흘째 0을 나타내고 있지만, 확진자가 멈추지 않아 종료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추가확진자가 간헐적으로나마 이어질 경우 자칫하면 메르스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를 공산이 높다. 이는 메르스의 공식 종료선언을 학수고대해온 정부와 산업계를 패닉에 빠뜨리고 소비심리 불안이 계속됨을 의미한다. 메르스사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22조 원의 추경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대규모 추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그리스사태의 전개방향, 중국경제에 대한 추이, 그리고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위기탈출이냐 더 깊은 수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곡점은 그리스사태와 중국증시, 메르스 사태의 윤곽이 드러날 앞으로 한 달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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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쩐의 전쟁’ 한중일 삼국지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중국이 또다시 금리인하에 나섰다.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는 올들어 3번째이다.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역설한다. 문제는 일본에 이어 중국이 사실상 무제한적인 통화량 방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이후 일관되게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언해왔고 이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정부마저 이번 조치를 통해 사실상 무제한 통화공급 전쟁에 뛰어들었음을 대내외에 선언했다. 한국도 최근 메르스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데 이어 ‘15조원 ∝’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공포속에 한중일 3국이 이른바 ‘쩐(錢)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증시폭락, 경기침체 시그널에 다급해진 중국정부 126조원 풀어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부터 금융기관의 1년 정기예금과 대출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내리고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지준율도 0.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2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후 올들어 3차례를 추가해 모두 4번째나 인하했고 지준율 인하도 3번째나 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의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인한 중국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연간 기준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들어 1분기에는 7.0%로 더 낮아졌으며 2분기에는 7%를 밑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률 7%는 정국정부가 인내심의 한계를 잡고 있는 마지노선에 해당한다.더욱이 중국증시는 최근 대폭락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192.87로 7.40%나 폭락했다. 25일에도 3.46% 급락했고 지난주에는 13%나 수직 하락했었다. 특히 자산신탁제도를 이용한 개인(개미투자자)들의 미수투자(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가 대종을 이룬 상황에서 개인들이 대거 손실을 떠안고 파산할 경우 중국경제 전반에까지 쇼크를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최근 불룸버그가 중국증시의 경우 3640억달러(약 40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신용폭탄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게다가 중국 개미들은 집담보 대출을 받거나 다른 용처의 자금까지 모두 끌어다 주식에 올인 하다시피한 상황이어서 주가폭락이 계속될 경우 부동산폭락,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중국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주가폭락과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 마저 위협받게 되자 중국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이 금리인하와 지준율인하라는 경기부양카드를 꺼낸 것이다.중국정부는 이번 조치로 시중에 꽉 막힌 ‘돈맥 경화’가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과 서민대출이 늘어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번 기준금리인하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 7000억 위안(약 126조 원)이 풀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일본 아베노믹스가 촉발한 ‘쩐의 전쟁’아베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26일 취임이후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압축된다. 특히 대담한 금융정책과 기동적인 재정정책이 주목할 부분인데,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 시중에 돈을 무제한 풀겠다는 것이다. 아베총리 취임이후 정부가 시중에 푼 자금은 지금까지 20조엔(약 1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통화공급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목표 인플레이션인 연 2%를 달성할 때까지 그야말로 무제한 실탄(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013년 4월 취임직후 “지금까지 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금융 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로 자신의 공언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은 20년간 이어져온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넘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닛케이 평균주가는 아베총리 취임당시 1만230엔이었는데, 약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2만800엔을 넘어서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환율하락에 힘입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어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3.9%로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일자리가 늘었고, 이는 실업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무제한 통화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쩐의 전쟁’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정부 수백조원을 시중에 풀어대는 일본과 중국의 대담한 통화정책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 역시 뒤늦게 통화공급 정책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에 카운터펀치를 맞은 게 직접적인 발단이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정부는 추경카드를 꺼내들었다. 언제, 얼마나 푸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 추경이 집행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문제는 우리도 일본과 중국에 맞서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무제한 통화공급에 따른 엔저로 인해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세계시장 곳곳에서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앞세운 일본차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단순히 엔저효과만 고려하면 일본차는 현대차에 비해 3년전 보다 가격이 30%가량 떨어진 셈이다.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과 처한 상황이 달라서 무제한 양적 완화가 어렵다고 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의 금리 정책은 제로 금리 상황에서 추진된 것이라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금리 부분에서 조금 여력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적완화의 핵심은 소비심리를 살려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물가를 인위적으로 인상시키면 가계의 실질소득을 축소시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메르스 사태 계기로 근혜노믹스 다시 재정비해야이유야 어찌됐든 한국정부 역시 일본과 중국의 무제한적인 통화공급 정책을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일본이 시작하고 중국이 가세한 ‘쩐의 전쟁’은 결국 환율과 직결되어 수출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출에 모든 것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환율변동은 경제성장과 직결되어 통화정책을 통해 사실상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 맞서 한국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자세가 필요해진 셈이다.무엇보다 유명무실해진 박근혜정부의 ‘근혜노믹스’를 다시 손봐야할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할 때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경제 부흥’을 내세우고 창조경제·경제민주화·민생경제의 3대 전략과 42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어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모호하다”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대통령은 최근 국회법을 놓고 정치권, 특히 여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경제에 올인해도 ‘쩐의 전쟁’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데 정작 경제정책을 챙겨야할 아까운 시간을 정쟁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종화 고려대교수(경제학)는 최근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다시 한번 창조경제라는 큰 틀과 개혁조치들을 중심으로 재정비되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챙겨서 업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3년 후에 뿌듯하게 저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아베총리로부터 촉발된 ‘쩐의 전쟁’은 이제 중국의 가세로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상대는 무제한 실탄공급이라는 무지막지한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다. 단위도 수백조원에 달한다. 턱없이 빈약한 실탄을 갖고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박근혜정부가 어떤 출기제승(出奇制勝·기묘한 계략을 써서 승리함)을 내놓을지 기대해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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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삼성 이재용의 사과, 정부가 답변할 차례다
- ▲ 메리스사태와 관련하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삼성이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의 사과는 사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진앙지가 삼성서울병원으로 밝혀진 직후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누가, 어떤 형태로 사과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을 깨고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하자 일각에선 삼성이 메르스사태 해결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삼성이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예상을 깬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사과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삼성그룹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그룹 총수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전례가 드물지만, 이 부회장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 입사이후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룹 내부에선 적지않은 진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삼성이 먼저 나서면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룹총수가 나설 경우 향후 유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예정되어 있던 해외출장도 연기한채 직접 사과문을 손보고 발표도 직접 하겠다고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직후 연기했던 미국출장길에 곧바로 올랐다. ▲ 메르스사태와 관련하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삼성이 메르스사태와 관련하여 단순히 대국민 사과에만 그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선 만큼,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밑그림을 그려놓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안팎에선 삼성이 메르스치료를 위해 초대형 민간재단을 만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모델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이 될 것이란 추측이다.빌&멜린다 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 재단이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에 의해 2000년에 설립된 이 재단은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그리고 미국 내에서는 교육 기회 확대와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내걸고 운영되고 있다.시애틀에 본부를 둔 이 재단의 운영에 대한 주요 결정은 빌 게이츠, 멀린다 게이츠, 그리고 워런 버핏 이 세 명의 이사에 의해 내려진다. 재단의 기금은 351억 달러(약 38조9000억원)에 달한다. 재단을 설립한 게이츠 부부는 2007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자선가 50인 중 두 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날,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게이츠재단 같은 곳에서 말라리아나 에이즈 같은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은 삼성이 유사한 형태의 민간재단을 설립할 것임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빌게이츠 재단 같은 삼성식 초대형 민간재단 설립 가능성에 촉각삼성은 이와 별도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월18일자 에서도 언급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의 미래전략사업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1년 당시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대대적인 경영감사를 실시하고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 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삼성이 삼성서울병원을 미래전략사업의 교두보로 삼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실제로 윤 사장은 경제연구소에 있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혁신을 이론으로 정립한 인물이고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임명된 이후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사장 부임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지난해 11월에는 개원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삼성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면 본격적인 후속대책 착수에 나설 전망이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같은 초대형 민간재단을 출범시키겠다는 구상도 단순히 여론무마용이 아니라, 삼성이 책임있는 자세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질병치료나 예방에 나설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룹 내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여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사례등을 집중해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의 전격적인 사과, 공은 이제 정부의 손으로삼성의 사과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답변에 나설 차례이다. 여당내에서도 이미 이런 지적이 오가고 있다. 비박근혜계 중진인 심재철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초기 실패부터 다시 되짚어보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해 우리사회 모든 부분이 각자 철저히 반성문을 써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중도개혁 성향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메르스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사과는 당연히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삼성의 책임이 2, 3정도라고 하면 정부의 책임은 7, 8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의원이 대통령의 사과를 직접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정치권 내에서도 이번 메르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다. ▲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정부의 사과는 단순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말로만 하는 ‘립서비스’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메르스 사태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한 정부의 대응실패로 인해 지금 한국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때보다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한국의 해외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미세하나마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소비심리는 바닥을 기고 있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여당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보다 더한 충격에 빠져있다”고 긴급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할 정도였다.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중이다. 추경규모는 항간의 예상을 뛰어넘을 대규모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돌아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은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메르스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돌려놓을 묘책을 구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는 시계(視界) 제로에 돌입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할 단초를 메르스가 제공했고, 그 책임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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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베일벗은 인터넷은행, 태풍일까 미풍일까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영업점포없이 온라인상에서 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방안이 공개됐다. 자본금을 대폭 낮추고 영업범위도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시장에선 예상외의 규제완화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특히 그동안 산업자본의 은행진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정부가 이번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부분의 족쇄를 풀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르면 연내 설립될 인터넷은행. 금융업계는 물론 일상생활에 대변화를 가져올 태풍일까, 아니면 일부의 예상대로 찻잔속 미풍에 그칠까.예상을 뛰어넘은 규제완화, 은산분리원칙 깨지나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공개한 인터넷은행 설립방안을 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해주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만 따로 떼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50%로 상향조정했다.(단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일정 한도 내에서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기업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도 500억원으로 시중은행(1000억원) 대비 절반수준까지 낮춰 사실상 진입장벽을 대폭 허물어트렸다. ▲ 지난 19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 소비자국장이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영업범위에서도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라이선스를 포함시켰다. 정부가 허용한 인터넷은행의 업무를 보면 △고유업무: 예·적금의 수입, 자금의 대출, 내·외국환 △겸영업무: 신용카드업, 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업 등 △부수업무: 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급대행 등 현재 시중은행들의 업무가 모두 허용된다. 특이한 점은 신용카드업 영위까지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기존에는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점포, 300명 이상의 임직원 등 요건충족이 필요하지만 영업점포가 없는 특수성을 지닌 인터넷은행에 한해 신용카드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물적, 인적요건의 예외도 인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금자보호도 적용되고, 지급결제도 금융결제원을 이용하는 등 일반시중은행과 똑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인터넷전문은행 연내 출범 예고-관련업계 반응 엇갈려인터넷은행 설립에 관한 뚜껑이 열리자 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증권업계는 쌍손을 들고 환영하고 은행은 기존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도 우리, IBK기업은행 등 일부은행을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중이다. 다음카카오, 인터파크등 일부 기업들은 금융회사와 손잡고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시큰둥하다.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증권업계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에 관심있는 증권사는 8개 정도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키움과 미래에셋, 대신 등이 손꼽힌다. 키움금융그룹은 키움증권, 키움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키움인베스트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갖춰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고, 대신금융그룹은 대신증권,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자산운용, 대신저축은행 등 다각적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키움증권은 권용원 사장이 올초부터 “신성장동력발굴을 위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강한 도전의지를 밝혀온 터라 이번 설립방안 공개를 계기로 본격 진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은행쪽에서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진출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 중에는 부산은행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은 유통쪽에 강점을 갖고있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동반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진출에 따른 실익을 저울질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많은 영업부문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또다른 경쟁자를 만나게되는 셈이어서 차별적인 전략을 새로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기업에서는 롯데가 부산은행으로부터 콜을 받고 있고, 다음카카오와 인터파크 등도 금융회사와의 동반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금융위의 발표 전 열린 한 핀테크 관련 학술행사에서 "저희가 가진 이용자 기반과 모바일 노하우에 금융인프라와 보안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정부가 내심 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1위인 SBI저축은행은 “진출계획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고, OK저축은행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진출 자체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져 나쁠게 없다어느 쪽이 제1호 인터넷은행이 될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되는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선 점포 방문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은행 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PC나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부터 입출금까지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점포가 필요없게 되어 값비싼 점포유지에 들어갈 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실제로 은행의 국내영업점은 지난해 말 7433개나 된다. 이같은 점포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할 수 밖에 없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지점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져 수수료인하나 여수신금리에 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은행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외국의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헬로뱅크(Hello Bank)는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모바일기기에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전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지분뱅크는 일본의 2위 이동통신사와 최대 은행이 합작해 모바일 전용 통장으로 은행업무를 돕고 은행계좌번호 없이 휴대전화번호로 송금하는 서비스로 성공했다. 미국의 찰스 슈왑 은행은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자동화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특화해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일본의 라쿠텐은행은 온라인쇼핑몰 등 계열사 구매의 지급결제 업무 쪽으로 특화해 송금수수료를 무료화했다고 금융위는 소개했다.일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또한 IT와 금융이 융합하는 신시장이 개척되어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일부선 부작용 우려도 제기이런 낙관적인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은행법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1년,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특히 2008년의 경우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논의가 중단됐었다.비대면거래 확대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증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수법이 활개를 치는 마당에 비대면거래를 확대하게 되면 보안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자본의 참여로 자칫하면 인터넷은행이 사금고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이런저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을 허용했고, 중국도 최근 이에 가세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설립허용이 무한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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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정부실패보다 더 뼈아픈 삼성의 실패
- ▲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정부의 엉성하고 허술한 대응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최고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앙지였다는 것이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야 원체 많은 정책실패로 사람들이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삼성그룹에 속해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메르스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은 ‘관리의 삼성’ 이미지에 먹칠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사장 이재용)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 3900명을 비롯해 8000명에 달하는 의료인력이 근무하는 곳이다.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만 각각 연간 190만명, 64만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병원이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병원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신뢰가 컸던 곳이다. 그런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확산의 진원지였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함께 또다른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관리의 삼성’이 실패했다면, 이것은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니냐는 인식이 빠르게 번진 것이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로 삼성그룹이 삼성서울병원을 그동안 제대로 관리했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체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의 시작부터 확산까지의 전 과정에서 절반이상의 책임이 있는 핵심 진앙지로 지목됐다. 오죽하면 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17일(수) 서울발 기사로 "한국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35세 남성 환자를 폐렴으로 오진한 것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가중시킨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을까. 실제 지금까지 확인된 확진환자 162명의 절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되었고 혼자서 78명을 감염시킨 ‘수퍼전파자’ 14번 환자는 3일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안팎을 돌아다니며 병균을 확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삼성 하면 ‘관리’를 떠올릴 정도로 삼성그룹은 관리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나라 최고기업이다. 조직관리, 인사관리, 재무관리 등에서 보여준 톱니바퀴식 시스템 관리는 일부 대학 경영학과에서 연구사례로 꼽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치밀한 관리 노력 덕분에 삼성은 그동안 업계에서 ‘임원 사관학교’로 불려왔고, 실제로 많은 삼성출신들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임원으로 스카웃되어 갔다. 이런 삼성이 왜 삼성서울병원 관리에는 실패했던 것일까. ▲ 메르스 감염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관계자 [사진=방송화면 캡처] 바이오·헬스케어, 삼성의 미래전략사업과 밀접히 연관된 삼성서울병원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대대적인 경영감사를 실시했다. 개원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당시 삼성그룹은 병원 경영과 신사업 육성에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 단장으로 임명했다.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 윤 사장은 '혁신전도사'로 불리며 경영혁신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왔고, 이재용 부회장의 대표적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11년 부임할 당시 비의료인이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올라서 화제가 됐는데, 그 이면에는 삼성의 미래사업 전략과 밀접히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윤 사장은 경제연구소에 있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혁신을 이론으로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삼성 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쳐 삼성 석유화학 대표에 이어 삼성병원 사장이 됐고, 그동안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윤순봉사장 부임직후인 2012년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바이오제약사업과 헬스케어사업인데,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두 핵심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윤 사장 부임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에는 개원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15일 윤순봉사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추대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5월30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이건희 이사장의 후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고, 이사장을 보필할 중요한 자리에 윤 사장을 올린 것이다.삼성, 이재용 이사장 책임론으로 번질까 촉각 곤두세워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게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과 함께 대표적인 삼성의 비영리재단 중 하나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과 삼성서울병원, 노인복지시설인 삼성노블카운티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단순한 복지재단이 아니다.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관심을 쏟고있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인식되고 있다.이재용 부회장의 인맥이면서도 그룹내 대표적 전략가로 알려진 윤 사장을 일찌감치 삼성서울병원 사장에 앉힌 것이나, 그를 다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초대 대표로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는 삼성의 기본전략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진원지로 지목된데다,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충북 오송시 보건의료행정타운 소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대응을 직접 질책하기도 했다.삼성은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의 지위가 흔들릴 경우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사업이라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실제로 17일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병원에만 맡길 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지원해야한다”며 “병원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이 초기의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자칫 이번 메르스 사태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사업에 암초가 될 수 있는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은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첫 직함이라는 상징성을 갖고있다. ▲ 메르스 감염환자가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대대적인 쇄신작업 예고한 삼성, 문제는 메르스 추가확산 여부가 관건어찌됐든 일은 벌어졌고, 이제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수습에 나서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이 진원지가 된 이면에는 수익과 효율을 우선으로 하는 삼성식 경영시스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한다. 삼성그룹은 이 때문에 사태 수습이 끝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쇄신작업에 착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과 시스템, 위기대처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되돌아 보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에 사태수습을 완벽하게 마친 다음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병원개선 방안과 새로운 비전 등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하지만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이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메르스가 계속될 경우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난은 그 강도가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야 어차피 희생양을 찾을 수 밖에 없고, 현재로선 삼성서울병원이 구미에 딱맞는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자수와 감염자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삼성서울병원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자칫 삼성그룹 전체와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처음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공식 직함을 물려받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메르스 사태가 지도력의 첫 시험무대가 된 셈이다.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룹경영권을 계승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두가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두고볼 일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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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같은 듯 다른 ‘세월호와 메르스’의 충격파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한국은행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 얼어붙은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라는 칼을 빼들었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보다는 당장의 경기침체를 막는게 다급했던 모양이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메르스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메르스 초기대응에 미숙했던 정부가 경기부양에는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자도 낮추고, 돈도 풀고, 규제도 풀고. 정부로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셈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년전 한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보다 지금의 메르스 공포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세월호가 낳은 사회적 불안감, 메르스가 기름을 부운 꼴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웃음을 잃었다. 술자리는 사라지고, 꽃놀이며 봄나들이도 자취를 감췄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 체육행사나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됐다. 백화점, 상점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참사로 지난해 1조 8000억원의 소비감소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승인액 분석을 통해 "여가 오락과 음식 숙박, 도소매 부문 등에서 대략 5%p의 소비감소 효과가 있었고 이는 전체 민간소비를 1%p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 메르스로 인해 내외국인의 발길이 뚝 끈긴 시내중심 지하상가 모습 [사진=이동환 기자] 세월호 참사 충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는 작년 3분기에서야 비로소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정부는 돈을 풀고, 부동산 규제도 대폭 풀어 소비심리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에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로 둔화됐고, 설비투자도 부진해지면서 내수회복세는 고꾸라졌다. 돈도 풀고, 규제도 풀었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은 좀체로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이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세월호 1주년을 맞이하여 온라인설문조사기관인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적 불안감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7.7%를 차지했다. 가장 불안감이 높은 분야는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난해 69.9%가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한 것이 이번에는 79.7%로 치솟았다. 또 국가기관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도 45.9%에서 58%로 급등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특히나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절반은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외식과 각종 여가활동, 여행 등에서 소비가 줄어든 것이 세월호 참사로 증가한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충격까지 가세했으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세월호때 보다 훨씬 더 커졌음은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같은 듯 다른 세월호와 메르스의 충격파세월호 참사가 1조 8000억원의 소비감소를 불러왔다면 메르스의 소비감소 효과는 얼마나 될까. 메르스가 현재진행형인 관계로 아직은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어렵지 않다. 6월 첫째주 음식점 카드 사용액은 지난 5월 첫째주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영향이 있었다. 6월 첫째주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 5월 첫째주 대비 25%, 대형마트 매출액도 7.2% 감소했다. 외식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4개 회원사들은 매출감소가 30%에 달한다고 응답했다.특히 대부분이 메르스가 장기화될 경우 세월호때보다 메르스로 인한 여파가 더 클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을 내놨다. 세월호의 경우 소비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메르스는 감염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이나 야외활동을 아예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그 여파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월호 참사때는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지갑을 닫은 반면, 이번 메르스는 해외관광객들까지 가세해 그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 외국인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거리던 광화문에 외국인들이 확연히 줄어들어 한산하다. [사진=이동환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5월 인천공항 평균 출입국자수는 전년 대비 17.2% 증가했지만 6월(1~10일) 들어서는 1.09% 증가에 그쳤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국인 출입국자 수와 외국인 수가 동시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국내 여행을 포기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달들어 8만445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들이 집중 취소했다.관광업계에서는 메르스가 조기에 잡히지 않을 경우 올해 전체적으로 작년 대비 약 15% 정도의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수입이 181억달러(약 20조1400억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3조원 가량의 손실이 나올 것이란 추산이다. 관광업계 손실만 따져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감소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전반적 경기침체 속에 부동산만 꿈틀메르스 충격으로 인한 소비심리를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이자를 내리고 돈도 풀고,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소비심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만 특수를 누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리인하로 금융권에서 있던 돈들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조사에 따르면 청약경쟁률은 올 상반기 평균 8.73대 1로 지난 상반기보다 2배 가량 높아졌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풀리고 이자까지 낮아졌으니 청약 수요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 뻔하다. 특히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던 퇴직자들이 은행이자로는 더 이상 수익을 올릴 수가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어 부동산 수요는 지금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인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거리던 시내 중심가에 외국인 발길이 뚝 끝겨 한산하다. [사진=이동환 기자] 문제는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한 점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역시 금리를 따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빚을 얻어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미 자본시장에서는 이달들어 중국, 인도, 동남아등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93억달러(10조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는 최근 15년만의 최고치로 향후 선진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자금이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정부가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주변 경제여건이 급변한다면 이같은 조치들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 우리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며, 시중에 풀린 돈이 선순환되지 않고 부동산쪽으로만 흐를 경우 또다른 버블경제 현상을 일으킬지 모른다. 과거 부동산거품이 우리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을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음은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도 부동산 거품 때문인데, 우리라고 그같은 가시밭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경제는 심리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지 1년도 안되어 또다시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는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불안감 해소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주말 청량리 전통시장을 방문해 “평소와 같은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소비생활을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당국자의 호소만으로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이 열릴 것으로 본다면 이는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같은 일들이 결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리고 설령 그런 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대응을 잘 할 것이란 믿음이 없는 한, 이미 꽁꽁 닫혀버린 국민의 마음은 열리지 않을 것이며 소비심리 역시 살아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진짜 시험대에 올라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예비고사였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는 본고사에 해당한다. 이미 시험시간은 상당부분 흘러갔다. 1, 2 고시를 망쳤다면, 남은 3, 4 고시 만이라도 제대로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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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메르스 공포’에 얼어붙은 대한민국 경제
- ▲ 병상에 누워있는 메르스 환자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엉성한 대처가 경제 혼란 키워(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평소 잘 들어보지도 못했던 전염병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전염병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가 경제활동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알려진 메르스(MERS) 얘기다. 메르스로 인해 소비활동이 멈추고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어 모처럼 살아나고 있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메르스 사태에 답변하고 있는 문형표 장관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정부의 엉성한 초기 대처가 국민들 불신 키우면서 경제활동도 위축시켜메르스의 첫 확진자가 나왔던 것은 지난 5월 20일. 그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메르스로 인한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초기진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민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당장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다중 밀집지역 노출을 꺼리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메르스의 확산으로 화장품, 면세점, 항공운송, 호텔 및 레저업종이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무엇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게 문제다.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못이겨 스스로 바깥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휴일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30%이상 고객이 감소한 상태이다. 특히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평택 등은 절반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그 피해가 더 커질 전망이다. 소비심리가 이렇게 얼어붙게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엉성한 초기대응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라 병원내 감염이기 때문에 대유행의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갈수록 3차 감염자와 발생지역이 불어나면서 국민들의 반응은 공포로 바뀌고 있다. 실제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지금까지 사망자는 5명, 확진 환자는 64명으로 늘어났다. 지역도 수도권을 벗어나 지금은 충남과 대전, 순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 인천공항으로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메르스가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조차 어려워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내경제가 얼마나 악영향을 받을지 현재로선 가늠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메르스 때문에 한국입국을 포기한 해외관광객수가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 1인당 한국에서 1백만원 정도를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광객 수입만 200억원을 날렸다는 계산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관광객 소비가 10% 감소하면 국내 수요는 약 1조5000억원이 줄어든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경우 시민들의 외출자제로 벌써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이마트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최근 한달간 매출감소가 20~3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메르스의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과거 유사한 전염병의 사례를 보면 어느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던 전염병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알려졌다. 2002~2003년 중국과 홍콩을 덮쳤던 사스는 당시 7082명의 감염자수와 648명에 달하는 사망자수를 기록, 엄청난 공포를 몰고왔다. 경제성장률은 5분의 1토막이 났고 홍콩 관광업계는 도산위기에 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인 관광객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세계은행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500억달러(55조원) 정도로 추정했다.2001년 영국의 구제역 파동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구제역이 단순 가축 전염병이 아니라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역을 휩쓴 9개월간의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된 가축은 모두 600만~700만 마리에 이른다. 축산업이 붕괴된 것은 물론 관광산업의 피해도 막중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각 지역정부는 관광객들의 진입을 차단했고 소각.매장 등 살처분 장면과 살처분을 기다리는 가축들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광객 유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살처분 등에 투입된 정부의 직접 비용 지출은 30억 파운드가 넘었고 민간부문의 비용 지출은 50억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이밖에 1998년 영국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일명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은 130억달러의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됐고, 지난해 서아프리카 지역을 휩쓸었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대 10억달러의 지역경제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경환 장관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 모습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정부 추가적인 경기부양 나서야 할 판최근 수년째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메르스라는 폭탄까지 떠안게된 정부로선 추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할 입장이다. 당장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대치인 가계부채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은 어렵겠지만 메르스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최근의 수출부진을 고려하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연구소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예측했으나 메르스 사태로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게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당장 추경편성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우선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될 경우 정부로서는 추경편성이라는 대응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경외에 메르스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 등 경기부양책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메르스관련 해외 연지동향’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루에만 8800명이 방한 예약을 취소했다. 최근 한국관광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인이 4400명, 대만인이 2900명, 홍콩인이 200명 등 중화권 국적자가 7500명에 달하는 것이 더 우려스런 대목이다.메르스로 인해 한국의 대외이미지에 먹칠을 가한 점도 문제다. 중국 네티즌들이 많이 이용하는 바이두에는 메르스와 연계지어 한국을 폄훼하는 내용들이 심심치않게 목격되고 있다. 자칫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한류수출과 공산품 수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화권 최대 미이어사이트인 홍콩 봉황망(鳳凰網)이 실시한 네티즌 대상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93.37%(11만 7438명)가 “자신의 질병 상태를 숨기고 중국에 입국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고 ‘한국인 감염자가 방중을 강행하고 또 감염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한국인들이 격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점이 한국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9.11%가 “그렇다. 한국 국민의 전체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 한국이 자칫 왕따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우려케 했다.최근 수년간 한류 등으로 애써 쌓아온 한국의 긍정적 국가이미지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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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이야기] 빚 권하는 사회가 가져올 대재앙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시계의 태엽을 아주 오래전인 1920년대로 돌려보자. 현진건이 쓴 ‘술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주인공 ‘남편’은 매일 술을 마신다. 주인공의 아내는 동경유학까지 갔다온 지식인 남편이 돈벌이는 안하고 술에 절어 사는 이유를 모른다. 남편은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해 삶을 살아간다. 소설 말미에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집을 나가버리는 남편을 향해 아내는 절망적인 어조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며 탄식한다.술이 아니라 빚을 권하는 사회현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은 어떨까. 술보다 더 무서운,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나서 안심전환대출이다 뭐다 해서 이자가 싼 빚을 권한다. 한편에선 부동산규제가 풀리고, 은행이자는 싸지고, 여기에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린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가계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가계빚은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포함한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1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도 문제지만,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오죽했으면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한국을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과 함께 가계부채 잠재적 취약국가로 분류했을까.그런데도 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이틀전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5월 기준금리 결정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가계부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면서 “다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아직 견딜 만 하지만, 그 속도는 우려스럽다는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가계빚 속도 너무 가파르다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79조1000억원으로 한달전보다 무려 8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관련통계가 작성된 2008년이후 최대규모 증가액이고 작년 같은달 증가분(2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거래와 맞물려 일시적으로 가계빚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1만3900건으로 평소 4월 거래량인 7200건의 2배 정도 늘어났다.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구들문제는 가계빚의 질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빚이 감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상환능력에 있다. 빚이 많아도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다면 양질의 빚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불량빚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기 힘든 한계가구는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인 137만 가구에 달한다.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도 이를 포기한 가구가 80만을 넘는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본적으로 분할상환을 촉진하는 대출제도이다. 이자만 갚다가 한꺼번에 상환이 몰려 다수의 차입자가 원금상환을 못하게 되면 은행부실로 이어지고 그로인해 금융중개 기능이 악화될 것에 대비, 싼 이자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신 원금을 분할해서 상환하는 상품으로 유도해 점진적인 부채축소를 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하지만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부합함에도 이를 신청조차 못한 계층이 있다는 것은 이들 가구가 분할상환 여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자를 내기도 빠듯한데, 어느 순간 원금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게되면 이들은 그야말로 나락에 빠지게 된다. 은행대출이 막히면 제2금융권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고, 연이자 34%에 달하는 고금리를 쓰는 순간, 이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들은 그야말로 수미터 높이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를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가계빚이 몰고올 재앙가계빚은 비단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계빚으로 인해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로 연결되어 경제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빚이 있는 가구가 1년간 갚은 원리금은 1174만원에 달한다. 연봉 4000만원을 버는 가구의 경우 원리금을 빼면 실제로는 2900만원이 안되는 돈을 벌었다는 의미다.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 역시 작년말 기준 138%에 달한다.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년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1년간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다.부동산거품 꺼지면 중산층까지 몰락가능성부채상환능력이 어느정도 있는 중산층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상환용 대출은 전체의 30%를 넘지 않고 있다. 제2금융권으로 가면 이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싼 이자만 내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뿐, 원금상환 압박을 받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매매가 활기를 띄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또다른 부동산거품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우리경제는 이미 수차례의 부동산거품을 겪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는 것을 경험법칙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부동산거품이 일어나게 되면 이미 한계수위에 다다른 가계빚 폭탄과 맞물려 그 후유증은 짐작하기 어려운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집은 더 이상 재산증식의 투자대상이 아니다. 이미 많은 젊은이들이 집사기를 포기했고, 인구감소로 머지않은 미래에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빚을 내 주택을 사라고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적을 낼 수 있는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1920년대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탄식했던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 아내가 지금 살고 있다면 정부를 향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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