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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치킨’ 지적에 분노한 트럼프, 철강관세 50% 카드 꺼내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던 기존의 25% 관세를 50%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의 US스틸 공장에서 열린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6월 4일부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맥락과 함께 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 건을 둘러싼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세 정책에 대한 조롱, 낮은 지지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대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사실상 승인을 내렸다. 이는 미국 철강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카드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철강노조는 그동안 줄기차게 일본 기업에 인수될 경우 생산 축소와 일자리 이전 우려를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일본제철이 미국에 140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며,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고나 아웃소싱은 전혀 없고, US스틸 노동자에게 5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고율 관세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철강 관세 인상이란 초강수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조롱섞인 공격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조롱성 신조어가 퍼지면서, 자존심을 구긴 그가 초강경 조치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중국과의 ‘관세 휴전’(90일간 고관세 상호 유예 합의)으로 체면을 구겼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또 한 번 관세를 무기로 꺼낸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발표 몇 시간 전,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한 점에 주목했다. 이를 두고 “지지층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조롱과 정치적 위기 속 ‘관세 급발진’을 감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단기적인 정치적 계산에 기반한 무리수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넬대 경제학과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장벽이나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보호를 이유로 관세를 계속해서 정책 도구로 사용할 의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국제무역 전문가 메건 그린 박사 역시 “철강 관세 인상이 국내 산업 보호에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과 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고율 관세로 인해 자동차, 건설, 가전 업계가 연쇄적인 비용 상승 압박을 겪은 전례가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글로벌 공급망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세계적인 철강 가격 불안정과 수출입 경로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관세 인상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정치적 목표가 깔려 있는 다분한 노림수에 해당한다. 자신의 지지층인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중국 및 일본과의 외교적 긴장감을 부각시키면서도, 동시에 ‘강경한 미국 보호주의’라는 자신의 이미지 복원을 꾀하는 다목적 카드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글로벌 무역 갈등, 국내 물가 상승, 보복 관세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정치적 배짱’인지, ‘정책적 오판’인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경제 지표와 외교적 반응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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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트럼프의 압박에도 푸틴이 전쟁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켜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하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거듭된 종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대규모 국방 지출과 무기 생산 증강, 병력 확대를 통해 종전은커녕 장기전에 대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줄곧 전시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군수공장을 증설하고, 무기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하는가 하면, 병사들에게 파격적으로 1년치 연봉을 미리 지급하며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이른바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막대한 군비 지출은 국방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군수산업 확대로 러시아 내 빈곤 지역의 소득 향상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경제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전시 산업을 통해 경제의 일부 부문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같은 호황은 전쟁이라는 특수 조건에 기반해 있어 종전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베를린 사무소 소속 요하네스 마이어 역시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이미 전시체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으며,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단기간에 군사비를 줄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봐도, 전쟁은 종종 경제의 방향성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우나, 패망한 일본이 한국전쟁 특수를 게기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규모 전시 산업을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났고,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자동차 공장은 전차를, 냉장고 공장은 폭격기를 만드는 전시 체제로 전환됐다. 압도적인 생산력에 힘입어 1944년 기준 미국은 세계 총 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이를 민간 경제로 전환해 대규모 소비 시장을 형성했고,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를 열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두고 “정부 지출이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케인스 이론의 대표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은 종전 후 ‘마셜 플랜’과 같은 대외 정책을 통해 군수 산업을 민간 중심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일본 역시 한국전쟁의 비극을 활용하여 ‘기적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케이스다. 패전국 일본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 미군은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면서 막대한 물자 수요를 발생시켰고, 이는 일본 경제에 '특수'로 작용했다. 그 자금을 기반으로 일본은 중공업과 자동차, 전자산업에 집중 투자했고,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게 된다. 경제사학자 존 도우어는 이를 “패배를 성장으로 전환한 전쟁경제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역시 방위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민수경제로의 성공적인 재편에 주력했다는 점이 오늘날 러시아와의 차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 경제의 성장은 구조적으로 ‘종전’이 아니라 ‘지속’을 필요로 한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 모스크바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실존적 위기가 없다면 지금처럼 방위 산업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 경제가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하지만, 그 지속은 또 다른 함정을 낳을 수밖에 없다. 종전 이후 경제 구조의 재편이 늦어질수록 불만은 커지고, 사회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 혹은 전쟁 전 나치 독일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방대한 병력과 무기 생산 인프라, 그리고 여기에 의존하게 된 지역 경제는 종전 이후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볼로디미르 이슈첸코 교수는 “전쟁 후 병사들의 임금이 급격히 삭감되면 무장한 실업자들이 사회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이 미국의 거듭된 종전 압박에도 쉽사리 전쟁 지속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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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중국식 버티기 전략 새로운 대미 협상전술로 부상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과 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갖고 한시적으로 상호 관세를 대폭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인도와 일본 등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있는 국가들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고 보복관세 등 맞대응에 나서는 과정에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부작용 등 미국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타협의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율을 최고 145%까지 올렸다가 협상을 통해 이를 대폭 인하한 조치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중국식 버티기 전략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평균 30%대로 낮추기로 관세 휴전 조치를 내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들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시간에 쫓겨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시적 관세 유예를 합의한 이후 “끝까지 버티니까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며 대미 협상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식 버티기 전략은 이제 미국과의 무역 또는 안보 협상을 앞둔 국가들에게 하나의 대안적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 폭탄과 보복 조치가 연쇄적으로 이어진 치킨게임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예상과 달리 협상 초반부터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보다는, 국내 경제 안정과 장기적 전략에 기반한 ‘시간 끌기’와 ‘내수 중심 대응’ 전략으로 맞섰다. 미국이 고율 관세와 기술 봉쇄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음에도, 중국은 반도체 및 농산물 수입에서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며 버텼다. 이러한 결과로, 2020년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는 미국이 일부 관세 인하를 수용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선에서 일시적 타협을 이뤘다. 이번 협상도 유사한 전철을 밟았다는 평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완 박사는 “중국의 협상 전략은 전통적인 ‘굴복을 통한 타협’이 아닌, ‘정치적 여론과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한 버티기’였다”며, “이러한 전략은 협상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협상을 앞둔 다양한 국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군사, 기술 협상을 진행 중인 동남아, 중동, 남미 국가들이 ‘버티기 전략’을 전술적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국립대 국제관계학과의 린다 초이 교수는 “과거엔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소국들은 속도감 있게 협상에 나서거나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그러나 중국이 보여준 ‘시간을 무기로 삼는 협상’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이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오히려 미국 측 입장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브라질, 베트남 등 미국과 민감한 무역 또는 안보 이슈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이러한 접근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투자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 기준 유연화를 동시에 요구하면서 일정 수준의 전략적 지연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식 전략’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독자적 공급망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버티기’가 가능했지만, 중소 국가가 동일한 전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보복성 조치나 자본 유출, 외교 고립 등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고든은 “중국의 협상력은 거대한 시장 규모와 정치 체제의 일관성 덕분에 가능했다”며,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중국처럼 강경 전략을 채택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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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엄청난 성과” “이제 첫 걸음” 미중 무역협상 극명한 온도차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글로벌 경제와 가상화폐 시장의 향배를 가를 미중 무역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본격화됐다.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가 이끄는 협상단은 이틀째 비공개 회담을 진행 중인데, 시장은 양국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중국은 “무역전쟁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전면적인 재설정’이 될지, 아니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임시 봉합책에 그칠지를 둘러싸고 분분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2018~2020년 트럼프 1기 당시의 미중 무역협상은 명확한 충돌 구도 속에 진행됐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침해, 국영기업 보조금, 대중 무역적자 등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관세(최고 25%)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결국 양측은 1차 합의문을 2020년 1월 체결하는 데 꼬박 17개월이 걸렸다. 당시 협상의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압박 외교"였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 지정학적 불안정성, 그리고 양국의 실질적 피해를 바탕으로 재개되었다는 점에서 1기 때와는 차이가 있다. LA항만의 물동량은 30% 이상 감소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 역시 급감하며 양국 경제 모두가 손실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롱비치 항만 대표 마리오 코데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소비자들이 빈 선반을 통해 무역전쟁의 결과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망 타격을 지적했다. 이번 협상의 주요 이슈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해제 ▲펜타닐 원료 수출 통제 ▲미국의 고율 관세(최대 145%) 일부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1기의 ‘무역불균형’과 ‘지재권 보호’ 중심 이슈보다 현실적인 경제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의 비공개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 대표들의 발언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는 것도 1기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이는 외부 압력과 여론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실무적 접근을 통해 조속한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BTSE의 COO 제프 메이는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에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중 무역협상이 어느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전날 큰 폭으로 올랐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국제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라이스 교수는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차별점은 양국 모두가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라며 “다만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기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착할 경우, 핵심 쟁점은 여전히 봉합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의 장웨이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1차 봉합이 이뤄지더라도, 기술 및 안보 분야에선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전면 재설정"이라 표현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부분적 조율과 피해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의 동시다발적인 무역 협상을 병행하는 점도, 미중 간 집중도 있는 구조적 합의보다는 선택적 완화 조치에 의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일부 양보(희토류·펜타닐)와 미국의 관세 일부 인하라는 ‘거래형 봉합’이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는 가상화폐·원자재·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에 단기적 긍정 신호를 줄 수 있으나, 근본적 갈등의 해소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당시 17개월을 끌었던 무역전쟁이 결국 ‘임시 합의’로 봉합된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 협상 역시 '완전한 리셋'보다는 전략적 봉합과 제한적 이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국의 실질 피해가 뚜렷한 만큼, 정치적 계산보다 경제 회복에 무게를 둔다면 예상보다 빠른 ‘중간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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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1기 때 17개월, 트럼프 2기 첫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세기의 관세전쟁’을 벌인 지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는다. 오는 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고위급 회담에는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과 중국 부총리 허리펑이 참석해 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공식 회담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이 미중 갈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줄곧 중국의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왔고, 이번 재집권 이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매기며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에 파급된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뉴욕증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중국 제조업은 미국 수출길이 막히며 줄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동남아 신흥국들도 이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양국 모두 최근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의약품·화학제품에 대해 조용히 면세 조치를 시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이 “긴장을 완화하고 단절된 양국 간 대화를 재개하는 첫걸음”이라며, 관세 인하, 특정 품목 면제, 소액 소포 규제 완화, 수출 통제 등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 전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미중 무역협상은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낙관도, 비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양국은 수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기까지 무려 17개월이 걸렸다. 당시에도 류허 중국 부총리가 방미한 뒤 “무역전쟁은 없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미국의 첫 번째 관세폭탄이 발동되며 전면전이 시작됐다. 결국 2019년 12월에야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졌지만, 핵심 쟁점이던 기술이전 강제, 국영기업 보조금, 수출통제 등은 합의에서 빠졌다. 이번 2기 협상 역시 전례에 비추어 보면 단기간 내 타결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웬디 커틀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의 진전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긴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입장 조율이 필요하다”며 “1단계 합의처럼 정치적 이벤트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합의 시점은 언제쯤이 될까. 미중 양국이 실질적인 무역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양국이 다루게 될 핵심 의제에는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는 게 걸림돌이다. 미국은 AI·로봇·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둘러싼 수출 통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수출 제한을 카드로 들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쿠이즈는 “이번 회담은 전략적 탐색전”이라며 “최소 2~3차례의 고위급 회담을 거친 뒤,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는 2026년 상반기 전에 일정 수준의 ‘성과 포장’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경제체제의 재조정”을 언급한 점에 비춰, 이번 협상이 단순한 양보와 거래 수준을 넘어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상무부는 “세계와 미국 소비자의 기대를 고려해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내심 미국의 ‘경제 압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본격적인 양보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미중 모두 무역전쟁에 따른 더 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의 문은 열렸지만, 시간과 전략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제네바 회담은 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을 진정시키고, 향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쉽게 판을 뒤집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양국 간 입장 차, 글로벌 정세를 고려할 때, 실질적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치적 셈법과 경제적 손익계산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또 다른 지지부진한 탐색전으로 남을지는 향후 몇 달간의 협상 진전 상황이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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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실현 불가능한 3선 도전 외치는 트럼프의 진짜 속셈은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행 미국 헌법상으론 대통령의 재선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더 이상 대통령에 도전할 수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2028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고, 실제로 트럼프 가족 기업이 운영하는 트럼프 스토어에서는 벌써부터 ‘트럼프 2028’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셔츠를 판매하면서 그의 3선 도전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3선 도전 움직임이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 실제로 3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3선은 불가능하다. 1951년 제정된 22차 수정헌법은 대통령이 두 번 초과하여 당선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22차 수정헌법이 나온 배경에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한 이후, 권력의 장기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수정헌법에 따르면 2016년, 2024년 대선에서 이미 두 번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2028년 대선에는 다시 출마할 수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헌법상 불가능한 3선 도전을 왜 언급하는 것일까. 이론상으로는 22차 수정헌법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면 트럼프의 3선 도전이 가능하다. 미국 헌법 제5조에 따라, 연방 의회의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50개 주 중 4분의 3(38개 주) 이상의 주 의회가 비준하는 방식으로 수정헌법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평가다. 미국 사회는 루스벨트 시절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지금까지 공유해왔으며, ‘권력 제한’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조너선 파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언제나 법의 경계를 시험하려는 인물이지만, 3선을 위한 헌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 지형도 개헌의 높은 문턱을 넘기에 매우 불리하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라는 압도적 찬성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강력한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를 고려하면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미국정치연구소 소장 마리옹 르브르 교수도 "미국은 루스벨트 이후 권력의 장기화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의 3선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쯤되면, 헌법상 3선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트럼프가 2028년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거기에는 몇가지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충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수사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그에게 거의 종교적 수준의 충성심을 보인다. 트럼프가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일수록, 그에 대한 지지층의 열광은 커진다. 실제로 트럼프 가족 기업은 '트럼프 2028' 문구가 적힌 모자와 셔츠를 판매해 폭발적인 수익을 얻었으며, "웹사이트가 다운될 뻔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둘째, 현 체제에 대한 도전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기존 워싱턴 정치에 대한 반항’으로 구축해왔다. 3선 금지 규정을 직접 깨뜨릴 수 없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문제 삼고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엘리트 체제에 저항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인 듯 하다. 셋째,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속셈도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2028년을 언급함으로써, 공화당 내부에서 다른 유력 후보들이 일찌감치 부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차기 대선까지 계속 이어가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3선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야심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신뢰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법률적으로 3선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열정과 충성심이 강력한 일부 집단이 헌법 개정까지 요구하는 극단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의 헌정 체제는 예상치 못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지프 키플링은 "트럼프의 3선 시사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시험하는 것"이라며 "비록 성공할 가능성은 없지만, 그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 국제질서를 모조리 깨부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 헌법도 신성불가침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정치적 도박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지, 실제로 파괴력있는 헌법개정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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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벚꽃 피는 따뜻한 겨울이 불길한 이유
- ▲ 1889년이후 126년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지난 12일 벚꽃이 피었다. 벚꽃은 보통 4월에야 꽃을 피우는데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예정보다 5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슈퍼엘니뇨 현상으로 올겨울이 기상관측이래 가장 더운 겨울이 될 것으로 예고했다. [사진출처=더블유톱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지난 14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관측된 낮 최고기온은 19도. 당일 최고기록이었던 1923년의 17.8도를 92년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낮 최고기온이 22도까지 올라 1889년이후 126년만에 가장 따뜻한 12월 날씨를 기록했다.일본도 지난 11일 도쿄 낮 최고기온이 24도까지 올라 일본 역사상 두 번째로 더운 12월로 기록됐고, 유럽 역시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상고온 영향으로 워싱턴DC에서는 4월에나 볼 수 있는 벚꽃이 피어나고 샌들과 반바지 차림의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이 모든 것이 엘니뇨현상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엘니뇨로 인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겨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슈퍼엘니뇨, 그리고 ‘더운 겨울’이 불러올 경제적 재앙엘니뇨 현상은 적도 부근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바닷물 수온이 상승해 이상 기후를 유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6개월 지속될 경우를 말한다. 엘니뇨 현상이 무서운 이유는 가뭄이나 태풍같은 거대한 자연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1997년 이후 18년만에 최악의 ‘슈퍼 엘니뇨’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슈퍼엘니뇨가 발생했던 지난 1998년 위성으로 찍은 지구 해수면온도. 아메리카대륙의 해수면이 붉은색으로 표시될 정도로 바닷물 수온이 크게 올라갔다. [사진출처=왓츠업위드댓닷캄] 호주 기상청은 지난 7월 2010년 이후 5년만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엘니뇨는 1997년 이후 18년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세기 최악의 자연재앙으로 기록된 1997~1998년 슈퍼 엘니뇨 때는 전세계적으로 약 2만 2000명이 사망했고, 38조원의 피해를 입혔다.가장 큰 걱정거리는 농산물 공급의 불안이다. 이미 지난 여름 지구촌 곳곳의 가뭄으로 곡물시장이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농산물수입국인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기상이변이 지속되면서 농산물가격 변동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호주은행(NAB)은 최근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호주가 엘니뇨 영향권에 들면서 호주의 밀 생산이 반토막이 났다고 밝혔다. 국제 밀가격은 지난 6월에만 28% 급등했고 옥수수는 17% 올랐다.문제는 기상이변이 단순히 농산물가격에만 영향을 주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가 먹을 목초 공급이 줄면 유제품과 육류 생산도 타격을 입는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가뭄은 니켈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상이변이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슈퍼 엘니뇨현상으로 인한 ‘더운 여름’이 초래할 부작용은 원자재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의 경우 난방수요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가격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실제로 국제석유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제외한 주요 유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56달러(4.31%) 떨어진 34.6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1월 6일(34.55달러) 이후 최저치다. 2016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0.01달러(0.03%) 내린 배럴당 37.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천연가스 역시 14일 기준 MMBtu(100만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7.2센트(3.8%) 급락한 1.8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3월24일 이후 최저 가격으로 약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슈퍼 엘니뇨→기상이변→원자재가격 하락→세계경제 침체 도미노현상슈퍼 엘니뇨 현상과 그로인한 원자재가격 하락은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석유나 천연가스 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경제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전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와 각국 금융시장들의 불안과 함께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꼽았다. IMF는 지난 9월 작성한 ‘세계경제에 대한 위협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둔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다른 나라들에 가져왔다며 중국의 수요 감소로 원유나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브라질과 러시아, 기타 원자재 수출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금속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달한다.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원유를 비롯해 구리, 니켈 등 19개 원자재 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CRB 지수는 지난주 183.7까지 떨어져 2002년 11월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RB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기록한 고점(472.3)에 비해서는 38.8% 수준으로 추락했다. ▲ 원유를 비롯해 국제 원자재가격은 7년전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미지출처=쿠르드오일프라이스넷] 원유 가격과 철광석 가격은 끝없이 추락해 각각 2008년 7월과 2011년 2월 기록한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가격(3개월 선물)은 1t당 4580달러로, 2009년 5월 셋째 주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1년 고점(1만50달러)에 비해서는 45.5%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니켈가격도 1t당 8730달러로 2003년 7월 이후 12년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가격은 2007년 5월 4일 기록했던 고점(5만1600달러)에 비해서 16.9%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알루미늄 역시 1t당 1447달러로 떨어져 2009년 5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원자재가격 폭락은 신흥국 성장둔화를 불러왔고, 신흥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1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4.8% 감소한 444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액은 올들어 11월까지 평균 7.6% 줄어들면서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44.9%), 석유화학(-31.6%), 철강제품(-29.6%) 등의 감소폭이 컸다. 모두 원자재 관련 품목이다.■ ‘더운 겨울’ 뒤에 닥칠 또 다른 극(極)가뭄 현상 벌써부터 걱정전문가들은 ‘더운 겨울’에 이어 내년부터 또다른 극심한 가뭄이 몰아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는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실제 우리나라 기온을 보면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더웠던 지난 8월의 자료를 보면, 1993년 서울의 8월중 평균기온은 23.2도로 나타났다. 20년이 지난 2013년 8월에는 평균기온이 27.9도였다. 20년새 평균기온이 4.7도나 오른 것이다. 10년 전인 2003년 8월 평균기온인 24.3도와 비교해도 3.6도 올랐다. 1993년과 2013년의 경우 날짜별로 평균기온이 최고 9.3도 차이 나기도 했다.열대야(밤 최저기운이 25도 이상)의 경우 1973년부터 1993년까지 20년간 평균 6.6일이었던 것이 1994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평균 13.4일로 2배이상 증가했다.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일수 역시 같은 기간 평균 7.9일에서 11.5일로 46%(3.6일) 증가했다.특히 올해의 경우 봄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양강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제일 큰 가뭄 주기가 124년인데 이를 극대 가뭄기라고 하고, 그 다음 주기가 대 가뭄기인데 38년 주기가 있다”면서 “올해는 38년 주기에 딱 들어가 있고 124년마다 오는 극대 가뭄이 시작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극대 가뭄이 시작되면 그 기간은 20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미국 지질연구소(USGS)는 역사적인 가뭄 기록과 최신 기후예측 모형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에 미국 남서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메가(mega) 가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남미와 동남 아시아, 호주, 인도, 아프리카, 남부 유럽까지 광범위하게 위험 지역에 포함시켰다. 가뭄은 태풍이나 해일등 다른 어떤 자연재해보다 그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NDM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재해 유형별 피해액 중 가뭄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이 홍수에 비해 2~3배 정도 크다는 분석이다.■ 연평균 200조원으로 불어난 자연재해 피해액, 한국의 대책은 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지난 30년간 4배로 증가했다. 2년전 세계은행이 세계 최대 재해 보험사인 독일의 '뮌헨재보험'(Munich Re)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500억달러였던 자연재해 피해 규모는 2003년이후 평균 2000억달러로 4배로 불었다.이를 토대로 1980년부터 2014년까지 총 피해액을 계산해보면 4조달러(4700조원)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 피해규모는 1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피해가 집중되어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이들 계층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한국 역시 해마다 자연재해로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수 조원의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는 5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남겼고, 2003년 태풍 ‘'매미’는 전국에서 130여 명의 인명 피해와 4조 78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안겼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더이상 우리에게 먼 나라,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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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美-中-유럽-日 ‘따로국밥’속 한국의 선택은
- ▲ 지난 9월 18일 금리동결 결정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하지만 오는 17일 새벽에는 금리인상 배경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사진출처=유투브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지난 9월 전격적인 금리동결로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들어야 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번에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오는 15~16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소집이 예고돼 있어 금리인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시간으론 17일 새벽3시에 금리인상폭이 공개될 전망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지난 2006년 6월이후 꼭 9년6개월만의 인상이며 그동안 고수해온 ‘제로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금리인상 의심 없는 시장, 관심은 인상폭연준은 1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FOMC를 연다. 이 FOMC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한다. 지난 9월 회의때는 금리인상과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엇갈린 가운데 전격적으로 동결이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금리인상을 의심하는 시각이 사라진 대신 얼마를 올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미국의 보수주간지 ‘위클리 스탠다드’는 12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85%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며 “FOMC에서 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경제학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금리인상 확률을 78%로 내다봤다.전문가들이 금리인상을 점치는 근거는 두가지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모두 재닛 옐런 의장이 입버릇처럼 지적했던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은 그동안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로 떨어지거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간 2%를 넘으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혀왔다. ▲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로 11일 뉴욕증시에서는 주가가 2% 가까이 떨어졌다. [사진출처=포브스닷컴] 지난달 미국실업률은 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달보다 0.2%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2% 수준을 상회한다. 옐런 의장은 지난 2일 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금리정책 정상화 개시를 미루면 경제과열을 막기위해 급작스런 긴축정책을 해야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선제공격 차원에서 미리 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시장도 금리인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2% 가까이 폭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09.54포인트, 1.76% 급락한 1만7265.21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39.86포인트, 1.94% 떨어진 2012.3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11.71포인트, 2.21% 급락한 4933.47로 장을 마쳤다.회의를 시작도 하기전에 미리 겁먹고 주가가 빠진 것이다. 실제로 시장 분위기는 인상을 당연시하면서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완만하고 점진적인’ 인상이다. 연준은 그동안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언급한 위클리 스탠다드가 예측한 수준이다.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에 0.25%를 올리고, 내년에 4차례, 2017년에 5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 9월 발표된 연준 17명 위원의 내년 12월 금리 전망치 중간값인 1.375%, 2017년말 2.625%를 역으로 계산한 것이다. 물론 연준이 예고와 달리 이보다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올린 전력이 있다.■ 미국과 따로 노는 유럽과 중국, 일본…통화정책 대분열미국이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과 중국, 일본등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금리인하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아 계속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다른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완전히 갈리면서 세계는 유례없는 통화정책의 대분열을 목격하고 있다.미국의 연준 격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예금금리 인하와 추가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를 결정했다. 이날 ECB는 예금금리를 -0.2%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0.3%로 0.1%포인트 내렸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인 지금도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 성격의 비용을 내고 있는데, 이 비용을 더 올려 받겠다는 것이다.중국 역시 금리인하 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올해안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교통은행이 분석했다. 롄핑(連平)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인민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리의 인하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 정책에도 2016년 당국이 제로금리를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의 인하폭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급준비율은 아직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 중국인민은행. [사진출처=라이브민트닷컴] 일본 역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생산율이 플러스로 돌아서는등 양적완화에 따른 ‘단맛’을 맛봤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긴축재정으로 태도를 바꾸기에는 지금의 경기상황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당분간 지금의 재정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OCR)를 연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 나라 기준금리는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캐나다 역시 이번달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한데 이어 기준금리를 아예 마이너스 금리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2009년에 비해 상승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BC방송이 전했다.■ 한국의 선택은…금리인상시 한계기업, 가계부채 폭탄 동시 터질까 우려미국의 금리인상이 몰고올 후폭풍이 두려운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모두 위험수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금리정책과 반대되는 방향을 계속 고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한국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주열 한은총재. [사진출처=월스트리트저널닷컴]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각 1200조원, 2400조원으로 최근 2년새 급격하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관련하여, 한국경제의 부채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이 조만간 정책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하기 시작하면 빚 많은 가계나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딩 딩 IMF 아태국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IMF 공동콘퍼런스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의 부채 위험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한국의 가계대출 역시 향후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기업대출은 소수의 회사에 집중돼 있고, 이 회사들의 유동성이나 수익성도 나빠 향후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국은행은 시장 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현재보다 3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총재 역시 “이제는 부채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기업이나 가계 모두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여기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229조7000억원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개인 차원의 빚 줄이기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계는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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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소주값 도미노 인상…소주값>맥주값 시대 성큼
- ▲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출고분부터 전격적으로 소주 출고가격은 인상한 가운데 지방소주인 O2린과 한라산소주도 출고가를 비슷한 폭으로 인상했다. 3년만에 단행되는 이번 소주값 인상을 계기로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값은 4000~5000원대로 크게 뛸 전망이다.[사진출처=맥키스컴퍼니]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혹시’나 하는 우려가 ‘역시’로 바뀌었다. 소주업계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출고분부터 출고가를 5.62% 인상하자 다른 소주업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출고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소주의 출고가 인상은 소매점가격과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값의 연쇄인상을 불러올 전망이어서 소주값 5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에서 국산맥주 1병당 가격이 일반적으로 4000원선임을 고려하면 소주값이 맥주값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차 두고 줄줄이 출고가 올리는 소주업체들7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충남 지역 주류업체 맥키스컴퍼니는 자사 소주 브랜드인 O2린(오투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인상했다. 제주 주류업체인 한라산소주 역시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를 1080원에서 1114원으로 3.14% 올렸다.하이트진로에 이어 지방소주업체들이 잇달아 출고가를 인상함에 따라 업계2위인 롯데주류와 무학 등 다른 소주업체들도 소주 가격 인상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주류는 이번주에 '처음처럼'의 가격 인상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슷한 폭으로 소주의 출고가가 줄줄이 오르자 일부에선 업체들이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3년전에도 소주값 인상은 시장주도업체가 올리자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올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려면 이젠 8만~9만원 있어야소주의 출고가 인상은 필연적으로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값의 도미노 상승을 불러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3년전에도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음식점 소주값은 대략 1000원 정도가 올랐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폭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지역에 따라 3000원, 4000원에 판매되는 소주 1병당 가격은 각각 4000원과 5000원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성인 4명이 퇴근길에 가볍게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이려면, 이제는 최소 6만원에서 7만원은 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삼겹살 1인분이 대략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최소 6인분에 6만원, 소주 4병이면 2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소주값은 2번의 인상을 통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 음식점에서 2000원, 2500원 하던 소주값이 이제는 2배가량 오르게 된 셈이다.이번 소주값 인상의 배경에는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예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주의 빈병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은 각각 17원, 60원으로 오르며 맥주는 각각 14원, 80원이 오른다.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하이트진로가 먼저 총대를 메고 술값을 올리자 다른 업체들이 잇달아 소주의 출고가를 올린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맥주회사들도 출고가 상승카드 만지작…결국 서민만 봉(?)다른 원가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번 소주 출고가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이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인 만큼, 맥주값이라고 가만 있을리 없을 것 같다. 맥주 역시 똑같은 원가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실제로 맥주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전격적인 가격상승이후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수입맥주 공세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소주값이 오른 이상, 맥주값도 올라야 정상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든지 출고가를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문제는 이번 소주값 상승으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제품들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초 담배값 폭풍인상에 이은 이번 소주값 인상으로 사실상 서민관련 제품이 가격상승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기업관련 법인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간접세를 대폭 늘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실제로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내년에는 담배세 규모가 12조 60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인 연봉이 1억원 이하인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12조720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2013년 정부가 징수한 부동산 보유세 9조5000억원, 이자·배당 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세 7조6639억원보다 훨씬 많다.여기에다 소주값까지 줄줄이 오르게 생겼으니 서민들이 애용하는 제품에 붙는 세금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집계한 올 1∼8월 국세 수입은 15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조6000억)보다 15조원 증가했다.특히 담뱃세가 포함된 기타 세수는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해 세수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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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부동산파티는 끝났다’…곳곳서 경고음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풍부한 시중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올들어 무섭게 오르던 주택경기에 경고음이 켜졌다. 공급과잉에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위험징후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파티는 끝난 것일까. 이미 집을 산 사람들은 물론이고, 집을 사려고 대기중인 수요자들까지 부동산경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0년이후 25년만에 최대 공급물량 쏟아져요즘 아파트 건설회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분양만 하면 완판되던 좋은 시절이 이미 끝물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어떻게든 연말안에 분양을 끝내려고 물량밀어내기가 한창이다.분양물량은 이미 정부가 정한 중장기 계획 물량을 초과한지 오래다. 올 연말까지 아파트 공급물량이 70만가구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아파트 신도시건설이 한창이던 1990년이래 25년만에 최대물량이다.이렇게 많아진 물량이 아파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증해 부동산과 금융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와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KDI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49만호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세운 중장기 주택공급계획상 (적정)물량인 연평균 27만호를 이미 22만호나 초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건설사마다 분양을 서두르면서 연말까지 쏟아질 주택공급 물량은 7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부가 계산한 한국경제의 기초적 주택수요는 35만호 정도. 하지만 실제 분양됐거나 분양될 물량은 적정 주택수요의 2배를 초과한다. 수요와 공급에서 공급이 넘치면 당연히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보통 분양물량이 2~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시점이 다가오는 점을 고려하면, 2017년말이나 2018년에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2월중 확실시되는 미국 금리인상도 부동산 경기에 찬물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이 최근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도 부동산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국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부동산 수요자금을 옥죄는 연쇄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 연설하는 재닛 옐런 FRB의장 옐런 의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정책 정상화를 위한 시작을 너무 오래 미룰 경우, 향후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급작스럽게 긴축 정책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예런 의장의 발언은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2008년이후 지속돼온 ‘제로금리’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과는 반대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돈줄을 죄려고 하는 반면, 유럽은 오히려 돈을 더 풀겠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들 역시 양적완화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어 미국의 ‘나홀로 금리인상’이 큰 폭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실제로 미국 뉴욕 증시는 3일(현지시간) 연내 금리인상이 거의 굳어짐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약세로 장을 마감했지만 예상보다는 소폭하락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42%, 252.01 포인트 떨어진 1만7477.67로 폐장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1.44%, 29.89 포인트 내린 2049로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당국도 이미 부동산 관련 돈줄죄기에 나서금융당국도 미국의 금리인상, 부동산 과열경기 등을 고려하여 선제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목) 기자간담회에서 “관계기관들과 함께 은행 여신심사를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가계부채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 면밀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달중 은행연합회가 확정안을 발표하면 내년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번 대책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에게 적용되며, 집단대출이나 기존 대출자, 상환 계획이 미리 수립된 대출, 단기 생활자금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각종 예외조항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쉽게 해주던 부동산 관련대출을 보다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의미다.이에앞서 지난 7월 금융위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에는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나눠 갚는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과 함께 스트레스DTI(변동금리 대출시 금리가 올랐을 때 갚을 여력이 되는지를 감안해 대출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 총체적 상환부담(DSR)을 산출해 은행이 사후관리에 활용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 현장 정부가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했던 기조에서 이제는 돈줄을 죄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시장에 확실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이미 가계대출은 1100조원을 넘어서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가계대출을 방치할 경우 뒷감당이 안될 수도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이미 위기수준을 넘어섰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분석도 많다.)■ 2~3년뒤 터질 부동산 공급과잉의 후유증올해 대거 쏟아진 아파트 물량은 2~3년 후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입주시점에서 부동산경기가 고꾸라져 주택가격이 떨어질 경우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입주를 포기하게 된다. 분양자가 입주하지 않거나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미 수익성이 열악한 건설사의 현금 흐름은 더 나빠져 금융시장에도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KDI는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올해 급증한 분양물량이 앞으로 준공후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와 같이 양호한 주택수요가 유지된다 해도 준공후 미분양이 2018년 2만1000호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분양이 3만호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부동산을 통해 경기불씨를 살리겠다며 주택공급을 방조하던 정부의 입장에도 완연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주택·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일부에서 공급 과잉 우려도 있고 분양 과열 양상도 보이는데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주택업계와의 간담회에서도 “주택 인허가가 급증해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적정 수준의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공급과잉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기조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향후 금리가 올라간다든지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안전하지 않다”며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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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담배값에 이은 ‘소주값’ 인상이 불러올 나비효과
- ▲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출고분부터 전격적으로 소주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3년만에 단행된 이번 인상을 계기로 다른 소주값은 물론 맥주값까지 줄줄이 요동칠 조짐이다. 담배세에 이어 소주값까지 오르자 시장에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품목만 집중적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소주값을 비롯해 주류값이 3년만에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하이트진로가 촉발한 소주값 인상을 계기로 맥주값 등 다른 술값도 들썩일 조짐이다. 올초 담배값 폭풍인상에 이은 이번 소주값 인상은 대표적인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품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박근혜 정부 들어 간접세 비중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간접세를 대폭 늘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빈병 처리비용 인상이 불러온 소주값 연쇄상승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월)부터 참이슬 출고가격을 5.62% 인상했다. 이에 따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격은 병당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올랐다. 소주 출고가격이 1000원대에 진입한 것은 희석식 소주가 출시된 1960년대 이래 처음이다.명분은 원가상승 압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비롯한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등 누적된 인상요인이 커져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가상승률만 따져도 12.5%의 인상요인이 있었으나 원가절감과 내부흡수 등을 통해 인상률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하이트진로가 전격적으로 소주가격을 올리면서 롯데주류와 무학 등도 소주값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주류 측은 아직 인상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기만 문제일 뿐 인상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맥주업계도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수입맥주 공세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소주값이 오른 이상, 맥주값도 올라야 정상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이번 소주값 인상의 배경에는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예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주의 빈병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은 각각 17원, 60원으로 오르며 맥주는 각각 14원, 80원이 오른다.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하이트진로가 먼저 총대를 메고 술값을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올렸으니 다른 소주회사들도 잇달아 술값을 올릴 것이고, 이는 맥주업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소주값 인상은 소매가격 인상과 음식점에서 파는 술값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참이슬 소비자 가격이 80원~1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값이 소매가의 3배 정도임을 고려하면 소매가(약 1200원) 기준으로 3600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끝자리를 딱 맞추는 음식점 습성상 4,000원선이 유력해 보인다. 그럴 경우 현재(3,000원)보다 33.3%(1,000원)나 가격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류관련 세금총액도 덩달아 늘어나현재 소주에는 이런저런 세금이 붙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세다. 주세는 소주의 출고가를 기준으로 72%를 매긴다. 소주의 출고가(세전)가 500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주세는 72%에 해당하는 360원이다. 여기에 교육세가 30% 붙는다. 주세에 대한 교육세 과세표준 360원에서 30%의 세금이 붙으니 108원이다.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부가세 10%가 붙는다. 원가 500원에 주세 360원, 교육세 108원등 968원에 부가세 10%를 매기면 96.8원이 나온다. 출고가(세후) 기준으로 보면 1064원.8원에 붙는 총 세금은 564.8원이다. 출고가의 53%가 세금이라는 얘기다.물론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에도 주세가 붙는다. 여기에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까지 합하면 실제 우리가 먹는 소주 자체 원가는 200원도 채 안 된다는 계산이다.한국주류산업협회가 한국인 1인당 알콜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2012년 기준) 한국인은 소주를 1인당 연간 60병 정도 소비한다. 남녀노소 1인당 평균 3만3,888원을 소주 관련 세금으로 바치는 셈이다. 애주가라면 얘기가 다르다. 일주일 평균 소주 5병 정도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연간 14만6,848원을 소주 관련 세금으로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출고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여기에 붙는 세금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주세는 지난 2000년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지만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주류와 관련한 세금 총액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담배세에 이은 소주값 인상 등으로 간접세 비중 갈수록 커져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증세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증세없는 복지 논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만 보면 이런 약속이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간접세를 올려 대규모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담배세다.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했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2조 7,800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흡연자들로부터 거둬들일 담배세 규모는 12조 6,0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인 연봉이 1억원 이하인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12조7,20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또 2013년 정부가 징수한 부동산 보유세 9조5,000억원, 이자·배당 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세 7조6,639억원보다 훨씬 많다. 한 마디로 흡연자를 상대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실제로 담배를 하루 1갑 피는 흡연자의 경우 답배에 붙는 세금 3,318원을 계산하면 연간 담배세로만 내는 돈이 120만원이 넘는다. 이는 상가 월세 217만원에 대한 임대소득세, 시가 9억 원인 아파트 재산세와 각각 맞먹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9억원대 아파트 1채를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10월 월간 재정동향’ 보고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1∼8월 국세 수입은 15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조6,000억)보다 15조원 증가했다. 특히 담뱃세가 포함된 기타 세수는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해 세수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이쯤되니 서민들 사이에 분통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왜 하필 서민들이 즐기는 품목만 집중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일까. 서민들 상대로 정말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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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제2 우유파동의 미스테리’…소비증가에도 업계는 죽겠다고 ‘아우성’
- ▲ 우유가 남아돈다. 소비가 늘고 있는데도 우유가 넘친다. 소비증가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경직된 가격 때문에 제2의 우유파동이 일어날 지경이라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자료출처=스타티스타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기사중 하나가 우유값 논란이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우유값이 꿈쩍도 하지 않아 소비감소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가격경직성 뒤에는 원유가격 연동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유업계는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하지만 낙농가는 생산비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2년째 원유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반박한다. 특히 올해 가격동결로 낙농가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330억원 줄어드는 반면, 소비자들의 편익은 660억원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우유소비 해마다 늘어나는데도 업계는 죽겠다고 아우성최근의 우유파동은 사실 소비감소가 주원인이 아니다. 우유소비는 오히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우유소비량은 2012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늘어났다. 2000년 59.2kg을 기록한 이후 ▲2010년 64.9kg ▲2011년 70.7kg ▲2012년 67.2kg ▲2013년 71.6kg ▲2014년 72.4kg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70년 1.6kg에 비하면 지난 44년간 우유소비량이 45.3배나 폭발했다.같은 기간 1인당 전체 축산물 소비량은 10.2㎏에서 지난해 130.7㎏으로 12.8배 증가했다. 쇠고기(1.2㎏→10.8㎏)와 닭고기(1.4㎏→12.6㎏)가 9배, 돼지고기(2.6㎏→22.2㎏)가 8.5배 각각 증가했다. 계란은 3.8㎏에서 12.7㎏로 3.3배 증가했다. 전체 축산물 중 우유가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세계1위 핀란드는 1인당 우유소비량이 361kg으로 한국보다 4.9배 더 많이 우유를 마신다. 미국 역시 253kg으로 한국보다 3.4배 더 많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70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1인당 우유소비량이 무려 78%나 줄었다.1970년 1인당 하루평균 1.1컵을 마셨던 미국인들이 지난해에는 0.24컵으로 소비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 기간 45배 이상 우유소비량을 늘려 대조를 이뤘다.소비가 늘면 업계는 좋아져야 하는데, 사정은 정반대다. 업계1위 서울우유는 직원들 월급 일부를 유제품으로 줬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서울우유는 올 상반기 1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84.5% 급감한 52억원에 그쳤다.다른 업체도 서울우유만큼은 아니지만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유업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량 급감했다. 남양유업은 판관비와 마케팅비용을 대폭 줄여 올 상반기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휘발유보다 66%, 에비앙 생수보다 49% 더 비싼 우유소비는 분명 늘고 있는데도, 업계가 불황에 빠진 것은 소비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현재 우유 재고량은 26만7000톤. 2년새 4배 가량 늘었다. 하루 원유생산량은 6000여톤으로 필요량보다 300여톤이 더 많다. 전국 낙농 조합에서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올해 3800 마리의 젖소를 도태시키기로 했지만 여전히 생산량이 필요량을 초과하고 있다.단순히 수급논리만 보면 우유값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유값은 L당 소매가격이 2510원이다. 2년전 가격과 변동이 없다. 11월 현재 전국 휘발유값 평균이 L당 1505원임을 고려하면 66% 더 높은 수준이다. 에비앙 생수(G마켓 기준 L당 1683원)와 비교해도 49% 높다. ▲ 미국에서는 우유값이 L당 1달러를 약간 웃돈다. L당 2510원 하는 한국의 절반수준이다. [사진출처=씨엔비시닷컴] 미국의 경우 우유값은 갤런(3.78L)당 3.82달러선이다. L당 1달러를 약간 웃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우유값은 L당 1달러 선이다. 뉴질랜드의 최대 유업체인 폰테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원유 가격을 26.7% 내리기로 했다. 한국소비자들은 다른 나라 소비자보다 대략 2배정도 더 비싼 우유를 마시고 있다는 얘기다.수급과 상관없이 우유값이 움직이기 힘든 것은 다 알려진 데로 원유가격 연동제의 영향이 크다.■ 낙농가, 우유업체, 소비자 모두 불만인 원유가격 연동제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생산자와 유업체가 2011년 11월 합의하고 2013년 8월부터 시행한 제도다.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던 낙농가와 우유업체간 원유가격 인상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방식은 기본가격과 등급가격을 합해 유대(농가수취 원유값)를 결정한다. 기본가격은 다시 통계청 생산비를 반영한 기준원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변동원가를 더해 정한다.하지만 생산비와 물가는 매년 오를 공산이 더 커 원유가격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우유업계의 지적이다. 올해 역시 우유 소비가 줄고 재고가 쌓여도 유업계의 원유 구매가격은 L당 940원으로 동결됐다. 이는 2년째 같은 가격으로, 해당 가격은 오는 8월1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적용된다.우유가 안 팔려도 원유를 쿼터대로 사줘야 하는 우유업계로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불평한다. 낙농가도 할말이 많다. 낙농가들은 “우리도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실제로 낙농가들은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L당 지난해 25원, 올해 15원의 인상요인이 있었으나 다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가격동결을 결정했다. 한편으론 젖소 도태를 통해 생산감축에 나서는 노력을 했다는 게 낙농가의 항변이다.농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원유 가격 동결로 인해 낙농가 수익이 총 330억원 줄고, 소비자 편익은 660억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낙농가가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옳은 애기는 아니다는 것이다.■ 가격탄력성 키우고 우유소비 촉진이 살길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우유관련 불만은 높은 가격이다. L당 2510원은 사먹기에 부담스런 가격이란 얘기다. 우유업계는 지금과 같은 원유가격 연동제가 있는 한 가격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5000여 낙농가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도입 2년만에 폐지한다는 것은 더더욱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지금같은 가격구조 방식이 지속된다면 소비자, 생산자, 업계 모두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가격의 탄력성을 높이는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생산량을 감축하거나 소비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우유업체는 계속되는 재고누적에 원유 생산 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올 2분기에는 지난해 2분기보다 1.6% 줄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줄여야 하지만 생산농가 등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사진출처=소피아위비닷컴] 결국 소비를 늘리는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994년 우유가공협회가 앞장서 대대적인 우유소비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24~44세 여성을 타깃으로 이들과 관련된 58개의 잡지에 캠페인 광고를 실었다. 특히 나오미 캠벨을 비롯한 모델들을 앞세워 언론의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축구스타 베컴 등 유명인들이 이른바 ‘우유콧수염’을 통해 소비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도 이때였다. 이 캠페인 덕분에 여성의 36%가 우유를 더 마시게 됐다고 응답했고, 우유가공협회가 운영하는 우유클럽에 어린이회원 4만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0년간 지속됐다. 캠페인을 해도 얼마 못가 막을 내리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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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빼빼로데이’ ‘블렉데이’…xxDay’의 경제학
- ▲ 올초 발렌타인데이(2월14일)때 초콜릿이나 꽃을 선물하기 위해 미국인들이 쓴 돈은 157억달러(약18조500억원)에 달했다. 이날 미국에선 1억4100만장의 카드와 1억9800만 송이의 장미, 하트모양 포장초콜릿상자 3600만개, 사탕 80억개가 팔렸다.[사진출처=해피발렌타인데이2015sms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세상에는 기념일이 많다. 국가에서 법령으로 제정해 기념하는 날도 있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지키는 기념일이 있다. 하도 기념일이 많아져서 어떤 기념일이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기념일을 만들고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기념일, 생일 정도는 반드시 챙겨야하는 남편들 입장에선 기념일이 자꾸 생기는게 달갑지 않을 듯 하다.선물을 준비하느라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기념일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3.65일마다 하루꼴로 기념일 챙겨야하는 미국인들2015년도 미국 칼렌다를 보면 00데이라고 해서 표시되어 있는 날이 정확히 100일이다. 월별로 보면 5월에 15일로 가장 많고, 9월(기념일수 13일), 4월(12일), 10월(11일), 2월(10일), 3월(9일), 12월(8일) 등의 순이다.기념일이 가장 적은 달은 1월로 신년(Happy New Year),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에피파니데이(크리스마스 시즌의 끝)등 3일 밖에 없다. 1년 365일 중 100일이 기념일이다 보니 미국인들은 3.65일 꼴로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물론 별 의미없이 지나는 기념일도 많지만 기념선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기념일도 꽤 많은 편이다. ▲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상점마다 꽃, 캔디, 초콜릿 등 각종 선물용 상품이 가득하다. [사진출처=블로그페스트푸즈닷컴]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가장 큰 기념일로 꼽히는 발렌타인데이다.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영어로 발렌타인)의 축일을 기리는 기념일인데, 꽤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이나 장미, 사탕을 주는 날로 자리잡았다.올초 발렌타인데이때 미국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이날 하루동안 157억달러(18조500억원)를 소비했다.발렌타인데이때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선물을 했는지는 각종 관련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념카드 전문업체인 홀마크에 따르면 이날 미국인들이 사간 기념카드는 1억4100만장에 달한다.전미소매연맹(US National Retail Federation)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명 중 1명(52.1%)은 발렌타인데이때 기념카드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도 1억9800만 송이가 팔렸고(미국인구조사국 조사), 하트 모양의 박스로 포장된 초콜릿선물은 3600만개가 판매됐다. ▲ 미국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애완동물도 주인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날이다. [사진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닷컴] 캔디는 무려 80억개가 팔렸다. 이를 일렬로 도열시키면 이탈리아 로마에서 애리조나주 발렌타인시까지 20번을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초콜릿과 캔디제조업체들이 이날 하루에 벌어들인 순익은 10억달러(1조15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애완동물을 기르는 미국인들 중 900만명이 애완동물용 선물을 샀고 1인당 평균 5달러(5700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등 꽃선물에 들어간 돈은 17억달러(1조9500억원)이고 꽃을 산 소비자를 성비로 보면 남성이 73%, 여성이 27%였다.싱글녀의 비애를 반영하듯 여성 중 15%는 스스로를 위해 꽃을 주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이날 보석선물을 위해 35억달러(4조원)를 썼는데, 미국인의 17.3%는 보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흥미로운 것은 미국 미혼여성 중 53%는 발렌타인데이때 남자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할 경우 남친과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이다. 기념일을 챙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이유다.■ 사람들은 왜 기념일을 만들고 열광하는가미국에서 할로윈데이(10월31일)는 기념일이라기 보다는 축제일에 가깝다. 발렌타인데이보다는 아직은 소비면에서 발렌타인데이의 절반도 안되는 69억달러(7조9300억원)에 불과(?)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수는 발렌타인데이 못지않다. 1억5700만명이 어떤 형태로든 할로윈데이 축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 할로윈축제때 주인의 강요(?)로 기이한 복장을 한 애완견들. [사진출처=쉐크나우즈닷컴] 평년의 통계를 보면 할로윈데이때 미국인은 평균 74달러(8만5000원)를 소비한다. 특히 사탕만 놓고 보면 할로윈데이 기간의 지출액이 훨씬 많다. 발렌타인데이때 사탕매출은 16억달러(1조8400억원) 수준인데 비해 할로윈데이 때는 22억달러(2조5300억원)나 팔려나간다. 이는 미국 전체의 치과 치료비용(2010년 기준)과 비슷하다.전미소매연맹 조사에 따르면 사탕 제조업체의 연간 매출액 중 할로윈데이와 발렌타인데이 매출이 전체의 4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산업 측면에서도 기념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이 기념일을 즐기고, 의미를 겸허히 되새기는 뜻도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많이 걷는 날이기도 하다는 말이다.미국의 많은 주들은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부가세와 마찬가지로 대략 물건값의 10%를 세금으로 매긴다. 발렌타인데이때 157억달러가 팔려나갔다면 15억7000만달러(18조원)는 주정부의 몫이라는 얘기다. 할로윈데이 역시 69억달러 매출액중 10%인 6억9000만달러(7900억원)는 단순계산으로 주정부 금고로 들어간다는 계산이다.물론 일부 주에서는 의상비에 별도의 판매세를 물리지 않는다. 코넥티컷, 미네소타, 뉴저지, 버몬트, 펜실바이나, 매사추세츠, 뉴욕, 로드아일랜드 등은 의류관련 판매세가 없다. 하지만 할로윈데이에 쓰이는 의상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류로 보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주에서 세금을 매기고 있다.평균적으로 미국인들은 할로윈데이때 25억달러 정도를 할로윈에 걸맞는 기괴한 복장을 사는데 쓴다. 올해의 경우 어른복장 소비에 19억달러, 아이들 복장 소비에 9억5000만달러, 애완동물 복장에 3억5000만달러를 소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박, 촛불 등 할로윈 장식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미국인의 45%는 할로윈 장식을 하는데, 이 비용만 해도 20억달러(2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축제를 통해 일상의 괴로움을 잠깐이라도 잊으려하고 제조업체와 상인들은 매출이 늘어 즐겁다. 물론 주정부 역시 세금을 많이 거둬 나쁠게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 주정부 모두 즐거운 날을 보내는 셈이다.■ 소비 진작이냐 등골 브레이커냐의 상반된 시각한국에서는 최근 할로윈데이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비싼 할로윈 의상, 소품등을 구입하느라 부모들의 등골이 휠 정도라는 지적이었다.실제로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있는 할로윈 의상이나 용품은 몇 천원짜리는 거의 없고, 대개 5만~8만원 짜리가 대부분이다. 일부 의상은 10만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 의상에 그치는게 아니라, 거기에 맞는 분장, 소품등을 합치면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할로윈축제의 원조격인 미국인들이 평균 74달러(8만5000원)를 소비하는 것에 비하면 과하다고 할 수 있다.가뜩이나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00데이가 많아서 부모들 부담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서양에는 없는 화이트데이(3월14일), 블랙데이(일명 짜장데이·4월14일), 빼빼로데이(11월11일) 등 이런저런 ‘데이’ 때마다 아이들은 부모를 졸라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사느라 바쁘다.아이들 기죽을 까봐 안사줄 수도 없고, 부모들은 마지못해 지갑을 열고 있다. 그런 마당에 외국국적의 할로윈데이까지 챙기려니 등골이 휜다는 불평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롯데제과의 빼빼로데이 홍보. [사진출처=롯데제과 홈페이지] 하지만 이를 단순한 낭비로 볼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기념일이나 축제일에 소비가 늘어 즐기는 사람도 좋고, 생산자나 판매업자들이 모처럼의 매출증대에 미소를 짓고, 정부 역시 세금을 더 거둔다면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11일 빼빼로 데이 대목을 앞둔 롯데제과의 경우 빼빼로의 1년 매출 가운데 절반정도가 11월에 나올 정도라고 한다.한국의 경우 기념일은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국가기념일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지정하도록 돼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주관부처가 정해지고, 이후 부처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기념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전국적인 범위로 행할 수 있고 주간이나 월간을 설정하여 부수 행사를 할 수 있다.국가기념일에 관한 사항은 법령이 아닌 규정으로 돼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만 하면 된다.■ 기념일도 잘 만들고 건전하게 즐기면 정신건강, 소비진작에 큰 도움현재 한국의 국가기념일(법정기념일)은 60일이다. 국가기념일과 상관없이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기념하는 날까지 합하면 대략 80여일쯤 된다. 미국의 100일보다는 20일 정도가 적은 편이다.이 중에는 로즈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와인데이, 빼빼로데이, 짜장데이, 키스데이, 허그데이 같이 다분히 상업적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데이’도 많다.이런저런 ‘데이’를 모두 챙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의미가 있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기념일이 생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는 소비증대와 내수진작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비롯해 한국판 ‘검은금요일’(블랙프라이데이)을 만들어 대대적인 소비진작에 나섰고 실제로 이 행사를 통해 소비증대가 뚜렷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미국것을 그대로 베꼈다는 해서 ‘짝퉁’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모처럼 지갑을 열고, 상인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정부는 정부대로 살아난 내수에 안도감을 느꼈다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도둑질빼고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다”는 어느 경제부처 관리의 푸념처럼, 지금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없는 기념일, 없는 ‘데이’라도 만들어야할 시점이다. 물론 기념일이나 축제일은 참여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괜찮은 내용으로 포장하고 만들지는 정부와 민간업체 모두 고민해야할 과제이다.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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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와타나베 부인의 빗나간 한국 ‘스포츠 사랑‘
- ▲ 고소영씨 광고로 논란이 됐던 일본계 저축은행이 이번에는 프로야구 구단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추진해 파문을 던지고 있다. [자료출처=프리픽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1982년 3월27일 한국에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건 슬로건은 “청년들에게 낭만을, 어린이들에게 꿈을”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했고, 연간 700만명 이상이 야구장을 찾는 대중스포츠로 성장했다.그런 프로야구판에 재팬머니를 상징하는 ‘와타나베 부인’(일본계투자자를 통칭하는 말)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계 금융회사인 J트러스트가 프로야구 구단인 서울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십 체결을,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단계에 와있어서 하는 말이다.■ 배구 이어 프로야구까지 진출하려는 재팬머니일본계 자금의 프로스포츠 진입은 J트러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프로배구에 참여하고 있는 OK저축은행은 일본계 아프로서비스그룹(아프로그룹)이 만든 구단이다. 아프로그룹은 재일교포3세인 최윤회장이 설립한 금융회사다. 산하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미즈사랑, 원캐싱 등의 대부업체와 OK저축은행, 아프로캐피탈 등 국내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재일교포3세가 만든 회사라고 해서 일본계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지분구조가 일본국적의 페이퍼컴퍼니인 J&K캐피탈이 지분 99.97%를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은 J&K캐피탈의 소유주이다.아프로그룹은 2013년 러시앤캐시를 앞세워 프로배구 제7구단인 신생팀을 창단했고, 2014년부터는 팀명을 OK저축은행으로 바꿨다. 지난 시즌에는 삼성화재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아프로그룹은 J트러스트와 사업영역이 많이 겹쳐 라이벌관계에 있다. ▲ 유니폼과 헬멧에 넥센타이어 로고를 쓰고 있는 서울 히어로즈 선수들. 일본계 자금인 J트러스트가 공식 스폰서가 될 경우 선수들의 가슴과 헬멧은 일본회사 로고로 바뀌게 된다.[사진출처=히어로즈 홈페이지] 서울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체결을 추진중인 J트러스트 역시 일본계다. 이 회사는 배우 고소영씨의 광고모델 기용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J트러스트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엔터테인먼트, IT시스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JT캐피탈을 운영 중이다.일본과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대부업으로 출발한 탓에 현재 대부업과 관련된 사업은 안하고 있음에도 대부업회사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아프로그룹에 이어 J트러스트가 프로스포츠 시장을 탐내는 것은 어떻게든 왜색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10월12일 거꾸로 읽는 경제 참조) 일본계라는 꼬리표는 사업확장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J트러스트는 고소영씨에 대한 광고모델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광고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아프로그룹은 최근 증권사와 지방저축은행 인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아프로그룹을 따라다니는 일본계 또는 대부업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J트러스트가 프로야구에 진출한다면현재 프로야구 관중수는 연간 7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주로 케이블TV를 통해 방영되는 프로야구 게임당 시청률은 0.8~1.27% 수준이다. 10개 구단 체제로 바뀐후 거의 매일 5게임이 중계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프로야구 시청률 합계는 5% 수준이다. TV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중 적어도 5명은 프로야구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다. 가령 2000만명이 TV를 시청한다고 했을 때 게임당 20만명, 전체 100만명이 매일 프로야구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프로야구 구단이 1년간 치뤄야하는 게임수는 144게임이다. 서울 히어로즈 역시 144게임을 소화해야한다. 게임당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7분(2014년 기준)이다. 중간에 중계를 끊는 공중파와 달리 케이블TV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를 한다.연간으로 따지면 2만 9808분(약 496시간)간 방송을 탈 수 있다는 계산이다. 30초 광고로 환산하면 5만 9616회, 15초짜리로는 11만 9232회 TV에 노출되는 효과와 맞먹는다. 시청자로는 연간 2880만명(144게임에 평균시청자수 20만명을 곱함)이 J트러스트 회사이름, 로고, 응원가를 평균 3시간27분씩 시청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게다가 요즘 프로야구 팬들은 케이블TV로만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인터넷 시청이 가능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보기를 즐긴다. 경기당 10여개 이상 올라오는 주요장면(동영상)이 평균 1만 이상의 클릭수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평균 10만회 이상의 추가적인 광고노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440만회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 계산이 안될 정도다.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라 현재 대부업체들은 어린이, 청소년이 시청하는 시간대인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엔 오전 7시∼오후 10시에 TV 광고(케이블TV 포함)를 일절 내보낼 수 없다. 저축은행도 대부업체와 마찬가지로 자율규제 형식으로 이 규제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준수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방송으로 따지면 황금시간대(프로야구경기는 평일 6시30분 시작, 주말은 오후2시 시작)에 전연령층이 시청가능한 프로야구 중계를 빌어 무한광고를 반복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지세탁을 노리는 일본계 저축은행으로선 그야말로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더욱이 광고는 시청자들이 ‘광고’라고 인식하고 보는 반면, 프로야구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 효과 면에서는 광고와 비교대상조차 안된다. 그것도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선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일본계 자금회사와 ‘늘 함께’ 해야 하는 불편함KBO의 2015년 캐치프레이즈는 ‘always B with you'(늘 여러분과 함께)다. KBO는 ‘야구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캐치프레이즈를 지었다고 한다. 일본계 저축은행이 프로야구 구단의 공식 네이밍 스폰서가 되면, 그야말로 J트러스트는 늘 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소영씨까지 동원해가며 이미지세탁을 하려했던 J트러스트 입장에서 코리안드림이 실현되는 감동적인 얘기겠지만, 고금리 저축은행, 그것도 일본계 저축은행과 결코 함께하고 싶어하지 않을 국민들로선 끔찍한 ‘적과의 동침’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자료출처=KBO 홈페이지] 서울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다른 프로야구 구단과 달리, 독자적으로 스폰서를 구해 구단을 꾸려가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최근 몇 년간 히어로즈를 포스트시즌에 연속 진출시키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팬들 사이에선 ‘빌리 장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빌리 장석은 미국프로야구에서 '머니볼' 이론을 만든 오클랜드 애틀레틱스의 전 단장 '빌리 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J트러스트가 구체적으로 얼마의 스폰서 계약을 제시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나돌고 있는 소문은 연간 100억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는 히어로즈의 현재 공식 스폰서(올해까지 계약)인 넥센타이어의 연간 50억원보다 딱 2배 수준이다.한 해 300억원 정도가 드는 구단운영비를 광고후원 등을 통해 구해야하는 이장석 대표 입장에선 유혹을 느낄 법한 돈이다. 그래도 받아도 될 돈이 있고, 받아선 안되는 돈이 있는데, J트러스트의 스폰서 제의는 후자에 속한다는게 많은 팬들의 지적이다.실제로 지난 23일 일본계 자금이 히어로즈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프로야구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진뒤 서울 히어로즈의 게시판은 이를 비판하는 글들로 연일 도배질되다시피 하고 있다. 올라온 글들의 상당수는 아무리 제시된 금액이 많아도 일본계 자금을 끌어들여선 안된다는 질타가 대부분이다.■ 대부업, 저축은행 평정한 일본계 자금의 노림수는‘무과장’을 앞세운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산와머니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무섭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계 자금은 이제 대부업을 넘어 2금융권인 저축은행 영역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저축은행, O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 5개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의 총자산은 39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8조3299억원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다.일본계 자금의 영역 확장 욕심은 저축은행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들은 캐피탈과 증권까지 넘보고 있다. 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 인수 후 SC저축은행, SC캐피탈을 잇달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OSB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오릭스그룹은 저축은행 진출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러시앤캐시의 아프로그룹도 대부업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씨티캐피탈, 리딩투자증권, 공평저축은행 등에 대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일본계 자금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 진출해서 처음에는 대부업으로 시작해, 그 다음에는 저축은행, 이제는 캐피탈, 증권 쪽으로 끊임없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금리를 통해 해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일본계 자금이 한국의 대표적인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판까지 노리는 작금의 행보를 보면서 이들이 꿈꾸는 최종목표는 과연 무엇일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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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빚더미 공화국의 민낯, 국가총부채 ‘5000조원’ 눈앞
- ▲ 가계, 기업, 국가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가 5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가계, 기업, 국가 모두가 빚더미에 올랐다. 저금리를 틈타 가계와 기업은 빚을 늘리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마구잡이로 수표를 남발한 탓이다. 가계와 기업, 국가빚을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는 지난해 4800조원에 근접했는데, 최근 2년간 평균 5%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5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단순계산으로 국민 1인당 1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국가총부채 해마다 200조원 이상 증가, GDP의 3.4배19일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우리나라의 각종 부채 총액은 4781조 8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가운데 기업부채가 2332조 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부채는 1127조 3000억원, 가계부채 1085조 3000억원, 소규모자영업자 부채 236조 8000억원의 순이었다.우리나라 총부채는 2012년 말 4303조1000억원에서 2013년 말 4524조6000억원으로 5.15%(221조5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2014년에는 5.7%(257조 2000억원)가 늘어 4800조원에 육박했다. 최근 2년간 총부채 증가율이 5%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말 총부채는 5020조~5040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인구가 5061만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약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GDP(국내총생산) 대비로는 340%, 다시 말해 총생산의 3.4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국가총부채를 올해 우리나라 인구로 나누면 인구 1인당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채 증가율을 보면 중앙·지방정부 채무의 증가율이 9.9%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가계부채는 6.1%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5.2% 각각 늘었다. 그나마 공공기관 부채(-0.1%)와 지방 공기업 부채(-0.5%),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1.5%)는 1년 전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 위안거리다.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GDP는 2012년 1342조원에서 2013년 1381조원, 2014년 1427조원으로 연평균 3%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4년의 GDP는 2012년 대비 6.3%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가총부채는 4303조원에서 4781조원으로 11.1%나 증가했다. 빚의 증가속도가 경제규모 증가속도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공염불 된 ‘임기내 균형재정’ 약속, 최경환 부총리 “빚 늘어나 송구”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빚(국가부채)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부채가 2007년 299조원에서 올해 599조원으로 늘어 GDP 대비 40% 선이 넘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실제로 국가부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고 있다. 공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를 제외한 순수 국가부채는 2007년 300조원을 밑돌았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에는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는 국가빚이 731조원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전임 이명박 정부로부터 443조원의 국가빚을 물려받았다. 임기 말에 731조원의 빚을 다음 정부에 물려줄 경우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가빚을 가장 많이 늘린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역대 정부의 증가액은 김대중 73조원, 노무현 166조원, 이명박 144조원 등이었다. 288조원은 이명박 정부때 불어난 빚의 정확히 2배에 이른다.당장 내년에 국가빚이 600조원이 넘어서면 사상 처음으로 GDP의 40%를 넘어서게 된다. GDP 대비 국가빚 40%는 박근혜 정부가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놓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초 '임기 내 균형 재정 달성-국가채무 GDP 대비 35% 수준' 이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두가지 목표 모두 물건너간 셈이다.국가빚이 이처럼 급증하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해마다 국가재정을 공격적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사건과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식어가던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쓴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무조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앞뒤 안가리고 예산을 끌어다 쓰면서 국가빚을 크게 늘렸다는 지적이다.경기회복을 위해 써야할 돈도 많고, 각종 복지혜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지출은 끝도 없이 늘어나는데, 정작 돈을 마련할 재원은 마땅치 않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임기초 국민들에게 약속한 ‘증세없는 복지’ 원칙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모두 다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이 원칙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 누구도 “원칙이 잘못됐다”고 말한 적이 없다.■ 실패로 끝난 ‘증세없는 복지’ 말로만 “증세없다”면서 간접세 대폭 올려버는 수입(세금)에 비해 정부의 돈 씀씀이가 지나치게 커지자 세금을 더 거둬야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머지않아 위험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세원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며, 비과세·감면 정비도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여권 일각에서도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를 비롯해 세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5일 대정부질의에서 국가부채 감소를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 요구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법인세를 올리면 경제 위축이 분명해 질 것”이라며 “이는 세입 감소 등 재정건전성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자연적인 세금 증가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를 살려서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문제는 정부가 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간접세를 올려 대규모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담배세다.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원에서 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됐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2조 7800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흡연자들로부터 거둬들일 담배세 규모가 월급쟁이 직장인 98%가 내는 근로소득 세수와 맞먹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에 부과한 소득세와 부동산 보유세보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 마디로 흡연자를 상대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실제로 담배를 하루 1갑 피는 흡연자의 경우 답배에 붙는 세금 3318원을 계산하면 연간 담배세로만 내는 돈이 120만원이 넘는다. 이는 상가 월세 217만원에 대한 임대소득세, 시가 9억 원인 아파트 재산세와 각각 맞먹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9억원대 아파트 1채를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 한국납세자연맹이 실시하고 있는 담배값 인하 서명이 19일 현재 7000명을 돌파했다. [자료출처=한국납세자연맹 홈페이지] 주민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방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해지자 ‘1만원 이상 2만원 이하’로 주민세 인상을 골자로한 지방세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자 “보통교부세 지급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주민세를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서민증세 본격화에 담세 양극화 비판 목소리 커져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새누리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세금납부액은 2009년 89만9000원에서 2013년 136만2000원으로 34% 늘었지만, 연봉 1억원 이상 등 고소득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2009~2013년 근로소득자의 납부세액 변동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급여구간은 '4000만~5000만원'으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16%(17만5000원) 올랐다. 이어 '3000만~4000만원' 구간에서 15%(7만6000원), '2000만~3000만원'에서 13%(2만4000원) 순이었다. 반면 ‘7000만~1억원' 구간 변동비율은 0.2%(1만1000원), '1억~2억' –7.1%(100만9000원), '2억~3억' –1.5%(73만8000원), '3억~ 5억' –0.8%(75만6000원), '5억~10억' 3%(561만8000원), '10억 초과' –6.7%(4084만3000원)를 기록했다. 서민의 세금납부액은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에서는 세금납부액이 감소한 것이다.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율 역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0년 28%에서 2008년 25%, 2013년 22%로 줄곧 감소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때 크게 줄어든 이후 단 한번도 증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간접세는 조세저항이 적어 세입을 늘리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소득재분배에서는 소득이 적을수록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역진세로 불린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약 22조원의 세입결손을 경험했다. 정부가 담배세를 다시한번 올리면 구멍난 세수의 절반을 메울 수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온 정부. 그러면서 간접세 카드는 계속 만지작거리는 정부의 이중성을 보면서 어느 쪽이 진짜 박근혜 정부의 얼굴인지 헷갈린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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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오프라인 유통공룡 ‘월마트’의 패배가 주는 교훈
- ▲ 세계적인 유통공룡 월마트가 온라인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4일 월마트주가는 10%나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210억 달러(24조원)가 날아갔다.[사진출처=포브스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에서 모든 소매점을 다 잡아먹으며 유통업계의 ‘T렉스’로 군림해왔던 유통공룡 월마트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온라인 유통회사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떠오른 아마존의 급성장에 밀려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백화점과 소매점을 내쫓고 유통업계를 평정했던 월마트가 이제는 온라인 유통회사들의 선전에 밀려 유통공룡의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은 온라인쇼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무서운 성장세에 가위눌린 오프라인 유통공룡오프라인 유통의 절대강자 월마트는 지난 7월말 온라인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에 첫 굴욕을 맛봤다. 시가총액에서 처음으로 아마존에 밀려 유통업계 2위로 밀려난 것이다. 7월 마지막주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2330억달러(약 279조원)으로 2480억달러(약 297조원)를 기록한 아마존에 18조원 가량 차이로 밀렸다. 1995년 불과 100만달러 매출의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21년만에 처음으로 유통공룡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1위의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월마트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월마트는 투자설명회를 가졌으나 실적악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210억 달러(24조원)나 증발한 것이다. 월마트 주가는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0.04% 폭락한 60.03달러로 마감했다. 이같은 주가폭락은 지난 1988년 1월 이래 27년 만에 최대낙폭으로 기록됐다.이날 투자설명회에서 월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지출확대로 향후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시장은 투매로 응답한 것이다.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매업계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안심시키려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월마트가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어 매출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매출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월마트의 총매출은 2010년 4213억달러에서 2014년 4856억달러로 5년간 15.2%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아마존은 같은 기간 342억달러에서 889억달러로 159%나 늘어났다. 양측의 매출차이는 여전히 월마트가 아마존을 5배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양측의 차이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아마존의 매출액은 월마트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으나 불과 5년만에 그 격차를 5분의 1 수준까지 좁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매출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기의 저주’에 빠진 유통공룡 월마트의 딜레마6500만년전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순식간에 멸망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설 가운데 하나는 공룡이 ‘크기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혜성의 충돌이후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급감한 가운데 거대몸집을 지닌 공룡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지금의 월마트가 공룡이 겪었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월마트의 올해 매출액은 4880억달러(약 5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내 업계2위 코스트코나 프랑스 1위 카르푸, 영국 1위 테스코보다 4배이상 더 많은 규모다. 현재 월마트는 전세계 27개국에 1만13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수만 해도 22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다. 비정규직까지 따지면 미국인구의 0.5%, 그러니까 200명중 1명은 월마트에서 일한다는 통계까지 나올 정도다.문제는 몸집이 너무 커져버린 탓에 생산성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1년이후 월마트의 매출은 연간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은 같은기간 연간 1% 증가에 그쳤다. 월마트 직원 1인당 매출은 22만달러로 2위 코스트코의 59만5000달러에 비하면 37%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몸집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했다. 사진은 아마존닷컴의 홈페이지 하지만 월마트의 진짜 걱정은 판매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최근들어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쇼핑 앱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굳이 차를 몰고 월마트를 찾지 않고도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온라인 쇼핑시장의 급성장은 가격경쟁에서도 월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월마트는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75센트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세금을 제하면 5센트가 남는 꼴이다. 비용에는 점포유지비, 유통비, 임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 이런 비용들이 생략된다. 가격결정에서 월마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에 밀려 최저가 가격경쟁 유지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월마트가 유통업계에서 최고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인 초저가 정책 때문이었다. 월마트는 ‘소비자 지상주의’를 슬로건으로 내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에 서왔다. 값싼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영세 납품업체들을 착취하다시피 가격을 후려치는 것으로 악명이 나있다. 근로자 인건비도 매우 짠 편이다. 제품가격이 낮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쇼핑몰로 큰 인기를 끌었다. ▲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월마트.[그림출처=마이버거360닷컴] 월마트는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수익을 챙겨왔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20년간 해마다 3% 수준의 순익을 기록해왔다. 연간 수익규모는 2014년 기준 161억달러(약 19조3200억원)에 달한다.반면 아마존은 같은기간 가격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대 8.5%에서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다양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작심하고 출혈경쟁을 감수할 경우 가격경쟁력 면에서 아마존 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시장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USA투데이는 아마존이 월마트의 런치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통업계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직 리소스 그룹의 버트 플리킹어 이사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월마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금 추세라면 2023년에 매출에서도 아마존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사업부문을 잘 병행하게 되면 승부는 50대 50이 될 것이란 예상도 없지 않다. 그동안 구축해온 거래선과 유통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월마트는 오프라인 시장 뿐 아니라, 온라인 사업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사진출처=피드블리츠닷컴] 월마트는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주가 안정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준비중이다. 지난 1월이후 지속돼온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이 410억달러(약 49조원)나 감소했기 때문이다.창업자인 샘 월튼 가문은 지주회사인 '월튼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월마트 주식의 44.16%를 갖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2.11%)도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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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와타나베 부인과 일본계 대부업체의 성형수술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국제 금융가에 유행하는 말 가운데 ‘와타나베 부인’(Ms. Watanabe)이란 용어가 있다. 2000년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가정주부들을 가리켰던 말이다. 요즘에는 일본의 외환 투자가들을 통칭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미국 투자가들을 가리키는 스미스 부인(Ms. Smith), 유럽 투자가들을 지칭하는 소피아 부인(Ms. Sophia)과 비슷하다. 한국으로 따지면 ‘김여사’에 해당한다고 할까.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성씨 중에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그 유래가 확실치 않다.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은 사토다. 2000년초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와타나베는 스즈키, 타카하시, 타나카 다음으로 5위에 위치한 성이다. 중요한 것은 2000년초 값싼 엔화를 무기로 한국을 건너온 와타나베 부인의 아류들이 이제는 한국 소비자금융 시장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그 첨병에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이름에서 왜색 이미지를 빼고,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 등을 통해 무서우리만치 집요하게 한국 금융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성형수술 통해 한국시장 파고드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렛미인’(Let美人)지난주 나온 대부업관련 소식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앞으로 금융당국이 공식 문서에서 '일본계'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보유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지난 7월 회사를 방문한 금융위원회 현장점검반에 '일본계'라는 표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를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아프로서비스그룹은 재일교포3세인 최윤회장이 설립한 금융회사다. 산하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미즈사랑, 원캐싱 등의 대부업체와 OK저축은행, 아프로캐피탈 등 국내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재일교포3세가 만든 회사라고 해서 일본계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지분구조가 일본 국적의 페이퍼컴퍼니인 J&K캐피탈이 지분 99.97%를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은 J&K캐피탈의 소유주이다.일본계임에도 굳이 일본계라는 꼬리표를 떼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는 ‘주홍글씨’처럼 낙인찍혀온 부정적인 회사이미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뿌리가 일본계인 대부업체는 21개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은 4조 9700억원 규모로 전체 대부업 시장의 56.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일본계 4개 대부업체는 국내토종업체 74개 모두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일본계 금융회사들은 각종 이미지광고와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프로배구단을 앞세워 스포츠마케팅으로 한국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에는 산하 OK저축은행에 대한 태권브이 이미지 광고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저축은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영문이름도 ‘오리지널 코리언’이라고 할 정도다.배우 고소영씨의 광고모델 기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J트러스트 역시 일본계다. 이 회사는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지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현재 대부업과 관련된 사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J트러스트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엔터테인먼트, IT시스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JT캐피탈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대부업에 뿌리를 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고 있다.일본계라는 꼬리표는 사업확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J트러스트는 고소영씨에 대한 광고모델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광고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최근 증권사와 지방저축은행 인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붙은 일본계 또는 대부업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일본 J&K캐피탈이 소유한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3개 대부업체의 지분과 사업권을 신설 한국 법인으로 넘기기로 한 것도 이참에 확실하게 뿌리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시앤캐시 소유권 이전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며, 미즈사랑과 원캐싱 지분은 오는 2016년 자회사 아프로파이낸셜로 넘어간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드는 비용은 세금을 포함해 약 6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대부업 평정한 일본계 자금, 저축은행 공략도 광폭 움직임일본계 자금은 이제 대부업을 넘어 2금융권인 저축은행 영역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저축은행, O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 5개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의 총자산은 39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일본계 자금이 인수한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8조3299억원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산규모가 14.5%였던 2013년(5조6395억원)에 비해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 태권브이와 유명연예인을 앞세워 대대적인 이미지광고에 나서고 있는 OK저축은행 국내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는 일본 금융사는 SBI홀딩스다. SBI홀딩스는 일본 최대의 인터넷 전문은행·증권사를 운영하는 금융그룹으로 2013년 영업정지 직전에 놓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후 SBI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조853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J트러스트는 친애저축은행 인수 후 SC저축은행, SC캐피탈을 잇달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OSB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오릭스그룹은 저축은행 진출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현재 최종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러시앤캐시의 아프로서비스그룹도 대부업과 저축은행, 캐피털 등을 종합적으로 영위하는 서민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씨티캐피탈, 리딩투자증권, 공평저축은행 등에 대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광고와 금리등 각종 규제움직임 강화로 영업환경은 산넘어 산하지만 일본계 자본이 계속 승승장구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그동안 영업의존율이 높았던 무차별 광고에 제동이 걸린데다, 국회에서 대부업의 대출금리 상한을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감독 강화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근거 없이 ‘최고’ ‘최상’ ‘최저’ ‘우리나라 처음’ ‘당해 금융회사만’ 같은 표현을 앞으로 쓰지 못하도록 했다. 또 ‘보장’ ‘즉시’ ‘확정’ 같은 표현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 금융당국은 앞으로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TV광고에 대한 규제강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광고를 아무 때나 방영하지 못하도록 시간대별 규제를 가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아예 TV광고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 이학영(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대부업의 TV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도 대부업 광고를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무엇보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를 긴장시키는 것은 대출금리 상한을 낮추려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출 이자율 상한을 낮추기 위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연 25%)과 신동우(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연 29.9%) 법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신 의원이 낸 법률안은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여신금융기관이 이자율 연 29.9%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고 김 의원은 대부업체의 경우 연 25%, 그 외의 여신금융기관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누구의 법률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출금리 상한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34.9%다. 대부업체의 대출금리 상한은 처음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2002년 연 66%로 처음 상한이 정해진이후 연 49%(2007년), 연 44%(2010년), 연39%(2011년), 연34.9%(2014년) 등으로 줄곧 인하돼 왔다.정부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연 3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약 270만명의 대출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의 이자 경감 규모는 대부업 3700억원, 저축은행 900억원, 캐피탈사 15억원 등 총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추산이다.일본계 대부업계와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중요한 밥줄이었던 TV광고 규제에 이어 이자 상한선이 낮아질 경우 좋은 시절을 계속 구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이 각종 이미지 포장을 통해 왜색을 벗어던지고 한국시장에 더 깊숙이 침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형수술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보려는 와타나베 부인의 ‘렛미인’ 전략이 성공할지 귀추가 궁금하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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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원조’와 ‘짝퉁’ 검은 금요일(Black Friday)
- ▲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시작과 함께 쇼핑몰 문이 열리자 일제히 매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미국 소비자들. 미국에서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싼 물건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소비자들의 전쟁터다.[사진출처=엔와이포스트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검은금요일)’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해 전통시장,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2만7000여 곳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첫 주말행사에서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30%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되자 유통업계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세일이라는 혹평과 함께 중국 국경절(1~7일)을 맞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힘입은 ‘반짝특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판 ‘검은금요일’ 첫주말 성적은 백화점 활짝, 전통시장 울상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상위 3개 백화점 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3일까지 매출이 전년 기간에 비해 평균 29.3%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6%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27.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매출이 36.7%나 뛰어 신장률이 가장 높았다.품목별로는 여성의류가 54.7% 신장했으며 남성의류 39.8%, 스포츠 35.0%, 아동 21.1%로 매출이 향상됐다. 특히 결혼 시즌을 맞아 대표적인 혼수류인 침구류와 가전제품이 각각 51.9%와 79.5% 신장했다. ▲ 한국판 검은금요일 세일 첫 주말기간,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30% 늘어난 것(위쪽)과 달리 전통시장(아래쪽)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대형마트도 백화점만큼은 아니지만 선방했다. 비교대상인 지난해 같은 기간이 개천절 황금연휴로, 높은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4.8% 증가했다. 특히 의류·잡화부문 매출이 뛰어났다. 이마트는 1~3일 매출이 전년 대비 2.3% 줄었으나 목표치 대비로는 110% 초과 달성했다. 특히 가전제품(10.2%), 패션(6.9%) 매출이 양호했다.반면 전통시장은 인근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실제로 일요일인 4일 서울 중구의 한 전통시장은 평소보다 오히려 찾는 손님이 적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장상인 김인숙(46·여)씨는 “백화점으로만 사람들이 몰리고 전통시장은 오히려 더 한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수 드라이브에 소비심리 살아나나 조심스러운 기대감꺼져가는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내수진작책을 펼쳐온 정부도 모처럼 내수가 살아나는 듯한 모습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4일 내놓은 ‘최근 내수회복 동향’ 자료에 따르면 추석 3주 전부터 연휴 마지막 날까지(9월 7일~29일) 주요 업종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10.9%와 6.7% 증가했으며 아웃렛 매장은 13.8%나 매출이 늘었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매출액도 각각 14.2%와 5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더불어 8월 14일부터 실시했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소비 활성화 대책, 그리고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등이 어우러져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8월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힘입어 9월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5% 늘었고, 주요 가전업체의 대형TV 판매량도 인하 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생산과 투자도 회복세다. 9월 들어 제조업 생산의 가늠자인 산업용 전력사용량(0.7%), 화물차 통행량(6.5%), 자동차 생산량(13.5%)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정부는 3분기 성장률이 5분기 만에 1%대에 복귀했을 것이란 낙관적 기대감도 갖고 있다.하지만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최근의 내수회복이 정부의 물량공세에 힘입은 ‘반짝효과’일 가능성이 크고 수출 부진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흥국 불안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아직 하나도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수출액은 435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3% 줄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한국판 검은금요일 세일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야 소비심리가 안정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검은 금요일 세일이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연말까지 진행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딱 2주간만 열려 ‘반짝특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가격결정권을 쥔 제조업체 주도로 이뤄지는데 반해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고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식이어서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 할인율이 낮다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할인공세 앞세운 미국, 영국의 검은금요일 세일미국, 영국등에서 최대규모 세일행사를 가리키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세일을 의미한다. 왜 부정적 의미의 ‘블랙’(black)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1961년 미국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검은금요일 세일을 맞아 쇼핑몰로 몰려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해 도심이 마비되자 이를 가리켜 ‘검은금요일’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세일을 통해 상점들이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록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선진국의 검은금요일 세일에서는 값싼 제품을 사기위해 소비자끼리 거친 몸싸움도 마다않는다.[사진출처=아이비타임즈] 유래야 어찌됐든 미국에서는 사실상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4일간의 연휴세일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재고떨이에 나서 최고 90%까지 할인을 한다. 월마트, JC페니, 토이즈러스,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의 유통업체들도 대거 참여한다. 특히 텔레비전이나 노트북 같은 가전제품은 한정된 수량을 절반가격에 할인해서 파는 바람에 이를 차지하려는 고객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도 흔하게 벌어지곤 한다.지난해 4일간 계속된 미국의 검은금요일 세일기간동안 팔린 매출액은 510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세일에 참여한 미국인수만 2억40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인구가 3억1000만명 정도 되니까 10명중 8명이 쇼핑에 나섰다는 계산이 나온다. 쉽게 말해 걷지 못하는 아기들 빼고 거의 다 쇼핑에 동참했다고 보면 된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4일간 세일을 통해 1년 매출의 5분의1을 올리기도 한다.이처럼 검은금요일 세일에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미끼상품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품목을 대상으로 진짜로 낮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경우 이 기간 전체 품목의 평균할인율은 38%에 달하고, 일부 가전제품은 평균할인율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인해 가장 먼저 물건을 사기 위해 수천명의 소비자들이 상점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 검은금요일 세일 개장을 기다리는 미국 소비자들. 값싼 물건을 사기위해 밤을 새워 줄을 서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사진출처=타우후지닷컴]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검은금요일 세일에 참여하는 상점들은 금요일 오전 6시에 일제히 문을 열었지만, 그 시간이 점점 빨라져 2011년에는 오전 5시, 혹은 오전 4시에 첫 세일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등 주요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추수감사절 당일인 11월 넷째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세일을 시작하고 있다.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인 ‘박싱데이’(boxing day)가 최대 세일 대목이었지만 최근에는 검은금요일이 더 큰 세일행사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온타리오 주를 중심으로 캐나다사람들이 검은금요일 세일기간에 미국으로 넘어가 쇼핑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자 2012년부터 같은 시기에 미국 못지않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 검은금요일 세일 기간에는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다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사진출처=엔와이데일리닷컴] ■ 한국판 검은금요일이 성공하려면-유통구조부터 뜯어고쳐야올해 처음 열린 한국판 검은금요일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할인율이다. 주말을 맞아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은 고객들 사이에서는 할인율이 평소 세일과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국의 경우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 90%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극히 제한된 상품을 제외하곤 할인율이 높아야 30% 수준이다.할인율이 차이 나는 근본 원인은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 국내 특유의 유통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백화점·쇼핑몰들은 제조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입,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다. 연말이 가기전에 매입한 상품을 모두 팔아야 다음 계절 신제품을 마련할 수 있어 할인율을 대폭 높여서라도 물건을 팔고자 한다.반면 국내 백화점은 30% 내외인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고 재고 부담은 지지 않는 '특약매입' 구조라서 굳이 대폭적인 할인율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90% 할인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이번 행사에서 가전·패션·뷰티·외식 등 주요 브랜드가 대거 빠진 점도 아쉽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노 세일' 전략을 고집하거나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기존 백화점 정기세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충분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이번 행사가 전시성 내지는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오는 14일까지 계속될 행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서 내년에는 보다 준비된 세일행사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아이디어를 베껴서 시작한 '짝퉁‘이지만 기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한국적인 축제의 한 마당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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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국민차’에서 ‘공공의 적’이 된 폴크스바겐
- ▲ 폴크스바겐 탄생에 기여한 아돌프 히틀러(콧수염 기른이)가 폴크스바겐 창업자 포르쉐 박사(왼쪽)와 함께 비틀 자동차 모형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독일말로 ‘국민차’를 뜻한다. 폴크스바겐의 탄생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아돌프 히틀러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히틀러는 모든 독일국민들이 값싸게 탈 수 있는 대중차를 원했고, 체코계 독일인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박사가 히틀러의 지시를 받들어 만든 차가 바로 폴크스바겐이기 때문이다.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면서 폴크스바겐은 존폐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단일차종으론 세계최다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 이른바 ‘비틀’(딱정벌레)시리즈 신화를 통해 세계 1위(2015년 상반기 기준) 자동차판매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기극을 계기로 졸지에 ‘공공의적’(public enemy)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기극 책임지고 CEO 전격사퇴-수백 조원대 벌금과 소송에 휘말릴 듯폴크스바겐은 23일(현시시간) 마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공식화했다. 형식은 자신사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기극에 따른 문책성 사퇴에 가깝다. 빈터코른 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폴크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사임이 이를 위한 것임을 밝혔다.그는 올해 초 창업주의 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회장과의 권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이달 초 폴크스바겐으로부터 2018년까지 CEO 임기 보장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사기극이 공개된이후 5일사이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쳐 사과성명을 내고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썼던 그였지만 결국 창사이래 최악의 위기를 자초한 책임론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23일 긴급성명을 통해 사임을 발표한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 그는 마지막까지 ‘사퇴는 하지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1981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오른 빈터코른은 올해 폴크스바겐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그룹내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 브랜드를 상반기 504만대나 팔아 도요타를 2만대 차이로 제치고 4년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한 공로 덕분에 회사내 신망이 절대적이었다.하지만 미국 수출차량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사기극이 밝혀지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기극에 대한 책임으로 과징금과 벌금, 손해배상액이 적게는 수십 조원에서 많게는 수백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사퇴압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미국 환경보호청은 폴크스바겐에 대해 리콜 명령과 함께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리콜명령을 받은 자동차(48만2000대) 1대당 3만75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폴크스바겐그룹이 거둔 전체 세후순익 111억유로(약 14조65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23일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37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집단소송을 대리한 캐나다의 한 로펌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릴 경우 자칫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이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선 벌금과 소송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폴크스바겐은 향후 수년간 이익의 전부를 쏟아 부어도 모자랄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성장동력인 디젤엔진 치명타 초래할까 촉각 ▲ 폴크스바겐은 수년전부터 디젤엔진 자동차를 주력제품으로 밀어왔다. 대규모 소송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과 독일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비롯한 디젤엔진차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도 폴크스바겐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폴크스바겐이 지난해 생산한 자동차 가운데 디젤차량은 25.6%로 4대중 1대꼴이다. 디젤차 비중이 48.7%에 달하는 르노자동차 보다는 낮지만, 디젤차를 향후 주력차종으로 밀기위해 엔진개발 등에 이미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온 폴크스바겐 입장에서 디젤차 규제강화는 성장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다른 유럽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젤차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크스바겐 사태 때문에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세계서 팔린 디젤차량 4대중 3대는 유럽에서 팔렸을 정도로 디젤차량의 유럽시장 의존도는 높다.실제로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오는 2020년까지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영국 런던도 시내에 진입하는 디젤차의 통행료를 10파운드에서 2배인 20파운드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무엇보다 ‘디젤엔진=청정엔진’이라는 그동안의 폴크스바겐 홍보문구가 이번 사태로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동안 유럽 정부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휘발유 차랑에 비해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차량을 권장하면서 세금 감면과 주차비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왔지만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으로 기존정책을 전면수정해야 할 판이다.벌써부터 유럽내 각국 정부가 신규 디젤 차량의 판매 허가와 차량 시험을 더 까다롭게 그리고 비싸게 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디젤엔진 개발에 수백조원을 투입해온 유럽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문제 자동차에 대한 정밀검사 채비 - 올해 6400대 팔려우리정부도 10월초에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 4종에 대해 정밀검사를 할 방침이다. 검사 대상은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골프와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 4종이다. 결과에 따라 폴크스바겐코리아에 대해서는 리콜 명령, 인증 취소,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폴크스바겐그룹은 문제가 터진후 빈터코른 CEO가 디젤차량의 미국시장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시장에서는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미국내 리콜 차량은 모두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제작된 차량이며 국내에서는 골프, 제타, A3등 3개 차종이 판매되고 있다. 해당차량의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골프 789대, 제타 2524대, A3 3074대 등 모두 6387대가 판매됐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면 리콜 및 판매중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최대 4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더 큰 문제는 ‘폴크스바겐=신뢰’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홍보해온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이나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시민사회단체는 조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업윤리를 저버린 소비자 기만 사기 행위"라며 "신차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차량에 대해서도 즉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폴크스바겐은 국내에서도 조작 행위가 밝혀지면 국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정부 조사·제재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리콜을 해야 한다"며 "아니면 피해 소비자를 모집해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보는 폴크스바겐그룹① 13 = 전세계 시장점유율(2015년 상반기)② 12 = 그룹내 자동차 브랜드 개수③ 41,000 = 일 생산대수(주말 제외)④ 10,100,000 = 2014년 전세계 판매대수⑤ 2,020억유로 = 2014년 매출총액⑥ 111억유로 = 2014년 세후순익⑦ 119 = 전세계 공장수⑧ 592,586 = 전세계 종업원 수⑨ 51 = 폴크스바겐에 대한 포르쉐 오토모빌 홀딩스 지분율⑩ 21,529,464 = 비틀시리즈 총 판매대수(단일차종 기네스기록)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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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국민차의 배신’ 폴크스바겐 사기극 일파만파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78년간 독일의 대표적 ‘국민차’ 이미지를 쌓아온 폴크스바겐이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미국에서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은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미국 법무부는 형사소추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독일정부도 별도 조사에 나섰다. 사기극이 밝혀진후 폴크스바겐의 시가총액은 이틀만에 33조원이 날아갔고, 과징금과 보상금, 리콜 등으로 향후 수십조원을 더 물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도요타와 함께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을 다투던 폴크스바겐은 ‘사기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美환경기준 통과사실 적발-민간단체 2년간 추적폴크스바겐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배기가스재순환) 장치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깔아 배기가스양을 조작, 미국의 환경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 승인 검사 때 엔진과 바퀴만 구동할 때에는 EGR이 정상 작동하다가 조향장치(핸들)까지 움직이는 실외환경에서는 EGR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을 적발한후 48만2000여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EPA는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EGR이 꺼진 후 배기가스 영향을 조사했더니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농도가 미국 환경기준보다 많게는 40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사기극을 추적해온 비영리 단체 ICCT의 로고 이번 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은 민간환경단체의 2년여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공개된 것이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유럽 디젤차가 정말로 환경에 무해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제 주행 후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폴크스바겐 차량이 도로 주행에서 기준치보다 40배 많은 오염물질을 뿜어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사실을 검찰에 고소했다.미국 연방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폴크스바겐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오다 미국 연방정부가 ‘미국내 폴크스바겐 자동차 판매금지’ 카드를 거론하자 지난달에야 조작사실을 시인하고 마틴 빈터코른 회장이 직접 나서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빈터코른 CEO “한없이 죄송” 사과에도 사태파문 일파만파 ▲ 사퇴위기에 놓인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대해 마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없이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에 나섰다. 빈터코른 CEO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폴크스바겐의) 브랜드와 기술, 차량을 신뢰하는 전 세계의 수백만 명에게 신뢰를 저버린데 대해 끝없이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 당국, 모든 사람에게 잘못된 일에 대해 모든 방법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CEO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파문이 번지고 있다. 제품의 결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미국 정부와 소비자, 나아가 전세계 소비자들을 속이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가 형사소추를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앙헬 메르헬 독일총리도 별도 조사를 촉구했다. 폴크스바겐의 속임수로 독일차에 대한 전반적 신뢰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같은 독일차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주사인 다임러와 BMW도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유럽 주식시장에서 폴크스바겐 주가는 연이틀 폭락했다. 폴크스바겐 주가는 21일 18.60% 폭락한 데 이어 22일에도 19.82% 내린 106유로에 마감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건으로 이틀 간 주가가 35%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250억 유로(약 33조1200억원)나 증발했다. 다른 독일 자동차 업체인 BMW와 다임러는 22일 각각 6.22%, 7.16% 떨어졌으며 프랑스 자동차 업체인 푸조와 르노도 각각 8.79%, 7.12% 하락했다.폴크스바겐의 피해는 단순히 주가하락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이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적으로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조사 결과에 맞추어 소요될 비용을 고려해 3분기 기준으로 65억 유로(약 8조6108억원)를 유보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미국 환경보호청은 폴크스바겐에 대해 리콜 명령과 함께 향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400억원)의 벌금을 폴크스바겐측에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요타자동차가 2009년 8월 미국에서 불거진 리콜 사태로 인해 10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 또는 수리 조치하고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 의 벌금을 냈던 것에 비해 4배이상 되는 금액이다. 폴크스바겐은 또 잇따를 리콜과 소비자들의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향후 물어야할 돈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30년만에 재연된 폴크스바겐의 재앙?-86년에도 미국에서 퇴출위기 겪어폴크스바겐과 미국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6년 미국 CBS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 승용차의 주행 성능과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 외면을 겪으며 폴크스바겐은 한때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폴크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어 전세계 2위(올해 판매량은 세계1위) 자동차그룹임에도 미국내 점유율은 2014년 기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GM(17.8%)이나 2위 포드(14.9%)의 5분의1에 불과하며, 현대·기아차(7.9%)에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폴크스바겐은 세계 최대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디젤차를 앞세워 공략해왔고, 높은 연비와 친환경을 집중 홍보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기극’으로 폴크스바겐의 미국시장 공략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폴크스바겐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폴크스바겐 외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폴크스바겐은 경영상 치명타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빈터코른 CEO의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다. 독일 슈피겔은 오는 25일 빈터코른 CEO가 사퇴하고 후임에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가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25일 빈터코른 CEO의 운명을 결정할 이사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그의 사퇴가능성을 점쳤다.빈터코른 CEO는 올해 초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회장과의 권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이달 초 폴크스바겐으로부터 2018년까지 CEO 임기 보장 약속을 받은 상태다. 빈터코른 CEO는 올해 폴크스바겐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 브랜드는 상반기 504만대가 팔려 도요타를 제치고 4년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국내 수입차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 미칠 듯 - 독일차 이미지 추락폴크스바겐의 ‘사기극’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폴크스바겐 차들 중 국내에서 유로6 환경인증을 받은 골프 제타 비틀, 같은 그룹인 아우디의 A3를 대상으로 곧 정밀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폴크스바겐의 불법행위가 입증되면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해 소극적 조사를 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 신뢰를 컨셉으로 홍보해온 폴크스바겐 골프차 광고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차량과 동일한 차종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6만745대가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폴크스바겐 골프가 2만6518대, 파사트 1만7919대, 제타 1만393대, 비틀 2841대, 아우디의 A3 3074대다.폴크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면 정부는 리콜과 판매중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최대 4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에서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을 판매하며 10위권에 들어있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신뢰도는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높은 연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해마다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온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1937년 창사이래 78년만에 최대위기에 놓여있다.일각에서는 이번 폴크스바겐의 파문이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같은 다른 독일 자동차 판매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독일차=신뢰’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에 다른 독일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추측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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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미친 전세와 ‘렌트푸어’의 눈물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친 전세’로 ‘렌트푸어’(rent poor)가 무더기로 생겨나고 있다. 렌트푸어란 급증하는 전세값의 가격 상승폭을 감당하느라 소득의 대부분을 써버리는 바람에 여유 없이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전세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일어나는 이른바 ‘깡통전세’ 현상까지 가세, 렌트푸어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집값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낮아지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살인적으로 오른 전세값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대출을 받은 렌트푸어들은 늘어난 이자부담과 함께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해야하는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벌어들이는 모든 돈을 집에 다 쏟아부을 수 밖에 없는 렌트푸어의 증가는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경기불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삐 풀린 전세값-전세값이 매매값 웃도는 역전현상까지 속출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중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수도권 1291개 주택형 가운데 12%인 155건의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90% 이상에 계약됐다. 지역별로 서울 12%, 경기도 13%, 인천 8%가 각각 전세가율이 90%를 웃돌았다. 특히 이들 전세가율 90% 이상 단지 가운데 전세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주택형도 총 29곳으로 18.7%나 됐다.실제로 인천시 동구 송림동 송림휴먼시아1단지 전용 59.99㎡는 지난달 전세가격이 1억7000만원에 계약된 반면 매매가격은 최저 1억4924만원에 거래돼 전세가율이 114%에 달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은 전세물량이 씨가 마르면서 웃돈을 주고라도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 물량이 상당수 월세 전환되면서 전세물량은 시중에서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수요는 여전한데,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2%를 기록했다. 서울도 70.9%로 1998년 첫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에서도 성북구는 지난달 전세가율이 80.1%로 사상 처음으로 80%를 돌파했고 강서구(77.8%), 동작구(77.4%) 등도 80%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렌트푸어가 쏟아지고 깡통전세에 대한 공포 역시 커지고 있다. 경기가 나빠져 매매·전세가격이 10%만 떨어져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가 오를 때는 하우스푸어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렌트푸어가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향후 금리가 올라간다든지 전반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안전하지 않다”며 “경각심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실제로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친 전세값 때문에 세입자와 집주인 간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보증금 관련 소송(1심)은 2011년 5712건이었으나, 2012년 6478건, 2013년 7506건, 2014년 8000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인 셈이다. 올 들어서는 전세값이 거의 미친 수준으로 뛰고 있어 전세금을 둘러싼 분쟁은 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전세금 반환소송이 급증했는데, 그때는 집값 폭락과 함께 전세값도 크게 떨어져 빚어진 현상이었다.■ 서민들 많이 찾는 소형평수, 빌라, 다세대 주택 피해 증가 우려과거에도 전세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역전사례는 매매가격이 싼 지방에 국한된 얘기였다. 수도권의 경우 집값 수준이 높다보니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전세값>매매가격’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저소득층이 주로 전세 계약하는 빌라나 다세대 같은 저렴한 주택 쪽에서 역전현상이 더 많이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전세가율이 거의 80%, 90%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그 정도 가격을 감내하고 들어오는 후속 세입자가 없거나, 집값이 조금만 떨어지게 된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다 안전하게 돌려받기 어려운 세입자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과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간의 간격이 갈수록 벌어져 전세물량 품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의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36.2%로 4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아파트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월세거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서울부동산정부광장에 따르면 전국에서 평균 전셋값이 가장 높은 강남구의 경우 8월중 월세비중이 44%까지 뛰어 서울평균보다 8.1%포인트가 높았다. 서초는 월세비중이 40.1%, 송파는 36.3%로 집계됐다. 월세전환이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저금리 때문이다. 지금 같은 임대인 우위시장(seller's market)에서는 임대인은 싼 은행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선호하고, 이는 전세물량 품귀를 불러와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월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그 비용은 연리로 따져 7.4%에 달한다. 집주인은 1%대 은행이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떠안아야할 부담이 전세때보다 2~3배 더 늘어나는 셈이 되어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제어하거나, 해결할 묘수 같은 것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친 전세 틈타 ‘무피투자’ ‘전세깡패’ 같은 시장왜곡 현상 기승최근의 전세값 상승은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그 와중에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아파트를 매입하는 ‘무피 투자’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모으는 이른바 ‘전세깡패’ 현상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태원(새누리당) 의원은 전세난을 부추기는 전세값 고공행진 배경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전세가를 최대한 올리려는 조직적 투기세력들이 있다”고 주장했다.무피투자란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매입하는 것’을 말하고, 전세깡패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모은뒤 전세값을 대폭 올려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무피투자와 정치깡패를 부추기는 부동산카페들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김태원 의원은 지적했다. 깡통전세를 이용해 은행대출금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까지 벌어져 피해자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조모씨(48) 등 분양대행업체 임직원 4명과 공인중개사 7명은 가짜 매수인들과 짜고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은행 대출금 230억원과 전세보증금 15억원 등 모두 245억원을 가로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작년까지 정부는 각종 부동산규제를 풀고, 은행대출도 완화해 사실상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것을 권유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태도를 바꿔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전세물량 구하기에 지친 상황에서 싼 대출이자와 정부정책을 믿고 올들어 집을 장만한 2030세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7조 9801억원으로 7월(321조5709억원)보다 6조4292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관련통계를 알 수 있는 2010년 이후 8월 증가분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 가운데 2030세대의 대출증가율이 40%에 육박해 이들 연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3년 4435억원, 2012년 1조6980억원, 2011년 1조795억원에 불과했었다.■ 깡통전세 걱정된다면 대출보증제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집값에 비해 전세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하는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이 제도는 전세 세입자가 한 번의 보증 가입으로 집주인에게서 돌려받을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으면서(전세금 반환보증)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마련(전세금 대출보증)할 수 있는 상품이다.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금 대출을 받을 때 HUG가 대출금 상환을 책임짐으로써 금리 부담을 낮춰 주는 방식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서민들은 물론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가 많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은 현재 0.150%로, 전세보증금이 1억원인 주택의 세입자가 8000만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19만원의 보증료를 내야한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저소득층에는 보증료를 할인해 준다.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이하일 경우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HUG가 보증해 주는 대출액 한도는 3억2000만 원이다. 수도권 외 지역은 전세보증금이 3억 원 이하(보증 대출액 한도 2억4000만 원)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1년 이상의 전세를 계약하고, 임대차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전세 주택이 압류나 가압류 등의 상태에 있으면 안되는데 현재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은 우리, 부산, 광주, 국민, 신한, KEB하나, 대구, NH농협은행 등 8곳이다.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전세 물량을 늘리기 위해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대신 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깡통전세 우려가 큰 지역의 경우 지자체가 나서 전세주택의 실질 주택담보비율(전세보증금 대출금), 낙찰가율 등을 고려해 전세가율 관리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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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불확실성만 키운 美연준의 ‘금리동결’
-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군대에서 ‘줄빠따’를 맞아 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을. 매를 맞을 거면 차라리 빨리 맞는 것이 나은데 결국 기다리는 고통이 더 연장된 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고 18일새벽(한국시간) 금리동결을 발표했다. 연준위원들의 투표결과는 9(동결) 대 1(인상). 동결과 인상 중 동결을 점쳤던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 그대로지만, 수십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스스로의 발언을 부정한 셈이 됐고, 세계경제는 또한번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가게 됐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연준이 회초리 자체를 거둔 것이 아니라서, 언제 또 매를 맞을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옐런은 10월 인상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시장은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예상 깬 9대1의 압도적 동결 결정-안팎 경제불안 요소 반영18일 새벽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에 따르면 연준은 0~0.25%의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투표권이 있는 10명의 위원중 9명이 금리동결을 찬성했고,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만이 인상을 주장했다.옐런 연준 의장은 FOMC 회의를 끝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및 기타 신흥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다"며 "금융시장의 위축이 미국의 성장을 제한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는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으며 이 점이 연준의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동결을 결정했다는 배경설명이다.연준이 계속된 금리인상 예고를 다짐했던 스스로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금리를 동결키로 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해외 불안이 가중돼 자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국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핵심에는 중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연준은 지난 5월부터 연내에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쳐지면 신흥국은 물론 미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모두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호소한 것도 연준의 금리동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미국 경제사정도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충분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이 경제지표 가운데 핵심은 실업률과 물가수준이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오면서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실업률 6% 이내, 소비자물가지수(CPI) 2% 수준이었다.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말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연준이 애초 정한 6% 이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1.2% 수준에 그쳐 옐런이 기준으로 내건 2%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인상을 뒷받침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인상 연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시기는-12월설 우세한 가운데 내년 연기설도 급부상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위원들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으며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경우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10월이면 불과 한달 뒤인데, 한달만에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12월 FOMC 회의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연준이 12월에 소폭의 금리인상을 결정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강한 경고를 주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는 연준 내 의견 변화를 반영하는데,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17명의 위원 가운데 13명이 올 연말 금리 인상을 예상해 지난 6월 15명보다 감소했다. 금리 중간값 전망치도 올 연말 0.375%, 1.375%, 2.625%로 지난 6월 발표한 0.625%와 1.625%, 2.875%보다 낮아졌다. 장기 금리 전망치도 6월의 3.75%에서 3.5%로 하향 조정됐다. 심지어 이번 회의에서 한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 마이너스(-) 기준금리까지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세계경제 불안이 지속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연준의 신뢰도에 금리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이 늦어도 올해안에는 금리정상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 동결 결정으로 연준, 특히 옐런 의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크게 허물어졌다.■ 신흥시장 시간은 벌었지만-불안한 행보에 대한 근본적 우려 여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번 연준의 금리동결 결정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번 셈이 됐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 예고 때문에 신흥시장에서는 투자자금리 썰물처럼 빠져나갔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중국이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연준의 금리인상 예고와 중국발 쇼크까지 겹치면서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졌다. 브라질은 최근 저유가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이런 상황에서 나온 연준의 금리 동결로 인해 신흥국은 한시름 놓았지만 위기감 자체가 가신 것은 아니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신흥국들은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자체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외변수와 상관없이 파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일부 신흥국들은 금리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빨리 가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를 맞을 거면 차라리 빨리 맞는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 재무장관들이 이번 달에 금리를 올려줄 것을 연준에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시장이 계속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부 신흥국들 사이에선 인상 기대와 달리, 연준이 금리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을 계속 안고가게 됐다는 불평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금리동결로 가계부채 더 늘어날까 걱정연준의 금리동결은 국내시장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나 며칠전부터 달러강세가 한풀 꺾였고, 국내 증시에서 사상 두 번째로 긴 30일간 순매도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이틀간 매수세를 보인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한국은행도 금리인하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내수 진작과 수출 증대를 위해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정책에 대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연내 혹은 내년 초까지 한,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HSBC는 10월과 내년 2월에 두 차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고, 노무라도 10월과 내년 3월에 각각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도 17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명목금리의 하한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 1.5%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문제는 환율의 움직임이다.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입을 결정하는 금리와 환율 중 금리가 변화가 없더라도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의 탈출러시가 이어질 것이 뻔하다.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근본적 해결도 시급한 과제다. 당장은 시간을 벌었지만 연준이 계속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이상, 금리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8월말 현재 1130조 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여기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229조7000억원(8월말 현재)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그렇지만, 당장 개인 차원의 빚 줄이기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7년째 이어져온 저금리 파티가 끝났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12월설, 내년설로 시기만 다를 뿐, 세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한국경제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빚이 많은 개인과 가계는 얘기가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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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美 금리인상, 3일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시간
- ▲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세계의 이목이 미국 워싱턴DC 20번가 컨스티튜션 에비뉴에 쏠리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에클즈(Eccles) 빌딩에서 16, 17일(미국 현지시간) 연이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12월 금리인상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미국이 전격적으로 9월 금리인상을 결정하면, 세계 각국은 연쇄적인 금리인상 도미노 현상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 투자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9월이 될지, 아니면 10월 혹은 12월이 될지 시기문제일 뿐, 금리인상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상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있는 한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셈이다.■ 9월? 12월?-미국 금리인상 시기 둘러싸고 예측 엇갈려지난 8월만 해도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월가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크게 부각되면서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의 경제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6%만이 “9월 회의에서 올릴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82%에 달했으나 한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9월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 가운데 35%는 인상시기를 올해 12월로 점쳤고 9.5%의 응답자는 올해 10월 인상을 각각 전망했다.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버나드 바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를 악화시키고 전체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켜 미국의 경제까지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이 경제지표 가운데 핵심은 실업률과 물가수준이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오면서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실업률 6% 이내, 소비자물가지수(CPI) 2% 수준이었다.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말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연준이 애초 정한 6% 이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 반면 또다른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0.2%~0.2% 수준에 불과, 2% 수준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9월 인상을 뒷받침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인상시기 연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상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올릴까-3%대까지 순차적 상승할 듯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연방기금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0~0.25%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나 다름없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9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적정금리는 얼마일까.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를 고려한 적정 금리 수준이 3.15%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는 현행 0~0.25% 수준인 연준의 정책금리보다 2.90%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13일 ‘미국 경제회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상 기준이 되는 고용시장을 포함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이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당장 3%대까지 올리지는 않는다. 옐런 연준의장은 수차례 “순차적 인상”을 강조해왔다. 당장은 0.25%포인트 혹은 0.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올리되, 3%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우상향으로 방향이 잡히면 1차 인상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미국의 금리를 시기별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2.09%에서 1981년 14.14%까지 약 35년간 금리가 꾸준히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간중간 약간의 잔파도는 있었다 해도 1981년이후 34년간 금리하락 현상이 이어져온 셈이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가계부채 뇌관이 가장 큰 문제미국의 금리인상은 곧 우리나라 금리정책에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한국에는 외국 투자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미국 금리는 올라가고 우리나라 금리가 그대로라면 외국 투자자본은 높은 금리를 쫓아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인데, 미국이 장기적으로 3%대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나라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뇌관이다.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7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295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과 보험·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의 대출까지 합한 전체 가계신용 규모는 1130조 5000억원에 달한다.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리가 연간 1% 오르면 빚을 진 사람들은 단순계산으로 11조3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더 생긴다. 2% 오르면 22조6000억원, 3% 상승시 33조9000억원을 더 내야한다.가계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가계 빚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출은 8월말 현재 22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돈을 빌릴 때 차용목적을 사업용으로 쓰게되면 중소기업 대출에 잡히지만 돈을 갚는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가계 빚에 포함시켜 생각하는 게 맞다.이 때문에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을 시작으로 가계붕괴 도미노가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무더기로 부실화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는데, 여기서 더 악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도 장담하기 힘들다.실제로 7월중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4%로 6월대비 0.02%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0.68%포인트, 중소기업 연체율은 0.90%로 0.78%포인트 각각 상승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채무 많은 가계, 빚 정리에 빨리 나서야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년여 동안 최하위 소득 가구의 담보대출은 29%나 늘었다. 반면 최상위 소득 가구는 같은 기간 3.1% 느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가 생활비나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금리가 낮을 때는 대출이자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어난 빚이 독이 돼서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갖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처분해서 빚의 총량을 줄이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액이라도 연체는 없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기간이 긴 것부터 상환하는 게 좋다. 연체기간이 길수록 신용등급 산출시 부정요인 반영비중이 높아 가장 오래된 연체 건부터 상환해 연체정보로 인한 불이익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워크아웃, 국민행복기금 등의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7년째 이어져온 저금리 파티가 끝났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9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시기는 엇갈리지만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세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한국경제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빚이 많은 개인과 가계는 얘기가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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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세계경제 덮친 디플레 쇼크, ‘잃어버릴 10년’ 앞에 처한 한국경제
- ▲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쇼크에 빠진 양상이다. 0%대, 심지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 역시 디플레이션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금리인하를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고 있지만 경기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머물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계속된 금리인하와 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미동조차 없다. 물가상승률은 수개월째 0%대에 머물러 이러다가 자칫 일본판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디플레 위기디플레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주요국가들의 경제성적표가 부진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디플레 시대를 여는 서막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엎친데 엎친격으로 최근 중국 중시 폭락을 계기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자 디플레 공포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도미닉 로시는 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가 신흥시장 위기에 따른 3차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2008~2009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와 뒤이은 세계 금융위기(1차), 2011~2012년의 유로존 채무위기(2차)에 이어 이번에는 신흥시장 경기둔화로 인해 3차 디플레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다.실제로 세계 각국이 수년간 엄청난 규모의 돈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0%를 나타냈다. 특히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상반기에 계속 1.3%를 유지했으나 지난 7월에는 1.2%를 기록,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0.3%)과 스웨덴(-0.2%), 스위스(-1.1%) 등이 2분기에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영국의 CPI 상승률도 2분기에 0%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와 1분기의 0.9%, 0.1%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시장에 무제한 돈을 풀겠다는 일본 역시 올들어 벌써 세번째 월별 근원 물가가 사실상 0%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와 태국, 대만, 그리스, 이스라엘 등도 2분기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원자재값 폭락에 베네수엘라 등은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기록주요국가들이 디플레 공포에 휩싸인 반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하루가 다르게 생필품 값이 뛰자 주요 물자가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 시민들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원유값 하락으로 통화가치가 폭락, 물가폭등을 부추기고 있다.지난달 28일에는 국영 마트에 물건을 사러갔던 80대 할머니가 밀려드는 인파에 깔려 압사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질서 유지에 나섰지만 서로 물건을 차지하려는 시민들의 아귀다툼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베네수엘라는 공식적으로 물가상승률은 밝히지 않는다. 블룸버그 통신이 예상한 올해 인플레는 72.3%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블룸버그 통신이 예상한 인플레 상위 6개국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기관 케이토 인스티튜트에서는 지난 28일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율이 808%에 이르고 생활비 상승률은 연 722%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추정을 내놨다.세계 주요 도시의 생활물가를 비교하는 사이트 익스파티스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치약은 1만원, 샴푸는 4만1000원, 계란한판은 1만7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그나마 물건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상점에 들른 한 시민이 텅빈 진열장을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아르헨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도 경제 파탄에 이은 물가 급등으로 사회분위기가 흉흉하다.특히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경제가 급속히 악화돼 물가상승률이 올들어 1분기 16.2%, 2분기 15.8%를 기록했다. 특히 루블화 약세로 터키나 남미에서 수입하는 과일이나 채소 등 수입 식품 가격이 크게 올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물가상승률 9개월째 제로 수준, 그 많은 돈 어디로한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월까지 9개월째 0%대를 나타냈다. 기준금리가 작년 말 2%에서 올해 6월 1.5%까지 낮아지고 가계부채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에 엄청난 돈이 풀렸음에도 현실은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가 실제로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과 주식가치가 하락하고, 민간소비 기업생산 일자리 등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무엇보다 디플레는 투자와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불황의 불씨가 된다. 채무자 입장에선 빚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대공황,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에서 비롯됐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9개월 연속 0%대다. 실질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밑돌면 디플레로 간주한다.문제는 경기를 부양하고자 정부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낮아진 금리를 틈타 담보 및 신용대출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경기진작도, 물가상승률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소비가 늘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호전되는 것이 보통인데, 최근의 상황은 풀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게 큰 차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이나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얘기다.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소득 6000만원 이하 중․저소득 가계의 은행대출은 2조4000억원 증가하였고, 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계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1조원 증가했다. 고소득 가계는 은행의 저리 이자로 대출을 받고 있는 반면, 저소득 가계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고리 이자로 대출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렇게 고리로 조달한 자금은 생활자금으로 쓰이거나 기존의 이자 돌려막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풀려도 소비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 안에서만 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9월 미국 금리인상설에 영향 미칠까, 한국 본격적 디플레 대비해야디플레 우려로 인해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도쿄 소재 미즈호 자산운용의 이코 유스케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정책 담당자들에게 위험 요인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며 이는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은 '섣부른 조처'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9월이나 12월에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다시 정책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일부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국이나 유로존, 중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부터 2017년사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디플레가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를 덮칠 것이란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현재 우리 경제를 특징짓는 것은 4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9개월 연속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5분기 연속 0%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잃어버릴 10년’이 한국경제의 당면한 미래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결국 믿을 것은 내수 뿐인데, 지금처럼 가계빚이 많아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낮은 상황에서는 어떤 수를 써도 백약이 무효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가계빚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디플레를 막을 마지막 열쇠일지 모른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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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사행산업 뜨고 비싸야 잘 팔리는 ‘불황의 역설’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카지노, 복권, 경마 등 사행산업이 지난 10년간 8조원 이상 증가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불황에도 5만원대 디저트와 1만원짜리 고급 차(茶)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추석선물 예약 판매는 소비자들이 몰려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고, 각종 경제지표는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수십년간 구인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은 인력이 몰려 모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시그널이라면 좋겠지만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불황의 역설’(paradox of depression) 현상들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이같은 ‘불황의 역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사행산업 사상 첫 20조원 돌파 초읽기-불황에 따른 ‘한방’ 심리 반영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국내 사행산업 규모는 무려 67.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8조원 이상이 늘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박광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는 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 등의 2014년 총 매출액이 19조893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매출액 11조8677억원에 비해 지난 10년간 67.6% 이상 급증한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사행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사행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10년간의 변화를 사행산업 업종별로 보면, 경마매출이 2005년 5조1548억원에서 2014년 7조6895억원으로 49% 증가했으며, 경륜은 1조7555억원에서 2조2019억원으로 25.4% 늘어났다. 경정은 같은기간 65%(2681억원) 증가했다.카지노의 경우 매출액이 2005년 1조2437억원에서 2014년 2조7992억원으로 무려 125%(1조5555억원) 증가했다. 특히 국내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의 경우 2005년 8091억원에서 2014년 1조4220억원으로 매출액이 75.8% 증가했다. 입장객 수도 급증해 2005년 188만2000천명에서 2014년 300만7000명으로 112만5000명 늘었다.로또복권 등 복권산업의 매출은 지난 10년간 2조8438억원에서 3조2827억원으로 16% 증가했으며 스포츠토토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무려 618% (4573억원→3조2813억원)나 폭증했다.일반적으로 사행산업은 경기가 불황일 때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속성을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이 전년대비 9.9%가 증가한 15조9699억원을 기록한 것이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추석선물 예약판매 불티-불황으로 예약할인 상품에 고객 몰린 까닭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추석선물 예약 판매는 불티가 날 정도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추석선물 예약 판매 매출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작년보다 28.6%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약 판매와 본 판매를 통틀어 올해 전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물량도 넉넉하게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1일부터 추석 선물세트 예약을 받는 현대백화점도 30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4%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한우가 35.1% 증가했고, 생선은 33.9%로, 청과는 무려 68.3%나 증가했다. 신세계 역시 18~30일 추석 선물 예약을 접수한 결과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66%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대형마트의 사전예약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17~27일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기점)의 무려 4.3배로 불었다. 주요 품목별 증가율은 한우 32.6%, 수산 25.4%, 청과 29.7%, 건강식품 27% 등의 순이었다.소비경기 침체 속에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최근 일제히 높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을 올린 이면에는 중저가와 예약할인 상품으로 고객이 몰리는 ‘불황형 소비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지난해에도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행사를 통해 매출이 그 전년보다 19.7% 성장해 명절 행사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었다. 특히 사전예약 매출이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 이 비중은 2012년 설에는 1.2%에 불과했으나 2014년 설에는 10.3%로 늘었고, 지난해 추석에는 15%를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예약판매 호황’에 대해 특정 신용카드를 이용해 구매할 경우 큰 할인혜택을 주는 등의 판매 조건 때문에 고객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1만∼3만 원대의 중저가 선물세트에서 발생한 것도 불황형 소비의 증거로 꼽힌다.■ 중소기업들 만성 구인난 해소-일감 줄자 중소기업에 사람 몰려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 덕분에 만성 구인난이 최근 크게 개선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력이 없다"며 정부에 SOS를 쳤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일손이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는 것은 내외수 동반 부진으로 중소기업들의 일감 자체가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고용시장의 고질병인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구인난이 경기침체 덕분에 줄어드는, ‘역설’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 경기침체로 일감 자체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5월 중기(제조업) 인력 경기실사지수(BSI)는 95포인트로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7월(97포인트) 이후 5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지표는 한은이 900여개의 중소기업에 "현재 인력이 부족·적정·충분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인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올 들어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것은 경기악화로 일감이 줄어 일자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황이 중기 구인난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중기 종합 BSI는 2011년 87.3포인트에서 올해 1~5월 평균 71.6포인트로 4년 새 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올 5월에는 68포인트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표상으로는 중기의 만성 구인난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기 악화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비싸야 더 잘 팔린다(?)-불황에 ‘작은 사치’ 즐기려는 소비심리 반영불황 속에 전반적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값이 비싼 고급 디저트·커피·초콜릿 등은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팍팍한 사회·경제 환경 탓에 큰 사치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먹을 것만큼은 프리미엄급을 제대로 맛 보겠다는 이른바 '작은 사치' 추세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대표적인 것이 호텔 디저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JW메리어트 호텔 서울·쉐라톤 그랜드 워커힐·르네상스 서울 등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대부분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제철 과일 딸기로 만든 수 십가지의 고급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는 이들 상품의 가격은 4만~5만원대이다. 그런데도 예약을 못받을 정도로 인기가 넘쳐나고 있다.호텔들이 영국 귀족 사교문화를 본 떠 내놓은 '애프터눈 티' 메뉴도 마찬가지다. 고급 수입 차와 간단한 디저트로 구성된 세트의 가격은 3만~9만원대에 달한다. 꽤 비싼 가격임에도 지난해 매출은 2013년보다 2.5배나 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젊은층이 즐겨 찾는 커피 역시 이른바 고급·프리미엄 제품인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 가운데 상위 7% 내 프리미엄급만 사용하고, 특수 진공압착 추출기로 커피를 만들어 가격도 최고 1만2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손님이 몰려들어 스타벅스 서울 소공동점의 리저브 커피는 작년 3월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0여잔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판매량이 두 배인 60여잔 이상으로 급증했다.지난해 11월 개장한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세종로점'에서도 전체 매출 가운데 17%를 세 가지 종류의 고급 스페셜티(7000~1만원)가 차지하고 있다.유통업계는 이 같은 고가·고급 식음료 선호 현상에 대해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명품구매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사치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불황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란 지적이다.■ 신설법인 수 월별 최대치 경신-취업난, 조기은퇴에 창업 내몰려신설법인수는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달아 월별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소기업청의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7월중 새로 생긴 법인은 893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807개) 증가했다.업종별로는 제조업(2056개·23.0%)이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1899개·21.3%)과 건설업(964개·10.8%), 부동산임대업(948개·10.6%)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신설법인 대표자 연령대는 40대(37.7%)가 가장 많았고 50대(26.9%)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올해 새로 생긴 법인은 모두 5만535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5740개) 늘었다. 신설법인 수가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경기가 좋아서 늘어났다기 보다는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베이비부머의 은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취업이 잘 안되는 젊은층과 중년층이 ‘먹고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자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더 큰 문제는 새로 진입하는 자영업자 수보다 불황으로 사업을 접는 퇴출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자영업자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퇴출자 수가 진입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과 2012년은 자영업 진입자가 퇴출자보다 많았지만, 2013년 들어 퇴출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진입자를 초과한 것이다. 2013년 자영업자 중 66만명이 퇴출됐고, 58만명이 새롭게 진입했다.연령별로는 40대 퇴출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자영업자는 2000년 779.5만명에서 2014년 688.9만명으로 감소됐다. 총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도 2000년 36.8%에서 2014년 26.9%로 하락했다.이런 가운데 ‘제2의 가계부채’로 알려진 자영업자 대출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계빚(1130조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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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읽는 경제] 다시 고개 드는 중국발 ‘황화론’
-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이쯤되면 ‘쇼크’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단순한 쇼크가 아니라 패닉(공황)에 가깝다.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흥국에서 시작된 공황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 그나마 안전지대로 꼽혔던 미국과 일본, 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00년이후 세게경제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흔들리자 신흥국, 선진국 가릴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말 유럽을 휩쓸었던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는 제국주의 일본이 황화론의 진원지였으나 지금은 중국이 ‘신 황화론’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발 쇼크에 4년만에 가장 큰 낙폭 기록한 뉴욕증시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88.47포인트(3.58%) 떨어진 1만5871.28로 장을 마쳤다. 588포인트가 빠진 것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락이다. 나스닥지수는 179.79포인트(3.82%) 떨어진 4526.2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7.68포인트(3.94%) 하락한 1893.21, 나스닥지수는 179.79포인트(3.82%) 내린 4526.25를 기록했다.이날 뉴욕 증시는 장이 열리자마자 다우지수가 1089포인트까지 폭락, 시장참가자들을 파랗게 질리게 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폭락후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양상을 나타냈다.이같은 뉴욕증시 급락은 전날 중국 상하이 증시가 8.49% 폭락하며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기록한데 따른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뉴욕증시는 중국증시 급락에도 비교적 선전했으나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투자심리를 얼려버린 것이다. ▲ 뉴욕증시는 24일 3.58%가 떨어져 2011년이후 4년만에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중 한때 53.29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지난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이후 다소 진정돼 45.34% 오른 40.7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에도 VIX지수는 46% 급등해 한 주간 120% 가까이 올랐다. 주간 단위로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이 그만큼 중국발 경제쇼크를 심상치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과 유럽증시도 줄줄이 휘청, 세계증시서 6000조원 증발중국발 쇼크로 상하이지수와 함께 전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4~5% 폭락했다. 유럽 증시도 장중 5~7%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연출했다.일본 니케이255지수는 24일 4.61% 하락한 1만8540.68에 장을 닫았다. 이는 올해 2월25일(1만8585.20) 이후 최저치다. 니케이지수는 25일에도 시작과 함께 폭락해 오전 9시30분 한때 1만7896.88로 전일 대비 3.47%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 2만선이 무너진 닛케이지수는 중국발 쇼크로 1만9000선과 1만8000선이 잇딸아 무너진 것이다.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67% 하락한 5898.87,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4.70% 떨어진 9648.43에 장을 마쳤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35% 내린 4383.46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증시는 장중 한때 7% 넘는 폭락세를 보이며 크게 출렁거리는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 유럽증시 역시 중국발 패닉에 못이겨 4~5%대 하락을 기록했고, 파리증시는 장중 한때 7%나 폭락하기도 했다.이날 영국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4.67% 하락한 5,898.87로 마쳤다. 시가총액이 60억파운드(약 11조3000억원) 가량 증발됐다. 이로써 FTSE 100 지수는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FTSE 100 지수가 6천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초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지수는 지난 4월 기록한 연중 고점(7,122) 대비 17% 하락한 수준이다.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4.70% 내린 9,648.43으로 마감되며 1만선을 내줬다. 이로써 지난 4월 연중 고점 대비 22% 빠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전일 종가대비 5.35% 하락한 4,383.46으로 장을 마쳤다. 연중 고점 대비 17% 떨어진 낙폭이다.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전격 인하한 이래 전 세계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5조달러(6000조원)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시장도 쑥대밭, 국제자금 신흥시장서 탈출 러시국제원자재 시장도 쑥대밭이 됐다. 원자재 가격하락은 수출기업에게는 채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어서 결국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란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다.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21달러(5.5%)나 떨어진 배럴당 38.2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배럴당 4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10~2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국제유가는 미국 셰일가스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 경쟁이 지속되면서 공급 과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경기침체까지 가세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게리실링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3분의 1토막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원자재 19개의 선물 가격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인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는 지난달 21일 기준 191.34포인트로 전기 말과 비교해 15.8%나 하락했다. 구리, 니켈, 소맥, 아연 등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전기 말 대비 10% 이상씩 하락했다.국제투자자금의 신흥국 탈출은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했고 유가는 40달러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4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유출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총 58억7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총 41억24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 강도가 가장 셌고, 이머징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에서 13억300만달러가 유출됐다. 중남미 지역에선 3억2800만달러,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에선 1억21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국경제, 남북협상 극적 타결에도 시장은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장장 무박3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전격 타결된 25일 국내 증시는 예상과 달리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름세로 시작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국내 증시 폭락이 '북한 리스크'보다는 '중국발 패닉'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0시55분쯤 극적으로 타결 후 참석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통일부 제공]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가 과거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2008년 금융위기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코스피 지수는 2007년 10월 2085포인트에서 1년 동안 줄기차게 급락해 2008년 10월 892포인트로 저점을 기록했다. 그 뒤에도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2009년 3월에서야 의미 있는 반등을 시작했다. 급락 및 조정기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거의 1년 6개월에 달했다. 만일 현 상황이 그 정도의 대형위기로 이어진다면 이제 겨우 하락장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4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덕택에 달러는 계속 유입되고 있다. 올해 예상 흑자 규모만 940억 달러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가더라도 ‘국가부도’ 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역시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9월이냐, 12월이냐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정부는 이른바 ‘9월 위기설’에 대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근거 없는 풍문이나 오해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해명하겠다는 것이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개최한 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에서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장들에게 “해외 시장동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적시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하고 우리 자본시장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9월 위기설 등 명확한 근거가 없는 풍문이나 오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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